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업은 어렵게, 해고는 쉽게 만들었다
    By tathata
        2006년 12월 11일 03:5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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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한 노동법 개정안 내용은 노동조합의 노동기본권과 직결되는 단체행동권과 고용안정성을 상당부분 제약하고 있다.

    비록 노경총과 노동부의 9.11합의 내용을 담은 정부 입법안보다는 다소 ‘진전된’ 내용으로 통과되기는 했지만, 애초 9.11 합의안의 기본골격의 내용은 그대로 담겨있다는 평가다.

    따라서 이 법안이 그대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게 되면, 노동자와 노조는 앞으로 ‘파업은 어렵게, 해고는 쉽게’ 되는 현실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한 노동법 관련 개정안들을 쟁점별로 살펴본다.

    필수공익사업장, 장기투쟁 될 가능성 높아

    ▲필수공익, ‘절반의 절반’ 파업 = 필수공익 사업장의 대표적 독소조항으로 알려진 ‘직권중재’가 폐지됨으로 인해 노사 조정 결렬 후 노동위원회에 강제로 중재 회부되고, 노조가 이로부터 15일동안 파업을 벌이면 불법파업이 되는 법적인 제약은 사라지게 된다. 또 혈액, 항공 사업장도 필수공익 사업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파업 참가 조합원의 50%에 한해 대체인력이 허용됨으로써 여전히 노조가 파업을 전개하는데 상당한 압박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단병호 민주노동당 의원은 환노위에서 필수업무유지 인력을 포함한 사업장 전체 종사자의 50%이상이 파업에 참가할 경우 대체인력을 투입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했으나, 열린우리당이 이를 거부함으로써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렇게 되면, 가령 1천여명이 종사하는 병원 사업장에서 조합원 500명을 가진 노조가 100% 전면 파업에 돌입할 경우에는 사용자는 250여명의 대체인력을 투입할 수 있다.  노조로서는 필수업무는 유지하면서도 동시에 절반의 대체인력이 투입되기 때문에 사실상 파업의 효과가 ‘절반의 절반’으로 줄어들게 된 셈이다. 파업의 부담을 느끼지 않는 사용자로서는 노사교섭을 조기에 타결할 필요성이 줄어들게 되므로 노사분쟁이 장기화될 가능성은 더욱 높아지게 된다.

    이에 대해 이상훈 민주노총 정책부장은 “이 법안의 목적이 필수공익사업장의 공익을 보호하기 위함인지 노조의 파업을 봉쇄하기 위함인지 의도가 의심된다”며 “필수업무를 포함한 사업장 50%이상이 근무를 하고 있다면 정상적으로 업무가 진행되는 것으로 봐야 하는데 이를 거부한 것은 파업권을 봉쇄하려는 의도로 밖에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노동부가 정부입법안으로 제출한 필수업무에 대한 노동위원회 중재와 사용자 업무 지정권은 삭제됐으며, 노조가 필수업무유지에 대한 조합원 지명권을 가지도록 한 것은 그나마 노조의 방어권을 지켜냈다는 평가다. 

    부당해고 해도 돈으로 때울 수 있게

    ▲부당해고 돼도 형사고발 못한다 =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10일 “취약계층 근로자들의 근로조건 보호를 위하여 부당해고 벌칙조항의 유지가 필요하다”고 권고한 바 있다. 인권위는 “부당해고에 대한 벌칙조항은 사전예방기능을 갖기 때문에 사회안전망이 미흡한 우리 사회에서 부당해고에 대한 예방은 절실하다”며 “해고분쟁이 빈발하고 점차 증가되고 있는 추세에서 적절한 행정지도를 담보하고 부당해고 금지규정의 규범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벌칙조항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나 환노위는 부당해고 벌칙조항을 삭제했다. 대신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로 확정판결이 날 경우 이행강제금을 부과토록 했으며, 법원에서 부당해고로 판결이 나더라도 노동자가 원직복직을 원하지 않을 때는 금전보상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부당해고 벌칙조항은 근로기준법 가운데 가장 강력한 제재조항으로, 그동안 부당해고로 인해 사업주가 구속된 경우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이 조항은 사업주에게 부당해고를 어렵게 하는 압박수단으로 작용해 왔다.

    하지만 벌칙조항 삭제로 인해 노동자는 부당해고를 한 사업주에 대해 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길이 가로막히게 됐다. 또 법원이 부당해고 판결을 내리더라도 금전보상이 가능해졌기 때문에 오랜 해직으로 인한 생계고에 처한 노동자는 원직복직보다는 금전보상을 택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이는 특히 사용자가 노조활동을 이유로 노조 지도부를 해고한 경우 ‘거액의’ 금전을 제시함으로써 현장 복귀를 막을 수 있는 장치를 마련했음도 동시에 의미한다. 김세희 노무사는 “회사측과의 오랜 분쟁으로 인해 사실상 복직이 어려운 개별 노동자에게는 금전보상제는 유리한 측면이 있지만, 노조에게는 사용자가 언제든 노조를 돈으로 매수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셈”이라고 풀이했다.

    회사 정리해고 해도 노조 싸울 준비 짧게

    ▲정리해고 대항 노조 운신 폭 좁게 = 정리해고 통보기간을 50일로 단축한 것은 노조의 대항 준비기간을 짧게 함으로써 사용자의 해고권한을 강화했다는 평가다. 노조법 상 정리해고는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 등이 있을 경우에 가능하지만, 이에 대한 해석은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있어 사실상 노조와의 협의기간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는 절차상 문제가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노사협의기간을 60일에서 50일로 단축함에 따라 노조는 그만큼 운신의 폭이 줄어들게 됐다.

    어용노조의 민주화 길 막았다 = 복수노조 3년 유예로 인해 직격탄을 맞은 곳 가운데 하나는 민주노총 민주버스노조와 한국노총 자동차노련. 지난 9월에는 자동차노련 내 ‘버스복수노조준비위원회’ 회원 20여명이 민주노총을 방문하여 “민주노총이 노경총의 유예 합의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항의한 바 있다.

    자동차노련 관계자들은 “한국노총 어용노조의 억압 속에 복수노조가 되면 자주적으로 노조를 만들어 저항할 것을 기대했다”며 “복수노조 유예 소식을 듣고 또다시 좌절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어용노조 사업장에 민주노조의 깃발을 꽂을 수 있는 자유가 박탈당한 것이다.

    지난 2003년 노사관계 로드맵은 애초 ‘상생적 노사관계 구축’을 위해 태어났지만, 이제 로드맵은 노사관계를 더욱 파국으로 몰고 올 태풍의 눈으로 노동자와 노조를 옥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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