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외 군 성범죄의 불편한 진실
    [국방칼럼] ‘소리 내어 말하기’ 실천의 나비효과
        2021년 09월 23일 09:2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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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아마도 여성해방을 전면에 내세운 최초의 전쟁이었을 것이다. 탈레반은 여성인권을 억압하는 정치군사세력이었다. 미국은 이러한 그들의 특성을 활용하여 전쟁의 또다른 명분을 찾으려 했다. 영부인 로라 부시는 아프간 전쟁이 한창이던 2001년 11월의 라디오 연설에서 ‘테러와의 전쟁’을 ‘여성의 권리를 위한 싸움’으로 규정했고 민주당 소속 여성 하원의원은 ‘부르카’를 입고 나타나 탈레반의 여성정책을 비판했다. 이를 통해 미국은 ‘성평등 대 성차별’이라는 대립구도를 만들어냄으로써 이른바 ‘성억압국가’인 아프간에 대한 침공을 정당화했다.

    그런데 ‘니콜라’ 대위가 남편에게 보낸 편지에는 ‘아프간 여성 해방’이라는 전쟁의 신조가 무색하게 당시 다국적군 내에 성범죄가 만연했음을 시사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녀는 “지난주 칸다하르 기지에서 6건의 강간(rape)이 있었기 때문에 밤에는 우리가 호위(escort)를 해야 한다”고 편지에 적었다. ‘니콜라 고다드’는 2006년 5월17일 탈레반과의 전투에서 전사했다. 캐나다군 최초의 여성 전사자인 그녀로 인해 전사자의 부인 또는 어머니에게 십자가를 증정하던 전통이 바뀌었다.

    (큰 막대-미국군 성폭행 피해건수 추정치, 작은 막대 – 성폭행 피해 정식보고건수)

    ‘쉐릴 로스’ 하사는 2006년 9월 칸다하르에서 미국군으로 추정되는 가해자에게 강간을 당하였지만 전쟁 중 임무 완수는 군인의 최고 덕목이라는 규범을 거역하지 못하였다. 그녀는 자신의 고통을 감내한 채 ‘메두사 작전’에서 희생된 절친을 비롯한 전사자와 부상자의 처리라는 자신의 직무에 충실해야만 했다. 2010년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 진단을 받은 ‘쉐릴’과 올해 유명을 달리한 한국군의 두 여성부사관 모두 ‘MST(군대내 성적 트라우마, Military Sexual Trauma)’에 시달리고 있었을 것이다

    ‘알 자지라’는 2011년의 기사에서 미국군에는 ‘성폭행’과 ‘강간’이 ‘유행병(epidemic)’처럼 만연해 있다고 비판하였다. 위 표에서처럼 미국군이 관련된 성폭행 사건의 발생 추이는 여전히 상승 추세임을 보여준다. 특히 70%에 이르는 피해자가 사실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미국방부 산하 ‘성폭력예방대응기관(SAPRO, Sexual Assault Prevention and Response Office)’ 부국장인 ‘네이선 겔브레스’는 2018년 통계를 두고 ‘인계철선(tripwire)’이라고 불렀다. 미 국방부가 즉각 조치에 나서야 할 위험상황이라는 뜻이다.

    영국군에서 30년을 복무한 예비역 중령 ‘다이앤 앨런’은 영국군에 자체적인 ‘미투운동’이 필요하다고 말하였다. 보수당 하원의원 ‘사라 애서튼’이 주도한 영국군 여성 소위원회가 2020년 12월에 시작한 현역 및 예비역 군인 여성들에 대한 성적학대 진상 조사에 참여한 여성들은 이런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10년, 15년을 기다려왔다는 심정이었고, 무려 70대의 고령자가 증거를 제출한 경우가 있었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영국군 여성 10명 중 6명은 그들이 겪은 여러 가지 학대(abuse)에 대해 신고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2021년 7월 발표된 보고서에 기록되어있다.

