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투쟁은 사랑을 싣고
    2006년 12월 12일 06:5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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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조합을 만들었다는 이유로 공장에서 집단해고 돼 거리를 헤매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연대투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눈이 맞아’ 잇따라 화촉을 밝히고 있어 화제다.

   
  ▲ 지난 11월 4일 서울 남부경찰서 앞 한 예식장에서 금속노조 신안발브분회 장용진 총무부장과 기륭전자분회 안윤미 조합원이 결혼식을 올렸다  
 

기륭전자분회 김희진 조합원(31)과 현대하이스코 비정규직지회 최현태 조합원(31)은 지난 10일 인천에서 양가 부모를 모시고 상견례를 가졌다. 이들은 내년 2월 4일 결혼식을 올리기로 했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난 건 올해 3월 7일. 집단해고된 하이닉스매그나칩, 현대하이스코, 기륭전자, KM&I 등 금속노조 비정규직 4사 노동자 50여명이 3월 7∼10일 3박 4일간 서울 상경투쟁을 벌였었다.

이 때 최현태 조합원의 눈에 김희진 조합원이 들어왔다. 그는 3박4일간의 힘든 투쟁이 끝난 뒷풀이 장소에서 다른 동료를 통해 그녀의 전화번호를 알게됐다. 상경투쟁을 마치고 순천으로 내려온 그는 문자메세지를 보내고 통화를 하면서 조금씩 애정을 키워갔고, 서울에서 열린 노동자대회 때나 상경투쟁 자리에서 만나 서로를 확인하게 됐다.

김희진 조합원은 "멋있었죠. 잘 싸우고. 현대하이스코 동지들 정말 대단했어요. 그런 모습 보니까 좋았죠."라고 말했다. 세 번에 걸친 고공 크레인 농성을 하면서 비정규직 투쟁을 승리로 이끌었던 현대하이스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신뢰와 믿음이 최현태 조합원에 대한 호감으로 이어진 것이었다.

400km 떨어진 서울과 순천의 거리를 이어준 것은 ‘연대투쟁’이었다. 두 조합원은 연대투쟁이 있을 때마다 만났고, 서로에 대한 사랑을 키워갔다. 누가 먼저 고백을 했냐는 질문에 김희진 조합원은 "최현태씨가 첫눈에 반했다고 했다"고 말했고, 최 조합원도 이를 부인하지 않았다.

현대하이스코 비정규직지회는 120m 크레인 농성으로 회사와 맺은 약속에 따라 오는 12월 31일 2차 복직대상자가 공장으로 돌아간다. 그가 복직대상자에 포함될 경우 당당하게 현장으로 돌아가 내년 2월 순천에서 결혼식을 할 예정이다.

"솔직히 노동운동 처음 하면서 참 세상이 이런 곳이라는 걸 많이 느끼게 되었고, 노동조합 활동을 참 잘했다고 생각했어요. 제 처가 될 사람 만나서 하늘에 별을 딴 것 아닌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나에게 너무나 값진 선물이예요." 최현태 조합원의 말이다.

비정규직과 연대하다 결혼한 정규직 노동자

또 다른 연인이 있다. 이번엔 정규직 노동자가 비정규직 노동자와 연대하면서 사랑으로 맺어진 사이다.

금속노조 신안발브분회 장용진 총무부장(30)과 기륭전자분회 안윤미(25) 조합원은 지난 11월 4일 서울 남부경찰서 앞에 있는 한 예식장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이날 결혼식에는 신안발브 조합원들과 기륭전자분회 조합원들이 떼거지로 몰려와 이들의 결혼을 축하했다. 기륭전자분회의 관할경찰서였던 남부경찰서에서 사복경찰이 이날 결혼식에 왔다는 소문까지 들렸다. 이들은 현재 안산에서 살고 있다.

지난 해 11월 전국노동자대회에서 장용진 총무부장은 안윤미 조합원을 처음 만났다. 깃발을 들고 행진하던 그는 앳띤 여성노동자를 발견했다. "얼굴이 아주 어려 보였어요. 고등학교 막 졸업하고 취업 나와서 노조 만들다 그렇게 됐나보다 하는 연민이 생겼죠."

‘입심’이 좋은 그는 기륭전자 조합원들에게 항상 웃음을 선사했다. "기륭전자 여성조합원들이 깡패들한테 얻어맞고 힘들어하고 쓰러져갈 때 힘이 되고 싶었어요." 그의 얘기에 안윤미 조합원은 호감을 갖게 됐고, 둘은 오빠 동생 사이가 됐다. 그러던 와중에 투쟁에서 지쳤던 안윤미 조합원이 노동조합을 탈퇴하려고 했었고, 장용진 부장이 "힘들어도 참아보자"며 그녀를 붙잡았다. 이를 계기로 연인사이가 됐고 결혼에 골인하게 됐다.

김윤미 조합원은 "노동조합 활동하고 뉴스에 많이 나오면서 부모님이 위험하지 않냐고 걱정을 많이 하셨는데 좋은 사람 만나서 결혼하니까 아주 좋아하신다"고 말했다.

신한발브 이규선 분회장은 "장용진 부장은 평소 연대투쟁을 열심히 다니는 친구"라고 소개했다. "지금 비정규악법 날치기된 걸 무효화시키고 제 처도 현장에 복귀해서 일할 수 있는 그런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 12일 공장에서 잔업을 하다가 전화를 받은 장용진 부장의 작은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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