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동맹 위해 지구의 1/4을 적으로 만드나"
        2006년 12월 11일 03:2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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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적으로는 실무적 절차 때문에 국민의 동의를 받을 수 없었다. 국외의 경우 유엔평화유지군 가입국으로써 레바논 파병 동의를 빨리 진행하지 않으면 안 되는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었다.”

    외교부 국제기구협력관 최성주씨는 레바논 파병이 왜 아무런 국민적 절차 없이 진행됐는가에 대한 지적에 대해 ‘실무적 절차의 조급함’ 만을 되풀이했다. 이어 그는 "우리가 파병할 레바논이 과연 안전한 곳인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도 처음엔 "안전하다"라고 답했다가, 이내 "레바논  정세가 대체로 흐리다. 우리 군이 주둔할 레바논 남부는 이미 15,000여명의 유엔군이 파견 돼 있어 교전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다"라고 말했다.

    참여연대가 11일 광화문 희망포럼에서 개최한 ‘레바논 파병과 한국군 해외파병정책의 쟁점과 조건’이라는 토론회에 참석한 정부 관계자의 발언은 여러가지로 걱정거리를 남겨주었다.

       
     ▲ 정부측 대표로 참석한 최성주 외교부 국제기구협력관
     

    이날 토론회에서 최성주 외교부 국제기구협력관은 레바논 파병에 문제를 제기하는 시민단체의 지적에 ‘실무적 절차’에 따른 양해를 구하며, 교전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 ‘상대적’ 안정성을 거듭 강조했다.

    최근 정부는 350여명으로 구성된 특전사 중심의 병력을 평화유지군(UNIFIL)의 일환으로 레바논에 파병하는 ‘유엔 레바논 평화유지군 파견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정부는 파병을 결정하기에 앞서 레바논 정세를 공개하고 한국군의 해외 파병에 대해 동의를 얻는 여론수렴 과정을 생략했다. 게다가 정부는 국회 동의 없이 유엔의 요청에 따라 한국군을 신속하게 파병할 수 있게 만드는 PKO(평화유지군)법안도 국회에 제출했다.

    이에 참여연대는 "이라크 파병에 이어 해외 분쟁 지역에 대한 한국군 파병 논의가 이어지고 있어 한국군 파병에 대한 원칙과 기준의 정립이 시급한 상황"이라며 "레바논 파병과 한국군 해외 파병 정책의 쟁점과 조건을 짚어 봐야 한다"라고 토론회 취지를 밝혔다.

    이 날 정부 측을 대변해 참석한 최성주 협력관과 백승주 한국국방포럼 대표운영위원은 시민단체들과 평화에 대한 인식을 달리해 토론회 내내 평행선을 달렸다.

    시민단체 “레바논에게 필요한 건 인도적 구호”

    참여연대 이태호 협동사무처장은 "이라크 파병 후 공식적으로 그 결과에 대한 평가나 연구가 단 한번도 없는 상황에서 중동에 대한 평화적 정책이나 장기적 로드 맵 없이 무조건 군대부터 보내는 건 옳지 않다"면서 "민주주의에 따라 토론을 거쳐 국민여론을 수렴하고 인도적 관점으로 평화적 활동을 한 후 군대를 보내도 늦지 않다"라고 말했다.

    또 중동 전문가인 한양대 문화인류학 이희수 교수는 "난 반미주의자가 아니다. 하지만 미국에게 악의 축이 왜 우리에게도 악의 축이 돼야 하는지 이젠 고민해 봐야 할 때"라면서 "우리에게 우호적인 지구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중동 사람들을 미국과의 동맹을 위해 적대적으로 만들어야 할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 우리도 중동에 걸맞는 전략을 독립으로 마련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경계를 넘어’의 미니씨는 "유엔과 우리나라는 레바논의 헤즈볼라를 테러단체로 규정하고 있지만, 레바논에선 주민이 직접 선출한 합법적 정당이다. 헤즈볼라를 무장해제 시키는 유엔평화군의 의무와 레바논 사이에서 과연 우리 한국군이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하며 “지금 레바논에 필요한 것은 추위를 피할 수 있는 생활 터전, 이스라엘이 심어놓은 지뢰를 제거하는 것, 이스라엘 침공을 막기 위한 국제적 압력을 행사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참여연대는 11일 광화문 희망포럼에서 레바논 파병에 따른 해외파병정책의 쟁점과 조건이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정부 “국민 여론보다는 국제적 대세에 따라야”

    그러나 정부 측은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한 국가로서 레바논의 평화유지군 파병이 오히려 "국제적 도리"라고  생각한다며 시민단체와 인식에 대한 차이를 좀처럼 좁히지 못했다.

    지난 10월 레바논을 다녀온 최성주 협력관은 "이미 레바논에 파병된 다른 나라의 유엔평화군을 만나본 결과 한국도 들어오려면 빨리 들어오라는 충고를 들었다. 간접적으로 헤즈볼라 쪽과도 접촉했으나 한국이 파병 오는 걸 반대하지 않았다"면서 "유엔평화군이 의례 미국과 이스라엘을 대변하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이스라엘 또한 유엔평화유지군에 대한 반감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국군은 북한이라는 상시적 대립 세력을 염두해 두고 훈련한 부대이기에 해외에서도 그 수준을 높이 평가한다"면서 "정확한 주둔 시기와 지역은 논의 중에 있지만, 내년 3~5월 사이 파견 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국국방포럼 백승주 대표운영위원은 "아침과 밤이 다른 여론보다는 먼 역사와 국가적 전략을 중심으로 거시적으로 바라보고 판단해야 한다. 자이툰 파견 후에도 우리는 중동과 관계가 나빠지지 않았다”면서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한 국가로서 평화유지군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국가적 위상과 영향력을 증대시키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이희수 한양대 문화인류학 교수, 경계를 넘어의 미니, 참여연대 이태호 협동사무처장이 발제를 하고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오혜란 미군 문제팀장, 한국국방포럼 백승주 대표운영위원, 한국외대 홍미정 연구교수 등이 참석해 지정 토론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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