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인들 고문-살해 공모 잊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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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12월 13일 09:3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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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 10일 칠레의 독재자 피노체트가 91세로 사망했다. 12일 거행된 그의 장례식은 독재자의 영향력이 여전한 칠레 군부 주관 하에 육군장으로 치러졌다. 바첼레트 칠레 대통령은 참석하지 않고, 대신 국방장관이 참석했다. 바첼레트 대통령은 피노체트 장군 치하에서 일어난 일들을 칠레인은 잊어선 안된다고 말했다.
    <BBC>는 다수의 칠레 국민은 피노체트에 대한 사법적 단죄가 이뤄지지 않은 데 분노를 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글은 <보스턴 글로브> 12월 12일자 사설을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 편집자 주>

    지난 일요일(10일) 죽은 칠레의 군부 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의 죽음을 사라지는 시대의 희미한 기록으로만 여기는 건 실수가 될 것이다. 그 시절의 죄악들(합법적으로 선출된 살바도르 아옌데의 사회주의 정부 전복과 인권 침해)이 칠레인은 물론 미국인에게 지워지지 않는 흔적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그가 죽은 날 피노체트의 지지자들과 반대자들은 격렬한 시위를 벌였고, 일부는 폭력으로 치달았다. 피노체트가 분쇄하려 했던 자랑스러운 민주주의 전통을 칠레는 되살려냈지만, 독재자의 죽음을 축하하는 이들과 슬퍼하는 이들 사이에 충돌은 어김없이 일어났다.

    미국의 위험은 피노체트 시대를 너무 많이 기억하는데 있는 게 아니라, 그 시대의 잔인함을 선동하는데 도움을 준 미국의 역할을 너무 많이 잊은데 있다.

    1973년 9월 11일 칠레에서 일어난 쿠데타를 정권 교체라고 위장하면서 현재를 과거로부터 떼어내어 사람들을 현혹시키려는 달콤한 줄거리가 있다. 이러한 역사적 주장 속에서 피노체트는 민주정부 타도, 납치, 고문, 사회주의자와 마르크스주의자에 대한 살해에서 유죄일지 모르지만, 차악으로 해석된다. 소련의 영향, 좌익 급진주의, 사유재산 몰수, 그리고 내리막이던 남미의 친미 도미노가 더 나쁜 악으로 그려지는 것이다.

    피노체트보다 사흘 먼저 세상을 뜬, 미국의 유엔대사를 지낸 진 커크패트릭은 남미 국가의 군사독재에 대한 미국의 지원을 정당화하는 이론을 만들어냈다. 그녀의 이론적 근거는 공산주의 세계 같은 전체주의 국가와 단순한 권위주의 체제 사이의 차이를 강조한다. 공산주의 국가와는 대조적으로 종국에는 민주주의로의 복귀를 허용할 가능성을 남겨두었다는 점에서 권위주의 체제는 좀 더 참을만한 것으로 간주된다.

    하지만, 이 이론은 공산주의 무혈 붕괴와 폴란드, 헝가리, 전 체코슬로바키아에서의 민주주의의 발전에서 드러났듯이 시간의 검증을 얻는데 실패했다.

    이러한 냉전 시대의 인식을 반영해서 아옌데가 당선된 날인 1970년 9월 11일에서 한 달 늦게 만들어진 CIA보고서는 이렇게 쓰고 있다. “아옌데를 쿠데타로 타도하는 정책은 확고하며 계속될 것이다. 미국 정부와 미국인들의 흔적(hand)이 잘 숨겨지도록 이러한 행동들을 비밀리에 확실하게 수행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피노체트의 권력 장악에 미국이 공모한 사실이 무엇이든, 미국인들은 자신들의 민주적인 지도자들이 그들의 하수인들과 1973년 일어난 실종, 고문, 살해를 공모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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