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카오 없는 삶 생각한다
    [시선] "이 공룡은 모든 걸 삼킬 것"
        2021년 09월 17일 09:3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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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에 일어나 카카오톡 메시지가 있는지 본다. 오전에 카카오페이로 무언가의 대금을 결제한다. 점심시간에 들른 식당에서 “QR 하세요.”라고 말하고, 카카오톡을 통해 그것을 한다. 카카오 대리를 부르기도 하고 카카오 택시를 부르기도 한다. 주말이면 카카오페이지에서 판타지 소설이나 로맨스 소설을 읽는다. 야나두로 영어 공부를 하기도 한다. 카카오는 어디에나 있고, 한국 사회에서 카카오 없는 삶을 사는 이는 거의 없다.

    모바일 메신저라고 하는 것이 생겼을 때, 그리고 그것이 ‘무료’로 제공된다는 것을 알았을 때 나는 매우 궁금했다. 이들은 어떻게 수익 없이 이러한 거대한 일을 벌였을까? 이들은 어떻게 돈을 벌려고 하는 것일까. 시간이 지나면서 그것을 알 수 있었는데, 그들은 수천만 명이 사용하는 모바일 메신저를 기반으로 돈 냄새가 풍기는 곳을 향했다. 그 과정에서 그들은 그 어떤 동정심도 보이지 않았다.

    며칠 전 카카오는 “골목상권 논란 사업 철수, 파트너 지원금 3,000억 원 조성 등을 골자로 한 상생 방안”을 발표했다. 상생이라. 혼자 죽고 싶지는 않다는 얘기이지, 누군가를 살리자는 얘기는 아니라는 느낌이 물씬 풍긴다. (관련 글 링크)

    카카오가 어떤 기업인지를 살펴보기 위해, 글의 진위를 100% 확신할 수는 없으나, 참고할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하여 카카오 직원이 쓴 것으로 보이는 글을 통째로 인용하고자 한다.

    카카오 직원들이 이번 사태 통쾌해하는 이유

    이유는 간단해. 카카오는 브라이언(김범수)과 그 라인을 잡은 사람들의 놀이터가 되었어. 며칠 사이에 주가가 20% 빠졌지? 김범수랑 패밀리들은 속이 좀 쓰릴 거야. 하지만 직원들은 카카오 주식, 스톡옵션이 거의 없으니 이번 사태가 터져도 달라질 일이 없거든.

    카카오가 어떻게 망가졌는지 이야기해줄게

    1. 카카오는 성골 브라이언과 진골 패밀리들로 나뉘어. 지금 카카오 공시된 회사만 100개가 넘지? 그거 다 김범수가 친한 사람들 회사 쇼핑하면서 엑시트 시켜주고 카카오 브랜드 로열티 이용해서 매출대비 수수료 빨아먹는 식이야. 마일스톤 없이 회사를 사들이고 전략 없이 카카오 브랜드 붙여주면 매출은 무조건 클 테니까 이런 식으로 무한확장 했지

    2. 브라이언의 진골 패밀리들은 다시 낙하산들을 각각 꽂아 넣어. 낙하산들은 범죄 수준의 화려한 경력이 있는데 법인카드로 비트코인을 사든, 임원이 직원을 성추행을 하든, 멱살을 잡고 욕설을 갈기든 진골 패밀리라는 이유로 봐주고 대표이사로 영전하는 회사가 바로 카카오임.

    3.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직원들한테 브라이언이 “Winter is Coming” 이러면서 펭귄끼리 우둥켜 안고있는 이미지 보여주며, 인센 100씩 때렸어. 대신 경영진들은 스톡옵션을 몇만주, 몇십만주를 뿌렸지. 코로나 수혜로 주가는 하늘 모르고 뚫고 실적은 좋아지는데, 브라이언은 입 싹 다물었어. 이젠 연봉 좀 올려줘도 되지 않겠냐는 말에 브라이언이 나는 공산주의가 싫다는 명언을 날리셨지. 직원들은 벼락거지가 되었고 진골인 패밀리들은 벼락부자가 되었지.