    사회주의 군대라고 환상을 가질 이유도 없다. 한상준의 연구에 따르면 1954~1955년에만 중국인민지원군의 북한 부녀자 강간 사건이 68차례나 발생하였다. 그 당시 중국군의 각종 불법행위로 인해 북한 주민들은 이들을 점령군으로 인식하게 된다. 북유럽 민주주의국가인 스웨덴에서는 2017년 10월 군인 여성들이 인터넷공간에서 ‘#givaktochbitihop(차렷, 참고 견뎌)’이라는 해시태그를 다는 미투운동을 벌였다. 이러한 사실들에서 공군참모총장의 사임을 부른 ‘부사관 성추행 사건’은 비단 한국군만의 병폐가 아니라 전 세계 군대에서 나타나는 고질적인 ‘폐습’이라고 할 수 있다.

    ‘나쁜 사과 이론(bad apple theory)’은 이러한 ‘악습’을 뿌리 뽑는 데 걸림돌이 된다. 우리에게 미국의 동아시아 방어선인 ‘애치슨 라인’으로 잘 알려진 냉전의 전사 ‘딘 애치슨’은 1947년 ‘그리스의 공산화 위기’를 ‘썩은 사과 한 개가 통 속의 모든 사과를 망친다’는 오래된 영국속담에 비유하였다(Like apples in a barrel infected by one rotten one)’. ‘그리스(rotten apple)’로 인해’ 이란을 비롯한 ‘많은 국가들(barrel)’이 ‘공산화(infection)’될 위험에 처했다는 것이다. ‘나쁜 사과’를 갈음할 수 있는 다른 표현은 ‘웅덩이 속의 물을 흐리는 미꾸라지’이다. 그의 주장은 나중에 ‘도미노이론’으로 정립되었다.

    정책결정권자들은 이 개념을 조직에서 어떠한 위법행위가 일어났을 때, 이를 개인의 일탈행위로 간주함으로써 조직을 보호하고 개혁을 외면하는 논리로 이용한다. 미국의 주류는 2004년 이라크 ‘아부 그라이브 교도소 가혹행위 사건’을 처리함에 있어 규칙을 거부하고 독자적으로 행동한 ‘몇몇 불량 군인(a few bad apples)’ 탓이라는 관점에서 문제를 해결했다. 반면 ‘신시아 인로’는 말썽을 일으킨 몇몇 개인을 제거하는 처리방식에 이의를 제기하고 본질적인 문제는 개혁을 무시한 ‘조직(썩은 통)’에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했다.

    사진 : 타임의 표지(2011년11월 3일) 교육계의 ‘나쁜 사과’를 골라내기 위해서는 교사 정년보장을 없애야 한다는 일단의 실리콘밸리 투자자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몇몇 개인의 ‘나쁜 사과’ 이미지로 인해 구성원 모두가 똑같은 취급을 받는 경우가 생긴다.

    ‘라숀 레이’ 메릴린대 사회학과 교수는 2020년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과 같은 경찰의 과도한 위법행위는 ‘나쁜 사과’만의 문제가 아닌 경찰이라는 ‘썩은 나무(rotten trees)’ 때문이며 해결방법은 ‘썩은 나무’의 뿌리를 도려내고 ‘나무’를 새로 심는 데 있다는 견해를 피력한 바 있다. ‘라숀 레이’의 말에 빗대어 군대라는 조직이 ‘성 군기 사고’를 일으키는 ‘나쁜 사과’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썩은 나무’로 전락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영국의 경우 국방참모총장인 ‘닉 카터’ 대장은 군이 ‘래디시 문화(laddish/lad culture)’의 영향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래디시 문화’는 1990년대 영국에서 여성주의에 대한 반발로 탄생하여 영어권 국가로 퍼진 젊은 남성들의 남성성을 강조하는 ‘마초문화’를 말한다. 그런데 이 현상은 ‘사내다움’을 상징하는 ‘술, 자동차, 운동, 여성 등에 대한 과시가 정도를 넘어 공격적∙독단적인 행동으로 표출되기 시작했고, 부적절한 행동은 용인되는 것으로 간주됨으로써 지나치게 ‘성적인 것을 지향하는 문화(sexualized culture)’로 변모했다. 예컨대 성적인 농담은 ‘웃어넘길 수 있는 장난(banter)’으로 생각한다거나, 클럽에서 ‘동의 없이 상대의 신체를 더듬어 놓고는(groping)’ 친밀감의 표현이라 한다든지, ‘길거리를 지나가는 여성에 대한 성적인 희롱(cat calling)’을 칭찬이나 관심의 태도로 강변하는 것 등에서 이 문화의 성차별적인 속성을 짐작할 수 있다.

