• 거짓 왜곡 무지 넘쳐나는 '추한' 기사
        2006년 12월 13일 10:1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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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금폭탄’이라는 구호가 그럴듯하게 들렸나보다. 한나라당이 주춤하는 사이에 조선일보가 ‘세금폭탄’ 전도사를 자임하고 나섰다. 조선일보사가 발행하는 <주간조선> 최근호는 커버 스토리 ‘세금전쟁’ 특집기사를 통해 각종 세금에 시달리고 있는 8,000만 원대 연봉자와 공시가격 10억 원대 아파트 보유자들의 ‘고통과 애환’을 대변하고 나섰다.

    ‘부자비호 정당’이라는 여론의 따가운 시선 앞에서는 한나라당조차도 자신들이 마련한 종합부동산 완화 방안을 스스로 철회하는 마당에 <조선일보>가 연봉 8,000만원, 10억 원대 자산가들을 대변하고 나선 것이다.

    문제는 <주간조선> 기사가 사실에 근거한 정당한 분석과 문제제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만약 사실에 기인한 정당한 문제 제기라면 세금을 둘러싼 철학적 차이에 대한 품격있는 논쟁을 벌일 수도 있겠지만 과장과 왜곡으로 뒤범벅된 이번 기사를 보고서는 조선일보의 불순함을 문제 삼지 않을 수 없다. ‘부자비호 신문’, <조선일보>의 무지와 사실 왜곡을 밝힌다.

       
     

    4,000만 이상이면 연봉의 30%를 세금으로 낸다고?

    주간조선의 기사는 다음과 같이 시작된다.

    “외국계 회사에 부장으로 근무하는 강모씨는 월급 명세서를 받아볼 때마다 한숨이 나온다. 10년 전 연봉이 4,000만원을 돌파한 이후 매년 꼬박꼬박 연봉의 30%에 가까운 세금을 납부하는 게 억울한 심정이다.”

    세금이 너무 많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건 사실이 아니다. 현재 소득세율은 8%, 17%, 26%, 35%의 4단계 누진세율로 되어 있다. 인용한 강모씨의 경우 10년 전에 이미 연봉이 4,000만원을 돌파했다고 했는데 10년 전 당시에는 현재보다 세율이 조금씩 높아서 10%, 20%, 30%, 40%의 누진세율을 적용받았을 것이다. 즉 1,000만원까지는 10%, 1,000만원 초과 4,000만 원 이하에 대해서는 20%, 4,000만원 초과 8,000만 원 이하 금액에 대해서는 30%의 세율을 적용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세율의 적용은 급여를 기준으로 적용하는 것이 아니고 급여에서 근로소득공제, 인적공제, 특별공제와 같은 각종 공제금액을 차감한 이후의 금액인 과세표준을 기준으로 적용되기 때문에 실제 세금 산출 기준은 강모씨가 받는 연봉보다 훨씬 적은 금액이 된다.

    따라서 4,000만 원짜리 연봉자에 적용되는 10년 전 세율은 많아야 10%~20%에 불과하다. 연봉 4,000만원 돌파한 이후 꼬박꼬박 30%의 세금을 납부하고 있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닌 것이다.

    기사에 따르면 강모씨의 현재 연봉이 8,000만 원 정도 된다고 하니 10년 전보다 높은 한계세율을 적용받을 수는 있겠지만, 지난 10년간 근로소득자에 대한 각종 공제가 많이 늘어난 반면 세율은 줄어들어 강모씨가 적용받을 26%의 최고세율을 고려해도 연봉의 30% 세금부담은 사실과 거리가 멀다. 세법을 모르는 상태에서 기사를 작성했거나 의도적으로 과장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백번 이해해서 강모씨가 내는 세금에는 소득세 이외에 주민세, 재산세, 부가가치세 등 자신이 내는 모든 세금을 포함한다 할지라도 10년 전 4,000만원 연봉 때부터 연봉의 30%를 세금으로 냈다는 사실은 과장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기사는 다음과 같이 연봉 8,000만 원짜리 봉급쟁이들의 팍팍한(?) 삶에 대한 연민을 담아내고 있다.

