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출산의 충격과
    대학교육 무상화와 교육 공공성 확대
    [노동자와 산업·경제] 지방대학 생존과 대학교육
        2021년 09월 07일 09:3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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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출산의 충격이 지난해를 기점으로 대학사회에 본격화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지난해 지방대를 중심으로 미충원 사태가 발생하면서, 벌써부터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문을 닫을 것이란 은유가 나돌고 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 부산지역의 경우만 하더라도 2021년 2월 기준 대부분의 대학이 정원을 채우지 못해 4,600여 명에 달하는 대규모 추가 모집이 진행되고 있다.

    교육부는 이러한 상황이 올해 더 악화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불과 2000년에만 하더라도 826,889명에 달했던 만18세 학령인구가 2021년엔 476,259명에 불과할 정도로 급격히 감소하여, 올해엔 입학생이 정원에 크게 미치지 못할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올해 신입생 충원율이 91.4%에 불과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으며, 그 충격이 지방에 집중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일반대학 기준 수도권은 신입생 충원율이 99.2%에 달하지만, 비수도권은 92.2%에 불과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더욱 놀라운 일은 불과 3년 뒤인 2024년에 발생할 것으로 예측된다. 대학교육연구소의 추계에 따르면 입학가능인원이 38만4천명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되어, 2021년 정원 기준 무려 22%의 학생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현 정원이 그대로 유지될 경우 신입생 충원율이 70%에도 미치지 못하는 지방대학이 85개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를 조금 과장해서 표현하면 상당수 지방대학이 문을 닫게 될 날이 불과 3년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자료사진

    이런 상황에 직면하여 교육부는 대학에 대한 재정진단을 통해 위험대학을 관리하고 회생이 어려운 대학의 경우 퇴출시키겠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으며, 나머지 대학의 경우에도 재정지원을 통해 자율적으로 정원을 조정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교육부의 이런 입장은 수도권으로 인구가 집중되고, 지방에 비해 수도권 대학에 대한 선호가 높은 상황을 고려할 때, 사실상 상당수 지방대학에 대한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것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언뜻 생각해보면 교육부의 이런 입장은 충분히 이해가능하다. 학생이 없는데 대학유지를 위해 정부 재원을 투입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수도권 대학에 비해 경쟁력이 없어 학생을 충원하지 못하는 지방대학이 문을 닫는 것은 당연한 귀결일 것이다. 시장 논리의 관점에서 보면 학생을 제대로 모집할 수 없는 대학은 경쟁에서 도태된 것이나 다름없기에 사라져야 마땅하다.

    그렇지만 모든 것을 지방대학의 책임으로만 돌리기엔 상황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우선 수도권 경제력 집중이 지방대학에 야기한 폐해를 논외로 하더라도 현재와 같은 상황을 만든 정부의 책임이 크다. 학령인구가 급격히 감소할 것이라는 점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 수십년 전부터 예측되어온 일이었다. 그럼에도 정부는 대학 설립을 완화한 준칙주의와 정원자율화를 통해 대학의 팽창을 자초했다. 정부의 정책은 결과적으로 지방 사립대학의 팽창으로 귀결되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정부의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다.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대학이 팽창하면서 지역사회 경제를 구성하는 핵심 부분으로 정착되었다는 점이다. 연구성과를 지역에 확산시켜 지역경제에 기여하는 대학의 역할을 논외로 하더라도, 대학은 단일규모 견지에서 매우 큰 고용과 소비를 담당한다. 다시 말해 대학이 만들어지면 대학 구성원들이 대규모로 고용되며, 대학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지역사회에 매우 큰 지출이 이루어져, 지역사회 소득 증대에 큰 파급효과를 야기한다.

    뿐만 아니라 대학생들 역시 대학 인근에 머물며 안정적 소비를 하기 때문에 주변 지역에 식당, 위락시설, 원룸 등 지원시설이 입지하게 된다. 소위 대학촌을 형성하게 되는데, 이는 지역사회 경제를 지탱하는 핵심 요소에 해당한다. 이런 이유로 중·소도시에서 대학이 사라진다는 것은 수도권 집중으로 지방이 몰락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지역경제의 붕괴를 의미하는 것과 같다. 지역 대학의 폐교를 함부로 말할 수 없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필자는 저출산이 야기한 학령인구 감소를 대학구조조정을 통한 퇴출보다는 오히려 대학 무상교육과 교육 공공성 확보를 위한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판단한다. 대학 무상교육이 필요한 이유는 OECD 국가의 경우 대학교육이 사실상 중등교육만큼이나 보편화되어 있고, 정보기술의 발달에 따라 대학 교육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사회학자 마틴 트로에 따르면 대학입학률이 15%를 넘어가면 대중교육, 50%를 넘어가면 보편화된 교육으로 분류되어, 대학교육이 모두에게 열린 것으로 간주된다. 이 상황이 되면 대학교육은 의무교육인 중등교육과 유사한 위상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경우 일반대학 입학률만 보더라도 2002년에 이미 52%에 달하여 보편단계에 도달한 지 오래이다. 단기고등교육까지 합하면 2019년 현재 89%에 달할 정도로 고등교육은 매우 일반화된 상황이다.