    참고 영상 : 다 당연한 일이 됐어: Dua Lipa – Boys Will Be Boys (2020) [가사해석]

    남성성(masculinity)의 변화. 오른쪽 사진 속 남성들의 모습이 ‘래디시 문화’를 반영한다

    ‘래디시 문화’는 넓은 의미에서 서구의 여성주의자들이 말하는 일종의 ‘강간 문화(rape culture)’의 범주에 들어간다고 할 수 있다. ‘강간 문화’는 ‘’두아 리파’의 ‘Boys Will Be Boys’의 노래가사가 의미하듯이 성범죄에 관대하거나 용인하는 사회 분위기를 말한다. 그 밑바탕에는 남성이 여성을 성적으로 정복하는 것이 남성답고 노멀하다는 사고가 깔려 있다. 특히 음란물 속 가상세계의 남성이 여성과의 관계를 공격적∙억압적∙폭력적으로 가져가는 것에 빠져들어 현실 속의 남녀관계도 그런 방식으로 전개하는 것이 정상적인 행동이라고 믿는 남성들이 늘어났다. ‘액세스 할리우드 테이프’에 담긴 트럼프 전 대통령의 “Grab ’em by the pussy”라는 저속한 성적 막말은 이러한 심리에 기반한다.

    이런 환경에 피해자가 노출돼있을 경우 캐나다해군 복무 중에 성폭행을 당한 ‘루스 커밍스’가 퀘벡 출신 가해자를 옹호하는 프랑스어권 출신 군인들에 의해 ‘영국 걸레(English slut)’로 불린 것처럼 문제를 일으킨 ‘나쁜 사과’는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가 되어 버리는 기막힌 상황이 조성된다.

    2003년 아이오와의과대학 연구진이 미국방부의 의뢰를 받아 조사한 연구결과는 군대 환경이 군인 여성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군대 생활 동안 괴롭힘이나 폭력에 노출된 여성들은 강간을 경험할 가능성이 더 높았다. 고위 장교나 직속 상사의 행동은 여성의 강간 빈도와 강하게 관련이 있었다. 상사 중 한 명이 성적으로 비하하는 말이나 행동을 하거나 그런 행위를 용인할 경우 군인 여성이 강간을 당할 가능성이 3~4배 더 높았다.

    사진(맥클린스). 표지모델은 성폭행을 고발한 3명의 전직 캐나다군인 여성이다. 왼쪽에서부터 ‘던 톰슨(1998년 5월), 트레이시 컨스터블(1998년12월), 스테파니 레이몽(2014년 5월).

    한국군의 ‘2019 군대 내 인권상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군 여성의 60.8%가 ‘언어폭력’에 대해 ‘차라리 맞는 것이 낫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언어폭력’이라는 ‘괴롭힘(태움, bullying)’의 심각성을 부각하는 것이겠지만 신체적 폭행을 당한 여성이 군 복무 중 강간을 당할 확률이 두 배 더 높게 나온다는 미국의 연구결과에서 보여지듯이 얻어맞는 것은 문제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2012 여군 인권상황 실태조사’를 보면 ‘성희롱 및 성군기 위반 행위에 대한 대처’에 있어서 피해 군인 여성이 주로 선택한 것은 무대응/문제제기 않음(38.2%)과 행위자에게 거부의사 표시(35.7%)였다. 공식적인 문제제기 같은 ‘적극적인 대처’는 5.5%에 불과했다. 이것이 잘못된 선택이라는 것은 2014년의 미국 랜드연구소 보고서를 보면 알 수 있다. 성폭행을 당한 군인의 약 3분의 1은 가해자가 이전에 그들을 성추행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심리학자 ‘제니퍼 버달’은 성희롱이 항상 성폭행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두 가지 행위는 함께 작용한다고 말한다. 성희롱이 성추행으로, 성추행이 성폭행으로 확대될 위험이 있는 것이다.