    “억대 연봉이라면 30%식 세금을 내도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지만 8,000만원에도 못 미치는 연봉에 세금을 내고 나면 솔직히 남는 게 없습니다. 요즘은 ‘봉급자들의 지갑이 유리알’이라는 말이 실감납니다”

    1세대 1주택 양도세율이 50%?

    기사는 또 다른 억울한 사정을 소개하고 있다. 이번에는 10억 원대 자산가가 그 대상이다. 기사는 “서울 서초동에 사는 지방대 교수 최모씨는 공시가격 10억 원의 아파트가 종합부동산세 납부 대상이 되면서 재산세를 포함해 600만원의 보유세를 내게 됐다”고 소개하면서 다음과 같이 최모씨의 불만을 소개하고 있다.

    “근로소득세도 부담스러운데 이처럼 ‘세금폭탄’이 이어지면 아파트를 팔고 서울을 뜰 수밖에 없지만 지금 팔면 양도세만 차익의 50%라니 더욱 답답하다.”

    <주간조선>의 무지 혹은 사실 왜곡은 여기에서도 계속된다. 우선 최모씨의 경우 자신은 근무지에서 월세를 살고 아이들은 교육 때문에 서초동 집에서 거주하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1세대 1주택에 해당하는 것이다.

    1세대 1주택의 경우 원칙적으로는 양도소득세 과세대상이 아니지만 최모씨가 보유하고 있는 주택이 공시가격만 10억인 고가주택이기 때문에 6억을 초과하는 양도차익에 대해서는 9~36%의 누진세율에 따라 양도소득세를 부담하게 된다. 즉 50% 양도세율 때문에 아파트를 팔기 어렵다는 최모씨의 푸념 또한 사실이 아닌 것이다.

    현행 소득세법상 50%의 양도소득세율은 2주택 보유자이거나 주택 보유기간이 1년 미만인 경우에 적용된다. 투기목적의 주택보유가 의심될 만한 사유가 있을 때에 상대적으로 고율과세를 부과하는 것이다. 만약 최모씨의 말이 사실이라면 <조선일보>는 최모씨가 투기 목적의 주택보유자라는 사실을 몰랐거나 의도적으로 밝히지 않았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 내년부터는 양도소득세 계산 시 전면적으로 실거래가가 적용된다. 건설 교통부 공무원들이 중개업소에 실거래가 안내 포스터를 붙이고 있다.  
     

    또한 이 주간지는 최모씨의 말을 빌려 공시가격 10억 원의 주택 보유세가 600만원에 이른다고 밝히고 있지만 이 또한 사실이 아니다. 공시가격 10억 원짜리 주택 보유자는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를 납부하여야 하는데 이 경우 재산세는 224만원, 종합부동산세는 315만원이 산출된다.

    거의 600만원에 가까운 세금이지만 여기에도 숨기는 것이 있다. 재산세의 경우 탄력세율이라고 해서 각 지자체마다 법정 세율의 50%내에서 세율을 가감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데 최모씨가 살고있는 서초구도 법정세율을 30% 깎아주고 있다. 당연히 재산세는 224만원보다 줄어들 것이다.

    또한 공시가격 중 6억 초과분에 대해서만 과세토록 되어 있는 종합부동산세도 재산세로 납부한 금액 중 6억 초과분에 상당한 세금은 빼주도록 되어 있어 최모씨가 납부할 보유세는 많아야 400만원 안팎이 될 것이다. 이것 또한 몰랐거나 아니면 알고서도 일부러 그랬다고 볼 수밖에 없다. 부자들의 세금 고충을 과장하기 위해 세금 부풀리기를 시도한 것이다.