    그렇지만 고등교육이 보편화된 상황에 비해 관련 예산은 OECD 국가 평균에 한참 미달한다. 2019년 기준 OECD 국가의 고등교육 입학률은 평균 68%에 이를 정도로 대학교육이 보편화된 상황이며, 고등교육에 대한 정부지원 또한 2017년 기준 GDP의 1%에 달한다. 그 덕택에 35개 OECD 국가 중 16개국이 무상대학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물론 미국처럼 모든 주에서 무상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아니라, 뉴욕주와 같은 특정 주를 중심으로 2019년 가구 소득 기준 $125,000이하 까지만 선별적으로 무상교육을 실시하는 나라도 존재한다. 이를 엑셀시어 장학제도라고 하는데, 뉴욕주는 전체가구의 80%인 94만 가구가 혜택을 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반면, 우리의 경우 정부지원이 GDP의 0.6%에 불과하여 OECD 국가 평균에 비해 한참 부족하다. 이는 2017년 기준 3.0%를 지출하여 OECD 국가 평균 3.1%와 거의 유사한 수준인 초·중등교육과 크게 대비된다. 이런 이유로 만약 우리 역시 OECD 국가 평균에 해당하는 고등교육 예산 1%를 확보할 수 있다면 대학무상교육의 가능성이 훨씬 높아질 수 있다. 대학무상화·대학평준화 추진본부 연구위원회는 2025년 기준 입학가능생이 모두 대학에 가더라도 대략 10조 370억원이면 무상화가 가능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는데, 이는 2020년 우리나라 실질GDP의 0.6%에 해당한다. 과거에는 불가능했을 일이 저출산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로 이정도만 가지고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저출산은 대학을 위기로 내몰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무상교육을 현실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 또한 열어주고 있다.

    물론 등록금을 무상화시키는 것만으론 수도권 대학에 대한 선호가 높은 상황에서 지방대학을 살릴 수 없을뿐만 아니라, 대학교육의 질을 제고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지방대학을 살리고, 대학교육의 질을 제고하려면 수도권 대학의 학생 수 또한 지금보다 상당히 줄여 지역적으로 분산시켜야 한다. 외국 유수 대학과 비교해 우리나라 대학은 학부생이 지나치게 많기 때문이다. 대학교육연구소에 따르면, 주요 사립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학부 학생수가 적은 서울대만 하더라도 2019년 기준 16,556명에 달한다. 이는 예일대가 6,092명 밖에 되지 않으며, 학생 수가 매우 많은 옥스퍼드대도 11,955명에 불과한 점을 고려하면, 크게 대비되는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198개 일반대학 중 의학계열을 제외할 경우 법정기준 전임교원을 보유한 대학이 2019년 기준 수도권 2개, 비수도권 4개에 불과할 정도로 교육의 질이 열악하다.

    이런 이유로 대학 교육의 질을 담보하려면 재정지원을 매개로 수도권 대학의 정원 역시 줄여, 전체 대학의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 2018년 현재 사립대의 등록금 의존율이 교비 회계 기준으로 대략 54%에 달할 정도로 높은 상황임을 감안하면, 학령인구 감소가 급격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측되는 2024년이 되면 상당수 사립대학은 존폐가 의심스럽거나, 살아남더라도 교육환경이 크게 악화될 것이다. 그렇지만 재정지원을 매개로 전체 정원 수를 줄이면, 지방대학을 살리면서 동시에 수도권 대학의 교육환경도 크게 개선할 수 있다.

    어차피 고등교육이 보편화된 것이 현실이고, 정보기술의 발달로 더 높은 수준의 지식습득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확대되는 것 또한 세계적 추세이다. 다시 말해 좋든 싫든 우리 사회는 다수 대학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예산 확보가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이 기회에 그동안 많은 비판의 대상이었던 사립대학 운영에 대한 투명성과 민주성 및 공공성 확보를 전제로 재정지원을 확대하여, 전체 대학의 질을 높여야 한다. 대학 위기를 야기한 저출산이 대학교육 무상화와 교육 공공성을 확대시키는 역설을 만드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필자소개
    동아대학교 법학연구소 전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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