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와 총선거
    [일본통신] 문답식으로 살펴보는 주요 쟁점 정리
        2021년 09월 10일 10:4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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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이달 자민당 총재 선거에 출마하지 않기로 결정하며 사실상 총리 사임을 밝혔다. 그간 스가 총리의 거취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많아 사임 자체가 놀라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사임 발표 전날까지 재선 의욕을 보였다는 점에서 사임 발표는 갑작스러운 일로 받아들여진다.

    현직 총리의 갑작스러운 사임으로 일본 정국은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게 됐다. 하지만 다음 세 가지는 분명해졌다. 첫째, 총리 사임으로 자민당은 최악의 상황을 면했다. 둘째, 지난 주말을 경과하면서 자민당 파벌구조, 특히 아베-아소 지배 체재에 균열 조짐이 생겼다. 셋째, 입헌민주당을 비롯한 야당 입장에서 스가 총리의 사임은 아쉬운 대목이다. 관련한 주요 쟁점을 문답식으로 정리했다.

    최악을 면한 자민당

    – 불출마 선언의 직접적인 계기가 있었나?

    >> 마지막 카드였던 당직 인사에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특히 국민적 인기가 높은 고노 다로(아소파派) 행정개혁담당상을 당3역(간사장/정조회장/총무회장)에 기용하려고 했는데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의 반대로 좌절됐고 이것이 사임의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 의회 해산까지 검토했다고 한다. 해산 카드를 접은 이유는?

    >> 총리 전권사항인 의회 해산은 총선거 실시를 의미한다. 의회를 해산하면 자민당 총재선거도 총선거 이후로 연기된다. 하지만 정권 위기로 간주되는 지지율 30%선마저 무너진 상태에서(마이니치신문 8월 28일자 조사 26%) 총선 돌입은 자민당 참패를 의미한다. 때문에 의회해산 움직임은 당내의 격렬한 반발을 불러왔고, 결국 9월 1일에 기자 질문에 답하는 식으로 해산 포기를 선언하게 되었다. 그리고 해산 카드의 대안으로 자민당 주요당직과 내각의 인사쇄신 안이 검토되었다.

    “(자민당) 40~70의석 감소?” 니혼테레비『news zero』(8월26일)방송화면 갈무리

    – 인사쇄신이 시급했나?

    >>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먼저 총재선거 대응 차원에서 간사장 교체가 필요했다. 일찌감치 총재 후보 출마를 선언한 기시다 전 정조회장이 아베-아소와 소원한 관계인 니카이 간사장의 교체를 쟁점화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스가 총재 입장에서는 총재선거 전에 공격 빌미를 없앨 필요가 있었고, 9월 2일에 니카이 간사장으로부터 양해를 얻는 데 성공했다.

    두 번째로는 지지율 회복이 시급했다. 10월 총선에서 자민당이 최대 70석을 잃어 단독 과반에 실패할 수도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는 상황이어서 특히 지역 기반이 취약한 3선 이하 소장파 의원들의 불안감과 반발이 컸다. 어차피 총선에서 참패하면 총리직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스가 총리는 인사쇄신이라는 마지막 카드로 지지율 반등을 꾀하고 이를 통해 총선 돌파를 시도했으나 주요 파벌들의 비협조로 결국 무산되었다.

    자민당, 아베-아소 지배체제 균열?

    – 총선 일정은 어떻게 되나?

    >> 빠르면 10월 31일 늦어도 11월 28일까지는 투개표를 마쳐야 한다. 중의원 임기가 10월 21일에 만료되기 때문에 자민당은 10월 17일에 총선거를 실시하는 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해왔다. 하지만 스가 총리의 사임 발표로 중의원 임기내 선거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 9월 29일에 자민당 총재를 선출해야 하고 임시국회를 열어 신임 국무총리 지명선출도 해야 하며 새로운 내각 구성과 출범까지 마쳐야 한다. 현행법상 중의원 임기 만료 후에 총선거를 치르더라도 해산은 반드시 임기 만료전에 해야 한다. 총선 일정의 마지노선은 임기 만료일 해산을 전제로 11월 28일이 된다.

    – 자민당 신임 총재로 누가 유력하나?

    >> 변수가 너무 많아 예측이 힘들지만 “고노” 대 “기시다” 대결 구도가 유력하다. 한국 언론에서는 아베 전 총리가 지원하는 다카이치 전 총무상 관련 보도가 많은데 실제 당선 가능성은 높지 않다.

    – 작년 9월 총재선거는 주요 파벌들이 스가 지지를 표명하면서 일찌감치 승부가 갈렸다. 이번 선거는 무엇이 다르고 주목할 만한 변수는 무엇인가?

    >> 우선 총재선거 집계방식이 지난번과 다르고 이번에는 총선거 직전에 치러진다는 차이가 있다. 그리고 이시바 전 간사장이 출마를 포기하고 고노 다로 행정상을 지지할 가능성이 있어 파장이 예상된다.

    – 총재선거 집계 방식의 차이는 무엇인가?