    만약 공시가격 10억, 실거래가 15억 원 정도의 주택에 400만 원 정도의 보유세, 실효세율 0.3%의 보유세가 부자들에게 과하다고 한다면 할 말 없다. 하지만 그런 이 신문에게 이것 하나만은 꼭 권하고 싶다. 다른 나라의 보유세는 어느 정도인지 조금만 더 취재해 보라고 말이다.

    세금증가율이 소득증가율의 2배?

    조선일보는 연봉 8,000만원, 10억 원 대 자산가들과 같은 이른바 ‘가진 자’들의 하소연만 담아내기가 미안했는지 일반 봉급자의 세금부담에 대해서도 놓치지 않고 있다, 골자는 소득 증가율에 비해 세금 증가율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96년부터 05년까지 근로소득세는 74%나 증가한 반면 물가상승을 반영한 근로자의 실질소득은 35% 증가에 그쳤다는 것이다.

    여기에도 조선일보의 비틀기는 계속된다. 세금증가율은 물가상승을 반영하지 않은 경상가치를 기준으로 하는 반면, 소득증가율은 물가인상을 반영한 실질가치로 계산한 것이다. 만약 소득에 대비되는 세금부담 정도를 정당하게 드러내고 싶다면 동일한 방법으로 계산하는 것이 옳다. 왜냐? 헌법에 세금은 세법에 따라 거두라고 되어있고, 세법은 소득세를 경상가치로 부과토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소득세의 경우 10년 전 10~40%의 누진세율이 8~35%로 줄어들었고, 비교적 세원이 투명하게 노출되는 근로소득자의 경우 사업소득자와의 과세형평성을 고려해서 각종 공제가 신설되거나 공제한도가 대폭 확대되었다.

    당연히 동일한 소득에 대한 세금 부담은 10년 전에 비해 많이 줄어들었다. 사실이 이러함에도 실질가치라는 교묘한 조작을 통해 마치 소득증가에 비해 세금을 과도하게 거둬가고 있는 것처럼 얘기하는 것은 의도적인 왜곡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현재도 봉급생활자의 절반 가까이가 소득세 한 푼 내지 않는 면세자인 상황에서 교묘한 조작을 통해 현재의 세율구간이 과도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말장난에 불과하다. 기사의 마지막 부분에서 인용하고 있는 통계청의 ‘3분기 가계수지 동향’을 보더라도 봉급생활자의 세금부담이 과도하다고는 할 수 없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은 342만원인데, 세금 14만원과 공적연금과 사회보험과 같은 사회보장기여금 11만원 더해서 평균적으로 소득의 10% 정도를 부담하고 있다고 한다.

    소득의 10% 남짓을 세금과 사회보험으로 지출하는 것을 과도하다고 평한다면 이 신문사는 도대체 어느 정도의 세금 수준이 되어야 이와 같은 통계 장난을 그만 둘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외국과의 세금수준 비교는 옳지 않다?

    국민의 세금 부담 정도를 나타내는 가장 보편적인 지표가 조세부담률과 국민부담률이다. GDP에서 조세가 차지하는 비중을 조세부담률이라고 한다면, 국민부담률은 조세와 각종 사회보장기여금까지 포함한 금액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의미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조세부담률과 국민부담률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당히 낮은 편이다. 이른바 Global Standard에 한참이나 뒤진 것이다. 실제 05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 조세부담률과 국민부담률은 20.3%와 25.7%로 OECD 평균에 비해 6~8%포인트나 낮은 상황이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여러 전문가들의 견해를 인용하면서 다른 나라와 세금수준을 비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잘라 말하고 있다. 조선일보가 하고 싶은 주장에 우리나라의 낮은 조세부담률은 걸림돌만 되기 때문이다.