    한편 랜드연구소의 보고서는 군인 여성의 ‘적극적인 대처’가 불가능함도 지적한다. ‘성적 위반행위(sexual misconduct)’를 신고한 군인 여성의 62%가 진급, 훈련, 배치에서 불이익이나 징계, 동료들의 무시를 받았음을 털어놓았다. 하태경 의원에 의하면 자살한 해군 중사는 올해말 상사 진급 심사 대상자로서 ‘고과점수에 불이익을 줄 수 있다’, ‘조용히 덮고 가자’는 압박을 받았다. 이처럼 군대에는 암묵적으로 ‘침묵을 강요하는 문화(culture of silence)’가 있어 피해자는 조용해야만 하고, 가해자는 처벌에서 멀어지며, 성범죄는 만연할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되풀이된다.

    사회적 불평등이나 차별이 해소된 것 같은 착시효과를 얻기 위해 소수집단의 일부를 형식적으로 발탁하여 구색을 맞추는 관행을 ‘토큰주의(tokenism)’라고 한다. ‘로자베스 모스 캔터’는 기업에서의 ‘남녀 성별 집단의 관계’ 분석을 통해 ‘토큰주의’를 연구하였다. 그녀의 관찰에 따르면 어떤 조직에서 ‘ㄱ집단’이 15% 미만인 경우 그 조직은 ‘ㄴ집단’이 전체를 지배할 만큼 ‘편향적(skewed)’이기 때문에 ‘ㄱ집단’은 권한이 없는 ‘토큰’ 신세에 불과하지만 그들의 비율이 만약 15%를 넘어 계속 커지게 되면 ‘ㄱ집단’의 권익도 이에 비례하여 신장(토큰 현상의 완화)한다는 것이다.

    도표(이주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 – 여성주의자들은 구성원의 숫자에 따라 특정그룹의 조직 내 지위가 달라진다는 캔터의 견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여성할당제’의 논리적 근거로 사용하였다.

    그녀의 이론을 적용한다면 2017년 상비병력의 5.9%였던 군인 여성 비율이 2021년 8.1%를 거쳐 2022년 8.8%로 계속 확대되는 것은 바람직한 정책이지만 그 비율이 30%를 넘어가는 이스라엘군이 여성친화적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소지가 있다. 따라서 정치학자 ‘주디스 스팀’이 여성 상관의 존재가 군인 남성이 군인 여성을 성적 매력을 발산하는 대상으로 간주하는 것을 어렵게 할 수 있다고 주장한 것처럼 군인 여성의 양적인 증가와 더불어 고위직 진출의 증가도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여기에 추가해서 임관 출신의 다양화가 필요하다. 공군과 해군의 고위간부회의는 ‘사관학교 동창회’라고 부르기에 손색이 없다. 특히 공군에는 ‘항공과학고’라는 부사관 양성 특수목적고도 존재한다. 문제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뒷북 보고, ‘솜방망이 감사’, ‘부실 징계’ 논란이 자주 등장하는 이유는 관련자들이 모두 선후배이다 보니 제대로 된 조치를 시행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진표 의원은 8월20일의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미국의 성폭력예방대응기관인 ‘사프로(SAPRO, Sexual Assault Prevention and Response Office)’를 소개하며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강력히 요구했다. ‘사프로’의 장점은 피해 신고를 받을 수 있는 대상을 제한하는 ‘한정 신고(restricted reporting)’제도를 운영함으로써 피해자의 익명성을 보장할 수 있다는 데 있다. ‘현행 신고체계는 군지휘체계 접수(부대관리훈련 제244조 1항)로 인해 자연스럽게 부대원들에게 사건 내용이 전파될 수밖에 없는 구조이지만, 사프로’는 군지휘체계와는 별도의 기구이기 때문에 ‘2차가해’로 인한 자살의 위험성에서 피해자를 좀더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다. 영국군의 2019년 ‘윅스턴보고서’가 지적한 중년 남성의 ‘독성 리더십(Toxic Leadership)’ 문제를 보더라도 계급 중립적이고 독립적인 기구가 필요하다.

    군대를 규율하는 사법제도의 ‘비무장화(평시 군사법원 완전 폐지)’도 매우 중요하다. 캐나다의 군법 전문 변호사인 ‘미셸 드라포’는 피해자의 눈에 군사법체계가 독립적이고 공정하며 신뢰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유일한 방법은 군의 위계질서와 완전히 단절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군복의 계급장이 상징하듯 상명하복과 충성에 입각한 군의 일사불란한 지휘체계가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인식을 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는 군사법의 문제점을 아이스하키 경기규칙에 비유했다. 아이스하키시합에서 파울을 범한 선수가 심판이 부여한 몇 분의 벌칙시간이 경과하면 경기에 다시 뛸 수 있듯이, 군법의 취지 역시 전시에 가해자가 갱생기간을 거친 후 부대에 복귀하여 전투에 임하도록 하는 데 있기 때문에 성범죄 피해자와 가해자가 조우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고 주장했다. 군사법원이 가해자의 처벌과 격리에 소극적이라는 뜻이다.

