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레기의 오만과 깨시민의 자만
    [책소개]『미디어 리터러시의 혁명』(손석춘/시대의창)
        2021년 09월 11일 10:0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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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찰 없는 정파적 언론개혁론과
    고루한 미디어왕정·신방복합체의 적대적 공생

    이 책은 1990년대 《신문 읽기의 혁명》, 2000년대 《여론 읽기 혁명》, 2010년대 《주권 혁명》 등의 저작과 기자, 논설위원, 노동조합 및 시민단체, 교수 활동을 통해 언론개혁운동의 기수로 살아온 손석춘(현 건국대학교 교수)의 신작이다. 저자는 특유의 날카로운 문제의식과 유려한 필체로 2020년대의 시대정신을 밝히기 위해 한국 사회에 필요한 핵심 역량, “미디어 읽기의 혁명”을 민중 스스로의 힘으로 개척해나갈 것을 역설한다.

    촛불혁명으로 닻을 높이 올린 한국 사회의 진보적 발전은 현재 큰 난관에 봉착해 있다. 우리가 촛불을 들어 밝혔던 높은 포부와 큰 이상은 실현되지 못한 채 지지부진하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저자는 이를 밝히고자 긴 시간 한국 사회를 지배했던 오만한 세력들, 특히 권언유착과 신방복합체를 통해 사회의 ‘아젠다’를 세팅하고 왜곡했던 미디어왕국 적폐 “기레기”들의 역사를 복기한다. 그리고 이들의 청산을 외쳤던 “깨어 있는 시민”들의 일부가 어떻게 대중으로부터 이탈하여 자만하면서 새로운 권력을 형성하고 몰지각한 선입견과 적대의식에 사로잡힌 또 다른 ‘괴물’이 되었는지 또렷이 되살핀다. 얼핏 치열하게 대립하는 듯 보이지만 사실상 한국 사회 상층부 20퍼센트의 내로남불·아전인수·이전투구, 즉 적대적 공생의 장에 불과한 주류 미디어의 현실을 직시하고 다시금 언론개혁을 위한 의제들과 기본 정신을 재장전할 것을 호소한다.

    외부 환경의 변화는 언제나 많은 가능성을 제공하지만, 이를 사용하는 인간이 바로 서지 않으면 오히려 독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누구나 방송을 만들고 유통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오히려 가짜뉴스의 창궐로 이어지고, 촛불혁명 이후 정권의 교체가 수많은 ‘지식인과 운동가들의 퇴행’을 불러온 현상에서 잘 알 수 있다. 조·중·동 신방복합체의 ‘오만’과 깨시민의 ‘자만’이 미디어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지금, 결국 그 치유책은 민중의 “촛불”에 있다. 이는 스스로의 내면의 어둠까지도 비추는 엄격하고 정의로운 것이어야 한다. 저자는 미디어 리터러시 혁명의 본질, 오만과 자만을 넘어선 새로운 미디어의 핵심을 한마디로 “촛불의 촛불”이라고 이야기하면서, 민중언론의 새로운 시대가 그로부터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기레기’의 오만과 ‘깨시민’의 자만이 부른 언론 불신시대

    누구도 언론을 믿지 않는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도록 조장해온 언론들이 자초한 필연적인 결과다. 더 구체적으로는 ‘기레기’로 지칭되곤 하는 여전한 미디어왕국의 신방복합체들이 대중을 기만하며 형성한 ‘갈등구조’적 한국 공론장의 필연적 붕괴이자 그에 맞서 미디어혁명의 파고를 높이는 듯 보였던 ‘깨시민’(이제는 멸칭에 가깝게 쓰이고 있다)들이 가치와 철학 없는 오롯한 정파적 관점에 파묻혀 버리면서 언론개혁 전선을 변질시킨 파국적 결과다. 최근의 언론중재법 논란에서도 드러나듯, 보편적 언론 가치는 사라지고 오로지 정치 집단의 자기 이익을 위한 이전투구만이 가득하다. 저자 손석춘은 한국의 미디어 지형에 일대 전환이 절박하고 이를 위해서는 미디어 리터러시에 혁명이 필요하다는 절실함에서 이 책을 집필하였다. 세상을 자기 것이라고 생각하고 마구 펜대를 휘둘러온 이들의 ‘오만’과 그에 대항하는 자신들의 한계를 의식하고 성찰하지 않은 이들의 ‘자만’을 이제는 넘어서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언론개혁운동의 관점에서 본 한국 언론의 역사