    >> 자민당 총재선거는 임기만료인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에 따라 집계 방식이 다르다. 이번처럼 임기만료로 치러지는 경우에는 국회의원(현재 중·참의원 383명) 1인당 1 표씩 배분되고 여기에 당원/당우 투표 결과(국회의원과 같은 수의 표를 돈트 방식으로 배분)가 합산된다. 당원 지지세가 강한 이시바 전 간사장이나 고노 행정상에 유리한 방식이다. 작년 선거처럼 총재 사임 등으로 임기만료 전에 치러지는 경우에는 당 총재의 궐위, 즉 긴급상황으로 해석해 당원/당우 투표를 간소화할 수 있다. 작년과 같이 국회의원의 비중(394표)이 당원/당우 투표(141표)보다 많은 선거에서는 후보의 인기보다 주요 파벌의 지지가 더 중요하다.

    – 총재선거 직후에 총선거가 치러진다. 선거에 미치는 영향은?

    >> 총선거에서 자민당 총재(〓총리)의 지지율은 선거의 승패를 좌우하는 요소로 통한다. 특히 지역 기반이 약한 소장파 의원일수록 소속 파벌의 이해관계보다 총재의 인기를 중요하게 인식한다. 이는 90년대에 이루어진 제도개혁(소선거구제/정치자금 관련법 도입, 총리 권한 강화 등)으로 파벌의 영향력이 약화된 것과 관련이 있다. 반면에 중진급 의원들은 낙선 우려가 상대적으로 적은 반면에 당직이나 입각(장관직)에 대한 욕구가 크다. “10선/각료 3회/당3역 1회”면 총리 후보군에 들어간다. 90년대의 제도개혁에도 불구하고 논공행상의 기본단위는 여전히 파벌이다. 파벌이 구심력으로 작동하는 이유이다.

    – 이시바 전 간사장은 고노 다로 행정상이 소속된 아소파와 대립 관계에 있다. 어떻게 연대가 가능한가?

    >> 아소파 소속인 고노 다로 행정상이 이시바 전 간사장과 손을 잡는다는 건 상식적으로 불가능한 그림이다. 하지만 차기 총리 선호도 조사에서 1위인 고노 행정상이 소속 파벌로부터 별다른 지원을 받지 못하는 상태에서 같은 조사에서 2위를 차지한 이시바와 손을 잡는다면 당원/당우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할 공산이 크다. 여세를 몰아 소장파 의원들의 지지를 모아 1차 투표에서 과반을 차지해 차기 총리가 되면 아베-아소 동맹이 논공행상에서 배제되어 당내 역학구도는 크게 흔들리게 될 것이다. 이시바 전 간사장의 노림수는 바로 여기에 있다. 하지만 과연 고노 행정상이 소속 파벌을 버리고 당원/당우 투표에 올인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결심한다 해도 1차 투표에서 끝내지 못하면 국회의원표(383표)와 지역표(47표) 합계로 치러지는 결선 투표에서 기시다 전 정조회장에 역전당할 가능성이 크다.

    야당에 불리한 전개

    – 일본은 총선거(중의원선거) 결과로 정권교체가 이루어진다.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가?

    >> 정권교체가 실현될 가능성은 현재로서 희박하다. 설령 스가 총리가 사임하지 않고 자민당이 70석 정도를 잃었다 치더라도 자민-공명 연립정권을 무너뜨리기에는 역부족이다. 이번 선거에서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 후보가 전원 당선되더라도 과반 의석에 못 미친다.

    중의원 의석 분표 (2021년 8월 11일 현재) /총원: 465

    주요정당 지지율 (8월 10일 NHK 발표)

    야당 입장에서 보자면 스가 총리 사임 표명은 여러가지로 아쉬운 대목이다. 만약 이시바&고노 연합이 성공하게 된다면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생겨 야당에 대한 주목도는 더욱 떨어질 것이고, 이시바&고노 연합이 실패하더라도 새로운 총리(정권)와 내각에 대한 기대감으로 자민당의 지지율이 오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 제1야당이 외면 받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 지난 민주당 정권(2009~2012년)에 대한 대중적 실망감이 남아있고 정권교체에 대해서도 여전히 회의적이다. 게다가 2017년 총선을 앞두고 코이케 도쿄도 지사와 정당통합(희망의 당)을 둘러싸고 있었던 갈등과 분열(입헌민주당/국민민주당/무소속)로 당세가 더욱 쪼그라들었다.

    입헌민주당 등 야4당은 총선거 공동정책(COVID-19대책 강화와 소비세 인하, 원전 없는 탈탄소 사회 추구 등)을 시민연합과 체결했다(9월 8일, NHK)

    최근에 입헌민주당을 비롯한 야4당과 시민연합이 공동 정책과 후보 단일화를 추진하고 있어 관심이 모아진다. 후보 단일화는 입헌민주당과 공산당 간의 후보 조정이 핵심인데 양당 후보가 겹치는 70개 선거구에서 공산당이 얼마나 양보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문제는 당선 가능성 낮은 (공산당) 후보가 사퇴하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공산당의 비례득표 감소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에 협상은 쉽지 않아 보인다. 야4당과 시민연합의 공동 선거대응은 9월 8일에 공동 정책을 발표하면서 본격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자민당 총재선거가 혼전양상을 띠면서 모든 이슈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어 야당의 주변화는 당분간 불가피해 보인다.

    필자소개
    일본 거주 연구자. 현대일본정치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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