    미국은 2005년 ‘사프로’ 도입 이후에도 성폭력사건의 감소에 진척이 없자, 2021년 2월 바이든 대통령의 지시로 ‘군 성폭력 독립심의위원회(IRC, Independent Review Commission on Sexual Assault in the Military)’라는 90일 한시 조직을 만들어야했다. 캐나다군은 2014년 성폭행피해자로 모습을 드러낸 ‘스테파니 레이몽’상병 사건이 계기가 되어 2015년 8월부터 성적 위법행위를 예방하고 대처하기 위해 이른바 ‘명예 작전(Operation Honor)’을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2020년의 보고서와 통계는 일부 피해자들이 지휘계통에 의해 여전히 따돌림, 괴롭힘을 당하고 있고 군내 위법행위에 대한 인식과 보고된 사건 건수는 크게 변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이에 대해 전 국방참모차장인 ‘가이 티볼트’ 예비역 중장과 국방분석가인 데이브 페리 모두 캐나다군이 ‘명예 작전’이 추구하는 수준의 변화를 일으키려면 ‘한 세대(a generation)’가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같이 군내 성범죄의 척결은 아주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군 최고지휘부의 끊임없는 관심과 일관된 의지가 필요하다.

    사진(ANF) 시리아 북부 코바네시의 일선지휘관이었던 ‘아린 미르칸’은 2014년 10월 전차와 중화기를 앞세운 이슬람국가의 공격에 요충지 미슈테누르 언덕이 함락되자 부대원들이 안전하게 후퇴한 것을 확인한 후 적의 거점에 접근해 수류탄 여러 발을 터뜨려 적군 10여 명을 살해하고 자폭했다. 그녀는 ‘저항하는 자만이 역사를 만들 수 있다’는 말을 남겼다. ‘아린 미르칸’의 죽음에서 보여지듯이 과감성, 용맹, 결단력은 남성만의 전유물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군대는 이제 마지막 남은 ‘사내다움’의 보루라는 이미지가 있다. ‘안보’는 남자다운 것이기 때문에 ‘카리스마를 갖춘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며 이런 임무 수행에는 남성이 제격이라는 오래된 신념이 있다. 그렇다고 해서 여성이 전쟁에 부적합한 자질만 갖추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 군인으로서의 여성의 역할이 의심받는 것은 군인 여성의 본격적인 등장이 그리 오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1876년 ‘리틀빅혼전투’에서 제7기병대의 ‘조지 커스터’를 쓰러뜨린 것은 바로 샤이엔족의 여전사 ‘버펄로 카프 로드 우먼’이 쏜 화살이었다. 굳이 유럽의 잔다르크를 거명하지 않더라도 아시아 역사에는 명나라의 ‘와씨부인’과 ‘진양옥’, 수마트라섬 아체술탄국의 ‘크말라하야티’, 인도 남부 라마나타푸람의 ‘벨루 나치야르’, 일본의 ‘나카노 다케코’와 같이 전쟁을 진두지휘한 여성들이 존재한다. 아프리카 역사에도 북아프리카 베르베르족의 ‘디흐야’, 앙골라의 ‘은징가’, 가나의 ‘야 아산테’와 같은 여성 전쟁 영웅들이 등장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군인 여성들이 스스로 ‘신시아 인로’가 제창한 「소리 내어 말하기」를 실천하는 것이다. 스웨덴 여성학자들이 스웨덴 군인 여성들의 ‘미투운동’이 침묵을 깨는 나비효과를 일으켰다는 평가를 내리는 것처럼 한국군 여성들도 군에 내재한 각종 폭력과 괴롭힘에 대해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하는 용기가 필요할 것이다. 더 나아가서 인권 침해로 여겨질 수 있는 군내 다른 소집단의 문제들에 관해서도 열려있는 태도가 요망된다.

    * <국방칼럼> 연재 링크

    필자소개
    국방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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