    4. 브라이언이 꼽아 넣은 진골, 그리고 그 진골들이 투척한 낙하산들이 회사 문화를 망쳐놓기 시작해. 카카오 유서사건 터지고 나서 몸 좀 사리나 싶더니 뺨을 때렸다는 글이 올라오지 않나 욕설과 폭언을 들었다는 글이 올라오지 않나. 카뱅 상장 전날에 흥겨웠는지 임원 회의실에서 와인파티해서 방역수칙 위반으로 과태료 먹음. 오늘도 평화로운 카카오야.

    5. 임신부한테 초과근무시키고 야근수당 안 준 걸 직원들이 신고해서 근로감독 나왔어. 인사팀이 화 바락바락내면서 공지글에 “매우 유감”이라고 쓴 명언이 아직도 회자되는 중이야. 그리고 청와대 간 부사장 통해서 근로감독 넣은 사람을 찾고 있다니, 이미 찾아서 불이익 준다니 흉흉한 소문도 돌았지

    6. 케이큐브홀딩스라고 카카오를 지배하는 모회사가 있는데 거기 모회사 임원들이 다 김범수 자기 자식들 가족들. 명목상 사무실 주소는 이지빌딩인데 그들이 출근하는 건 한번도 못봄ㅋㅋ 하지만 급여는 빵빵하게 넣어줌.

    7. 브라이언이 자녀에게 증여한 주식이 전사 전직원들에게 나눠준 자사주 총합보다 더 많음. 자식사랑은 여전한가 보시다. 브라이언임팩트인가 하는 재단도 사실상 왼쪽 주머니를 오른쪽으로 옮기는 용도라고 말이 많았지.

    8. 브라이언이 요즘 좀 후달리는지 ESG경영한다고 선언하고 거기 TF장으로 동부지검 부장검사를 영입해옴. 쫄리는 거 엄청 많으신가보다

    9. 요약하면 김범수와 그 패밀리들은 벼락부자가 되었고 회사 쇼핑이 취미이자 전략이 되어버린 김범수 밑에서 제대로 된 비전도 못보고 멱살 잡히고 괴롭힘 당하는 직원들은 은근 통쾌해 하는중. 공정거래위원회가 더 탈탈 털어줬음 좋겠다! (글 출처 링크)

    IT 기업은 ‘진보적’이라고 누가 말했을까. 이 근거 없는 환상은 의외로 강한 힘을 가지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위의 글에서 알 수 있는 것은, 이 기업은 어떤 개인과 그의 가족, 그리고 ‘진골들’을 위해 움직이고 있으며, 이미 보도된 기사들을 보건대, 그 과정에서 노동자들의 권리를 철저히 무시하고 있다. (관련 링크)

    대표적인 ‘서민’들인 대리 기사와 택시 기사들의 등골을 빼고 있다는 것 역시 잘 알려져 있다. (관련 링크)

    문제는 카카오 자체만은 아니다. 소위 기업이라는 것의 목표가 돈을 버는 것임은 누구나 알 수 있다. 문제는 어떤 방식으로 돈을 버는가이고, 그 과정에서 규칙을 지켰는가인데, 놀랍게도 상황은 이러했다.

    카카오가 93개사 삼킬 때, 정부 제재 한번도 없었다.

    감시망에도 걸리지 않았다. 인수된 모회사에 딸려온 자회사들을 묶어 계산하면 총 64건의 인수합병이 있었는데, 이 중 9건만 공정위에 신고가 접수됐다. 나머지는 현행 기준상 신고 대상 자체가 아니었다. 공정위는 기업결합을 하는 기업 중 한쪽의 자산이나 매출액이 3000억원 이상이고 다른 쪽은 300억원 이상인 경우에만 신고토록 하고 있다. 카카오가 대체로 소규모 스타트업을 사들인 터라, 공정위의 감시망에서 벗어났다는 얘기다.

