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한-노 "부동산 정책 불꽃 공방"
        2006년 12월 11일 04:5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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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동산 정책을 놓고 여야간에 불꽃튀는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10월부터 재점화된 부동산값 폭등 논란이 계기가 됐다. 각 정당은 집 없는 서민에게 보다 싼 값에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방안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홍준표 – 이계안 – 심상정 법안 경쟁

    홍준표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달 ‘대지임대부 분양주택 공급촉진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발의했고, 한나라당은 이를 당론으로 채택했다. 이계안 열린우리당 의원은 지난 8일 ‘환매조건부 분양주택 공급을 통한 내집마련 특별법’을 발의했다. 이 역시 열린우리당 당론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은 모든 공공택지에 대해 공공기관이 직접 공공주택을 지어 집 없는 서민에게 임대하거나 분양토록 하는 내용의 관련 법안을 내주 중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들 법안들은 강조점을 조금씩 달리하고 있지만 서로 겹치는 내용도 제법 있다. 또 상호 보완적인 성격도 강하다. 법안 심의 과정에서 하나의 흐름으로 수렴될 수 있는 여지가 많아 보여 향후 처리 과정이 주목된다. 

    이들 법안들은 하나의 공통적인 전제를 깔고 있다. 주택은 재산이나 자산증식의 수단이 아니라 ‘주거공간’이라는 사실이다. 이는 현 부동산 정책 논쟁이 상호 접점을 찾기 힘들었던 과거의 논쟁과 성격을 달리하는 지점이다. 또 현재의 논쟁이 생산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홍준표 ‘대지임대부분양안’의 장점은 토지불로소득 차단

    홍준표 의원이 제출한 ‘토지임대부분양안’은 공공택지에 아파트를 지은 후 건물만 떼어 분양하는 방식이다. 토지는 분양하지 않고 임대료를 받고 빌려주는 형식이다. 구매자는 분양받을 때 건물값만 내면 되기 때문에 구입비용이 대폭 줄어든다. 토지가격 상승에 따른 불로소득을 차단하는 효과가 있다.

       
      ▲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
     

    홍 의원은 이 안에서 무주택자와 서민을 분양 우선순위로 정하고 1가구 1주택만 공급하도록 했다. 최초 분양자로 선정된 날부터 10년이 지나면 전매가 가능하다. 대지의 임대기간은 40년으로 정했으며 계약을 갱신할 수 있도록 했다. 주택의 용적률은 현 200%에서 400%로 대폭 높였다.

    흔히 이 안을 ‘아파트 반값 공급안’이라고 하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 땅과 건물을 모두 합쳐 반값에 파는 게 아니라 건물만 팔 때 반값이 된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은 이를 두고 "2개에 2,000원 받는 사과를 1개에 천원 받고 팔겠다는 것"이라며 "아파트 반값은 사기"라고 했다. 홍 의원은 "아파트 반값은 정치적인 표현일 뿐"이라고 대응했다.

    홍 의원의 안에 대한 긍정적 평가는 주로 분양가를 대폭 낮출 수 있다는 데 맞춰진다.

    심상정 의원은 "땅값 상승에 따른 불로소득의 사유화를 막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집(아파트)값에 땅값이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분양가가 큰 폭으로 낮아진다는 게 장점"이라며 "지역에 따라서는 ‘아파트 반값’도 얼마든지 가능하리라 판단되고 일정한 소득 이상의 계층에게 내집 장만의 길을 열어줄 수 있을 뿐 아니라, 주변 집값 안정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주거환경 악화, 건설사 폭리 구조 방치, 10년 후 전매허용 등 문제

    그러나 비판도 만만치 않다. 가장 먼저 제기되는 건 주거환경의 문제다. 즉, 용적률을 대폭 높인 것이 주거환경의 악화를 불러올 것이라는 점이다.

    용적률을 높이면 건물의 층수가 올라간다. 타워팰리스 같은 고층건물로 된 아파트 단지를 생각하면 된다. 이렇게 되면 주변 교통 여건이 악화되거나 스카이라인을 해칠 수 있다.

    홍 의원이 용적률을 높인 것은 민간건설업체를 끌어들이기 위한 유인장치다. 지대 차익 없이 건물을 공급하는 것만으로 일정 이윤을 보장하려면 건물의 규모를 키울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이와 연동되는 것으로, 홍 의원의 안이 건설사의 폭리 구조를 방치한다는 지적도 있다. 홍 의원은 이번 법안에서 건설사의 분양원가 공개안을 채택하지 않고 있다.

    김헌동 ‘경실련 아파트값 거품빼기’ 운동본부장은 이를 두고 "건설업체가 거의 2배를 남겨먹고 있으니 그런 것들만 제대로 검증하고 적정 이윤만 법대로 챙기도록 하면 분양가 반값이 그냥 된다"며 "저희 것(아파트 원가공개안)과 홍준표 안대로 하면 ‘반에 반값’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홍 의원은 "1잔에 5천원 하는 스타벅스 커피의 원가가 얼마인지 아느냐"며 "원가공개는 자본주의에서 가능한 방식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최초 분양일로부터 10년이 경과하면 전매가 가능하도록 한 것이 투기수익을 온존시키고 부동산값을 높이는 요인이 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이계안 의원은 "홍 의원은 땅값 때문에 집값이 오른다고 하는데 중국 푸동지구의 경우 정부가 땅을 임대하는 방식으로 분양해도 부동산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고 지적했다.