    누구나 언론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열린 시대’에 역설적으로 한국형 미디어왕국의 여론 독과점이 더욱 커지고, 민주주의가 더욱 확산되어야 할 촛불혁명 이후 시대에 언론의 ‘정파주의’는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해지고 있다. 저자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대중, 즉 민중의 미디어 역량 강화가 필수적이며 이를 위해서는 한국의 미디어와 공론장의 역사와 최근의 정치경제적, 사회적 현실을 넘나들며 파악해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주목해야 할 두 주체, ‘기레기’와 ‘깨시민’을 핵심 소재로 “언론자본” 형성의 역사(1부)와 “깨시민 현상”에 대한 미디어적 분석(2부)을 진행한 이유다. 기자, 논설위원, 노동조합 및 시민단체, 교수, 작가 활동을 통해 30여 년간 언론개혁운동의 일선에서 싸워온 저자만이 정리하고 제시할 수 있는 내용을 책에 담았다.

    1부 “기레기 현상의 뿌리: 언론자본”에서는 2020년대에도 여전한 조·중·동 미디어왕국의 풍경과 언론사 내부의 피라미드 구조, 근대부터 현대까지 한국 미디어 공론장 형성의 역사적 과정을 다뤘다. 외세에 부역하고 독재와 결탁한 수구 적폐 권언유착 실례들, 1975년과 1991년 두 차례의 동아사태로 대표되는 언론사 내부의 대투쟁 그리고 1980년대 보도지침, 1990년대 공직자 사상검증, 2000년대 안티조선 운동, 언론사 세무조사, 누더기가 된 신문법 역시 다뤘다. 2부 “깨시민 현상과 미디어혁명”에서는 언론자본에 대항하며 출현한 “깨어 있는 시민”들의 짧았던 빛과 긴 그림자를 다뤘다. 2000년대 미디어혁명(이에 대한 반작용이 2010년대의 미디어법, 종편, 국정원 댓글부대다)과 함께 등장했던 대통령 노무현의 집권 후 잘못된 행보에 대한 비뚤어진 변호는 정파적 관점의 언론개혁론이 생겨난 출발점이었다. 그의 비극적인 죽음 이후 “깨시민”들은 초심을 찾지 못하고 오히려 시청 거부와 구독 중단을 무기로 성찰 없는 정파주의에 더욱 집중했으며, 그 결과가 지금 시기 조국 사태 등 문재인 정부의 여러 실정으로 이어졌다. 무엇보다도 깨시민들은 그들의 ‘적’이 신봉하는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에 침윤되어 ‘민중’이라는 말조차 불편해하며 잘못된 선입견과 적대의식에 사로잡혀 있다. 어떤 깨시민들과는 달리, 많은 깨시민들이 그들이 신봉하는 이념의 수혜자, 이른바 한국 사회의 20퍼센트에 속하지 못하는 ‘민중’이라는 점은 안타까운 일이다. 저자는 현재 미디어로부터 파생되는 일종의 집단최면 논리가 대중에게 큰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지적한다.

    미디어혁명의 길에서 당신을 만나고 싶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새로운 길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이미 존재하는 길을 다시금 촛불로 밝혀야 할 때다. 진실, 공정, 권력 감시라는 언론의 3대 보편 가치를 바탕으로 민주주의를 정확히 다시 실현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종편, 공영방송, 통신사 및 신문사를 포괄하는 총체적 개혁 전략을 뚝심 있게 수행해야 한다(관련 세부사항을 이 책의 2부 4장에서 상세히 다루고 있다). 무엇보다도 ‘민중’(저자는 이 단어의 본래 모습과 뜻을 대중이 자유롭게 누리는 것을 매우 중요한 문제로 본다)에 의한, 민중을 위한 언론의 시대를 철학적으로 정립하고 행동을 통해 만들어나가야 한다. 기자記者의 어원에서도 찾아볼 수 있듯, 역사를 만드는 사람은 누구나 언론인이라고 할 수 있다.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으로 ‘직업 기자’와 ‘직접 기자’가 공존하는 지금 시기,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고 새로운 세상을 꿈꾸며 직접 만들어가고자 하는 시대정신의 정립은 실현 가능하면서도 아주 절박한 민주주의의 과제다. 쉬운 일만은 아니지만, 민중언론 시대는 조금씩 다가오고 있다.

    진실과 공정, 권력 감시의 철학이 실제 신문 지면과 방송 화면에서 구현될 때 언론개혁이 이뤄지고, 그 가치를 민중들이 스마트폰을 비롯한 자기 미디어에 담아갈 때 언론혁명이 이뤄진다. 미디어 리터러시의 혁명을 통해 철학적 성찰과 언론이 추구해야 할 가치를 모든 시민이 하나하나 재장전해야 할 이유다. 이 책은 최근의 미디어 환경에 답답함을 느끼며 진정한 미디어혁명을 갈망하는 독자들에게 반가운 길라잡이로 손을 내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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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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