    신고가 접수된 9건 중에서도 5건은 간이 심사만 받았다. 간이 심사란 공정위가 경쟁제한성(독과점 정도)을 분석하지 않고 신고 내용의 사실 여부만을 보는 것을 가리킨다. 실질적인 심사는 이뤄지지 않는 셈이다. 카카오는 마음골프(스크린골프), 야나두(영어교육), 가승개발(골프장) 등을 인수합병할 때 모두 간이 심사만 받았다. 엄격한 심사를 피해간 이유는 해당 사례가 ‘혼합결합’으로 판단됐기 때문이다. 혼합결합은 인접 분야의 기업끼리 인수합병하는 경우를 가리킨다. 같은 분야에 있는 업체 간의 ‘수평결합’이나 같은 공급 사슬에 있는 업체 간의 ‘수직결합’와 대비된다. 혼합결합은 대부분 경쟁제한성이 낮다고 추정돼 기업결합 승인을 받기가 수월하다.

    정식 심사를 받은 경우는 4건뿐이었다. 로엔엔터테인먼트와 엑스엘게임즈, 넵튠, 애드엑스가 여기에 해당했다. 이들도 심사 결과 경쟁제한성이 적은 것으로 인정돼 모두 기업결합 승인을 받았다.(관련 링크)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그 이유를 이런 점들에서 살펴볼 수 있다. 정혜승이라는 이는 2017년 1월 카카오 커뮤니케이션정책실 부사장으로 임명되었는데,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뉴미디어비서관(현재 디지털소통센터장)이 되었다. 2018년에도 선근형 카카오 미디어파트장이 국무총리실 산하 인사혁신처 대변인으로 자리를 옮겼다. 2019년에는 더불어민주당 카풀 태스크포스(TF)에서 활동하던 권칠승 의원의 보좌관이 카카오의 대외협력실에 입사했다.

    이용우 전 카카오뱅크 대표이사는 2020년 1월 12일 더불어민주당의 7호 영입 인재로 입당하여 2020년 2월 24일 제21대 총선 경기 고양시 정 지역구에 전략 공천되었고, 제21대 총선에서 경기 고양시 정 국회의원으로 당선되었다.

    이 ‘새로운’ 기업은 놀라울 정도로 구태를 답습하고 있으며, 문재인 정부 하에서의 그들의 폭발적 성장은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비대면의 시대’의 도움도 얻었지만, 정부의 도움을 더 많이 받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카카오는 그래서 이 시대의 문어가 되었다. 그 표현도 후한데, 문어는 여덟 개의 발만을 가지고 있고, 카카오는 이러하다.

    출처: https://bestcpacta.tistory.com/484

    출처: http://www.thebell.co.kr/free/content/ArticleView.asp?key=202101200704246960106564&lcode=00

    카카오는 혁신적이지 않다. 오히려, 1970년대 박정희 시대에 소위 재벌들이 하던 짓을 반복하고 있다. 지배구조를 보면 카카오는 ‘가족 사랑’이라는 참으로 오래 묵은 가치를 철저히 숭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노동에 관한 생각은 ‘구사대’가 쇠파이프를 휘두르던 전두환 시대의 기업들과 전혀 다르지 않다.

    2020년대를 ‘대표’하는 기업은 이토록 저열하다. 기술 발전이 사람들의 삶을 더 좋아지게 할 것이라는 주장이 올바르지 않음은 지난 200여 년 동안 철저하게, 혹은 처절하게 증명되었다. 그러므로 IT 기업이라는 이유 하나로 그들은 면죄부를 받을 수 없다.

    카카오의 성장 과정에는 온갖 불법이 있었다. 예를 들어 이런 것도 불법이었다.

    네이버파이낸셜과 카카오페이, 토스 등 금융 플랫폼은 오는 25일부터 사용자를 상대로 펀드, 연금 등 다른 금융사의 투자상품을 비교·추천할 수 없게 된다. 금융당국이 이를 미등록 중개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해서다.