    홍준표 법안 강제조항 없어 ‘안 지어도 그만’

    홍 의원의 안에는 ‘대지임대부 분양주택’에 대한 강제조항이 없이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다. 이것이 이 법안을 유명무실하게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심상정 의원실 손낙구 보좌관은 "홍의원 법안은 중앙정부나 지방정부가 대지임대부 분양주택을 우선 건설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돼 있을 뿐 최소 몇 % 이상 짓는다는 ‘강제조항’이 없이 대통령령으로 위임하고 있다"며 "공공택지에는 전부 다 지어도 부족한 마당에 ‘짓고 싶으면 지을 수 있다’는 정도로 해놓았으니 ‘안 지어도 그만’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헌동 본부장도 "대통령령이 정한다는 건 대통령이 안 한다든지 건교부 장관이 안 해도 된다는 얘기"라며 "법안에 대지임대부 건물분양 방식으로 조성된 택지는 반드시 건물만 분양해야한다, 또 민간에게 매각해선 안 된다, 이렇게 돼야지 시행령으로 그걸 위임한다는 건 결국 할 의지가 없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홍 의원은 "법으로 국가 정책을 전부 몇 %로 강제하는 것은 옳은 법 기술이 아니다"며 "국가의 의지 문제로 대통령령으로 위임해서 국가가 정책적으로 얼마든지 확대할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계안 ‘환매조건부분양안’의 장점은 저렴한 분양가 및 투기수익 차단

       
      ▲ 이계안 열린우리당 의원
     

    이계안 의원이 지난 8일 발의한 ‘환매조건부분양안’은 국공유지에서 공공기관이 싼 값에 실수요자에게 주택을 공급하되 반드시 나중에 공공기관에 되팔도록 해서 과도한 양도차익을 막는 방안이다.

    무주택자나 해당 지역 내 토지나 건물을 소유하거나 임차하여 5년 이상 사용한 자에 대해 분양토록 규정하고 있다. 단, 2번 이상 환매조건부주택을 공급받은 자는 분양 대상에서 제외했다. ‘의무거주기간’은 5년이다.

    이 의원의 안이 ‘토지임대부 분양안’과 다른 점은 크게 세 가지다.

    먼저 건물만 분양하는 홍 의원의 안과 달리 토지도 함께 분양한다. 또 최초 분양 10년 후에는 자유롭게 전매가 되도록 한 홍 의원과 달리 나중에 되팔 때는 반드시 공공기관에 되팔도록 규정하고 있다.

    환매가격은 초기 주택공급가격에 영구채 또는 소비자물가상승률을 감안하여 책정토록 하고 있다. 이 의원은 또 분양가를 낮추기 위해 분양원가를 공개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 역시 홍 의원과 다르다.

    ‘환매조건부분양안’의 가장 큰 장점은 주택소유를 통한 투기수익을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 의원의 안도 ‘환매조건부분양안’의 의무 비율을 대통령령에 위임토록 해 강제력이 약하다. 이와 관련, 이 의원은 "송파신도시를 예로 들면 대형일 경우에는 시장에 맡겨야 하는 부분도 있기 때문에 대략 50% 내외 수준에서 환매조건부분양방식으로 공급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심상정 "공공임대주택을 공급을 중심으로 환매, 대지임대 분양 병행"

       
     ▲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
     

    심상정 의원이 내주 중 제출할 안의 골자는 국공유지를 포함한 공공택지에 대해서는 공공기관이 직접 주택을 지어 무주택자들에게 우선적으로 임대하거나 분양하는 방식이다.

    즉, 중앙정부나 지방정부 차원에서 공급하는 주택은 100% 공공주택이 되도록 하는 방안이다. 개발 과정에 민간이 개입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건설업체가 폭리를 취할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이 안에서 무주택자들에게 주택을 공급하는 방식은 크게 세 가지다. 먼저 현재의 영구임대나 국민임대주택처럼 30년 이상 계약기간에 시세보다 훨씬 싸게 임대해주는 공공소유의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것이다. 심 의원측은 주택을 구입할 여력이 없는 무주택 서민의 처지를 감안할 때 이 물량이 가장 많이 공급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리고 나머지는 ‘대지임대부 분양안’과 ‘환매조건부 분양안’을 적절히 섞어 분양한다는 구상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환매조건부’와 ‘토지임대부’가 동시에 적용되는 경우도 생각할 수 있다.

    이를테면, ‘대지임대부’ 방식으로 분양하는 경우에도 되팔 때에는 반드시 공공기관에 되팔도록 함으로써(즉, 환매수 방식을 적용함으로써) 건물값 상승으로 인한 차익을 거둘 수 없도록 하는 내용 등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각 법안 사이 ‘생산적 대화’ 가능할까

    심 의원의 안은 공공임대주택을 중심에 놓으면서 부분적으로 ‘토지임대부’와 ‘환매조건부’ 분양 방식의 장점을 종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같은 안은 ‘토지임대부’와 ‘환매조건부’를 병행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두 가지 안의 병행 적용이 가능하다는 것에 대해서는 홍준표 의원이나 이계안 의원 등도 동의하고 있다.

    홍 의원은 "환매조건부 분양안을 적용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반대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계안 의원도 "주택문제를 시장에만 맡기는 것에는 한계가 있고, 주택정책을 복지 정책의 일환으로 봐야 하는 영역이 있다는 데서 두 안은 인식을 같이 한다"며 "법안 심의 과정에서 수렴될 수 있는 여지가 많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예를 들어 홍 의원의 안에서 10년 후에 전매를 허용토록 한 것은 법안 심의 과정에서 논란이 될 것"이라며 "10년 후에 되팔 때도 공공기관에만 되팔도록 하는 내용을 결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심 의원이 내주 법안을 제출하면 이들 법안은 내년 2월 정기국회에서 본격적으로 검토될 전망이다. 정치권에선 부동산 문제가 내년 대선의 핵심 의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선정국의 문턱에서 주거안정 실현을 요구하는 민중의 압력이 부동산 문제에 대한 정치권의 생산적 대화를 강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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