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병완 "사회에 파쇼적 분위기가 넘실거린다"
        2006년 12월 11일 06:1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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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은 11일 뉴라이트 진영의 ‘교과서포럼’이 최근 내놓은 ‘한국 근현대 대안 교과서’ 시안을 "특정세력이 꿈꾸는 우리 역사에 대한 역모사건"으로 규정하면서 "(사회 전반에) 파쇼적 분위기가 넘실거린다"고 주장해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이 실장은 이날 청와대브리핑에 올린 ‘대통령 비서실 직원 여러분께 – 2006년 한 해를 보내며 드리는 글’을 통해, "(우리 사회를 선진국이라고 자임할 수 없는 이유를) 대한민국 지성과 언론의 위기에서 찾고자 한다"며 "2006년에는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중요하고 상징적인 세 가지 사건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파쇼적 분위기가 넘실거린다"

    이 실장은 먼저 ‘교과서포럼’의 이른바 ‘한국 근현대 대안교과서’ 시안 발표를 꼽았다.

    이 실장은 "’교과서포럼’은 일제 식민지 시대를 ‘근대로의 주체적 이행 과정’이고, ‘이 땅에 시장경제와 사회간접자본이 도입, 구축되고 도시화, 산업화 등이 이뤄진 근대적 경제 성장기’라고 서술하고 있다"며 "이런 논리는 식민시절 일제가 이른바 ‘문화통치’로 식민지배 전략을 바꾸면서 조선인들에게 신문을 발행하게 하고, 학교를 보급하면서 줄곧 이 땅의 지식인들을 일본화시키던 궤변들"이라고 지적했다.

       
    ▲ 청와대브리핑에 실려있는 이병완 비서실장의 글.
     

    이어 "보수를 가장한 극우 세력의 정파적 책략에 의해 우리 역사가 일본의 주변부 역사로 뒤집혀지고, 한민족의 혼과 맥을 끊으려 했던 강점과 침탈의 일제시대가 사실상 찬양되고, 피로 얼룩진 민주화 역사가 짓밟히는데도 대다수 지성과 대다수 언론이 침묵내지 방관을 하고 있다"며 "무서운 현실이고, 두려운 현상이다. 파쇼적 분위기가 넘실거린다"고 했다.

    "헌법과 헌정은 극우세력의 사유물"

    이 실장은 전효숙 헌재소장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처리과정도 ‘중요하고 상징적인’ 사건으로 들었다.

    이 실장은 "한나라당은 반대와 찬성마저 거부한 채 단상 점거를 통한 물리력으로 의회민주주의의 요체인 표결절차마저 봉쇄했다"면서 "전효숙 헌재소장 임명동의안의 철회는 우리 의회민주주의의 조종이나 다름 없다"고 주장했다.

    이 실장은 "이 명백한 불합리와 부조리에 대한 언론과 지성의 침묵과 외면"을 "더 큰 문제"로 규정하면서 "한 때는 국민모두에게 생소한 관습헌법의 논리까지 끄집어 내 법리적 쟁투를 벌였던 법조계는 물론이고, 대부분의 언론과 지성들마저 이 사안의 본질을 외면한 채 동네 불싸움 보듯 구경하고 있었다.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이 실장은 "유신, 5공을 거치며 헌정과 헌법은 그들(극우세력)의 사유물이 된 지 오래됐다"고도 했다. 이 실장은 전 후보자를 ‘드레퓌스’에 빗대기도 했다.

    그는 "전효숙 전 재판관에게 덧씌운 허위의 거품들을 보면서 우리 사회에도 1900년대초 프랑스를 휩쓸던 반셈족주의와 같은 극우의 광기가 흐르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여성’, ‘호남’, ‘비주류’, ‘진보’, ‘코드’…. 내장된 색깔론을 애써 감추면서 그들은 적반하장식으로 헌정수호라고 호도했다"고 했다.

    결국 비판의 과녁은 ‘언론’

    이 실장은 끝으로 최연희 전 한나라당 사무총장의 동아일보 여지가 성추행 사건을 "우리 민주주의의 후진성과 아직도 잔존하는 일부 언론계의 깊은 내상을 드러낸 상징적 사건"으로 규정하면서 "과거 벌건 대낮에 벌어졌던 권언유착구조가 사라진 뒤 어두운 야밤에 생겨난 정언유착관계의 일단이 성추행 사건으로 드러났을 뿐"이라고 했다.

    이 실장은 앞서 든 세 개의 사건은 "이 시대의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중요한 사건"이라면서 "그 사건의 중심엔 항상 ‘언론’이 자리잡고 있다"고 했다. 그는 최근 언론의 행태를 "스스로 민주주의의 파수꾼이자 감시견으로서의 소임과 역할을 포기하고 외면하는 ‘정치언론’과 ‘언론정치’"로 요약했다. 결국 비판의 과녁은 ‘언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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