    7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제5차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상황 점검반 회의를 열고 이같은 판단 내용을 핀테크 업체들과 공유했다고 밝혔다. 일부 핀테크 플랫폼이 중개 서비스를 ‘단순 광고 대행’으로 영업해왔으나, 금융당국의 검토 결과 미등록 중개 행위로 판단된다는 내용이다. (관련 글)

    그들은 범죄자들을 카카오의 채널에서 활동하도록 방조한 혐의로 고발당하기도 했다.(관련 링크)

    전자상거래법을 위반하여 과징금을 받았고(관련 링크),근로기준법을 지키지 않았다(관련 링크).

    대한민국의 ‘재벌’들 중 감옥에 간 적이 없는 이는 드물다. 신자유주의자들은 헛소리를 할지 모르나, 한국이라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범법 행위는 대기업 경영에 있어서 빠져서는 안 되는 요소였다. 신흥 재벌 카카오도 그 길을 걷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누구도 스스로 자신의 돈줄을 버리지 않을 것이다. 카카오는 외부의 공격이 있기 전까지는 그 어떤 양보도 하지 않았다. 이런저런 얘기가 나오자 3,000억 원의 ‘상생 자금’ 운운하며 빠져나가려 한다. 며칠 동안 증발한 카카오 문어발 집단의 주가 총액을 고려하면 3,000억 원은 ‘코 묻은 돈’일 뿐이다. 공격하지 않으면 그들은 물러서지 않는다. 전방위로 압박하지 않으면 그들은 1700년대 영국 노동자들의 상태로 노동자들을 몰아갈 것이다. 모든 시민을 상대로 부당 이득을 추구할 것이다.

    고삐 풀린 말처럼 날뛰던 카카오에 제재가 가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런 제재가 미봉책일 뿐일 수도 있음을 우리는 역사를 보면 알 수 있다. 언론과 시민사회와 책임성 있는 정당들은 카카오가 날뛰지 못하게 하는 일에 나서야 할 것이며, 개인들도 카카오 공화국의 도래를 막기 위해 생각하고 행동해야 할 것이다.

    나는 모바일 메신저 시장에서의 카카오의 독점을 깨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힘들 수도 있겠지만, 대안이 없는 것은 아니다. 카카오톡보다 보안성이 뛰어난 메신저는 존재한다. 덜 사용될 뿐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다음을 결심했다. 카카오 대리 기사를 부르지 않을 것이다. 이는 당연한데, 나에게는 차가 없다. 카카오 택시를 이용하지 않을 것이다. 카카오뱅크를 이용하지 않을 것이고, 카카오페이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지하철과 버스를 이용하면 되고, 택시를 부득이하게 탈 때는 조금 더 기다리면 된다. ‘~페이’는 우후죽순처럼 생기고 있다.

    남는 것은 카카오톡인데, 기존에 만들어진 단체 톡 방은 되도록 텔레그램 등으로 갈아타게 시도할 것이다. 일대일 대화의 경우 서서히 다른 메신저로 갈아탈 것이다. 내가 할 수 있으면, 다른 이도 할 수 있다고 믿는다.

    나는 불매운동 같은 것을 언제나 ‘하수’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생각이 바뀌었다. 카카오에 대한 저항은 우리의 존엄을 위한 최소한의 움직임이다. 카카오 없는 삶을 당장 이루지는 못할 것이지만, 아무런 저항을 하지 않는다면 이 공룡은 모든 것을 먹으려 들 것이다. 그 먹잇감은 택시 기사나 대리 기사만이 아닐 것이다.

    카카오 없는 삶을 살며 나는 그것이 가능함을 입증할 것이며, 충분히 자신감을 가지는 순간 다른 이들의 동참을 촉구할 것이다. 두 달 후에 그러겠다고 다짐하며 글을 마친다.

    카카오사우로스

    필자소개
    레디앙 기획위원. 도서출판 벽너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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