    “세금은 마땅히 소득수준에 따라 부과돼야 하기 때문에 대부분 선진국으로 이뤄진 OECD 국가들과 단순비교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 조세부담률 비교는 우리와 소득수준이 비슷한 나라들과 해야 한다”

    설사 이러한 충고를 존중한다고 치자. 우리나라와 소득수준이 비슷한 포르투칼이나 그리스의 조세부담률이 우리나라보다 거의 10%포인트나 높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왜 아무 말 하지 않는가? 대부분의 OECD 가입국이 현재 우리의 소득수준과 비슷했던 20여 년 전부터 이미 우리나라보다 10~15%포인트나 높은 조세부담률을 유지해오고 있다는 사실은 어째서 외면하고 있는가?

    미국이나 일본은 우리보다 소득수준이 높지만 우리와 비슷한 세금 부담 정도를 보이고 있다고 얘기할 수도 있겠지만, 이 두 나라의 경우 부족 재원을 세금 대신 국채발행에 의존해왔기 때문에 현재 엄청난 재정적자와 채무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다른 나라가 세금을 많이 거둔다고 해서 우리나라도 세금을 많이 거둬야 한다는 법은 없다. 무조건 조세부담률을 높이자고 주장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이 있다. 우리보다 높은 조세부담률을 유지하고 있는 나라들은 우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높은 복지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선진국의 높은 조세부담률은 상당 부분 복지와 연관된 것이다.

    재원확충 없이 복지확대도 없다. 낮은 조세부담률로 인해, 그것도 수 십 년간 안보와 경제논리로 인해 찬밥 취급을 면치 못했던 복지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돈이 있어야 한다. 다른 나라의 1/3도 안 되는 복지예산으로 국민이 원하는 복지를 제공할 수는 없지 않은가.

    ‘가진 자’가 추가 부담해야

    재원조달 방안을 밝히지 않은 채 복지하자는 것은 거짓말이다. 세금 깎자는 말은 복지 줄이자는 말과 같다. 복지 늘이자면 누군가 부담을 해야 한다. 그럼 누가 추가 부담을 짊어질 것인가? 다음과 같은 설문조사 결과로 그 해답을 대신하고자 한다.

    작년 한 방송국에서 “현재 조세에 대해 가지는 가장 큰 불만이 무엇이냐”라는 여론조사를 한 적이 있었다. 이 질문에 대해 응답자의 51%는 “고소득자가 세금을 너무 적게 낸다”라고 답해 주었으며, 41%는 “탈세가 너무 많다”라고 답했다.

    대다수 국민들은 조세 형평성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불과 수십억 원의 증여세 납부만으로 조 단위가 넘어가는 어머어마한 재산을 물려받은 재벌 2세들은 말할 것도 없고,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는 고소득 자영업자들의 탈세 소식이 이러한 설문 결과의 충분한 이유가 되지 않는가?

    내년도 정부예산 심의 과정에서 한나라당은 1조 7,500억 원 규모의 복지예산 삭감을 추진했다고 한다. 관련 당사자들이 한나라당 의원실을 점거하는 등 거세게 반발하는 바람에 철회되기는 했지만 삭감대상 예산이 절대빈곤층에게 지원되는 국민기초생활보장과 장애인과 노인, 그리고 아동복지와 관련된 예산이라고 하니 도대체 한나라당이 제정신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고소득층에 혜택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 감세를 추진하면서 그와 관련한 세수 결손을 저소득층의 생존권과 직결된 예산을 깎아 메우려는 한나라당의 비이성적인 행태를 도대체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느냐 이 말이다.

    때론 감세라는 달콤한 말로, 때론 세금 폭탄이라는 무시무시한 말로 대국민 사기극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한나라당이나 조선일보는 하등 다를 바 없다. 그야말로 ‘부자비호 정당’이요, ‘부자비호 신문’일 따름이다. 하지만 아무리 감세가 좋아도, 아무리 ‘가진 자’의 고충을 충실히 대변하고자 해도 언론이라면 최소한 사실에 기초하려는 자세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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