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되는 집안', 전략적 역할분담 척척?
        2006년 12월 09일 02:4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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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당 대선주자들의 영남 방문이 줄을 잇고 있다. 내년 대선에 앞서 당내 경선을 통과하기 위해 한나라당 전통 지지층을 공략하기 위한 것이다. 이와 함께 호남을 향한 발걸음도 계속되고 있다. 뉴라이트와 노동계에 대한 구애도 눈에 띈다. ‘외연 확대’의 움직임이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당과 대선주자가 전략적으로 역할 분담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한나라당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8일 울산을 방문했다. 유럽 방문 후 강행군 탓에 걸린 감기로 한 주간 일정을 쉰 뒤 처음 찾은 지역이 영남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잇달아 영남을 방문해 지지율 회복을 노리는 박 전 대표를 견제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다.

    영남 대첩 준비 치밀하고 치열한 후보들

    이 전 시장은 울산 방문에서 “대통령 당선 후 최우선 과제는 국가질서와 사회기강 확립”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 전 시장은 내주 경남대 강연 일정에 따라 영남 지역을 방문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5일 포항과 대구를 잇달아 방문했다. 이명박 전 시장의 고향인 포항에서는 직접 생선 장사로 나서 친밀하게 다가서더니, 대구에서는 “아직 검증작업은 시작되지 않았다”며 지지율에서 앞서고 있는 이 전 시장을 겨냥했다. 박 전 대표도 내주 부산 방문 계획이 잡혀 있다.

    손학규 전 지사도 8일 부산 동아대 초청 강연에 나섰다. 그는 이날 강연에서도 “국가가 주도하는 개발시대의 사고방식과 행동으로는 대한민국의 재도약을 기대할 수 없다”고 말해 ‘운하’를 내세운 이명박 전 시장과 개발시대 박정희 전 대통령을 이어받은 박근혜 전 대표를 동시에 겨냥했다.

    대신 자신이 내세운 “민간주도로 국가체질을 전면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 전 지사도 내주 마산, 창원 일대를 방문할 계획으로 현재 일정을 조정 중이다.

    한나라당 대선주자들의 한결같은 영남 공략은 당내 경선을 앞두고 당의 전통 지지층을 공략하기 위한 행보라는 시각이다. 특히 부산, 경남의 경우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시장에게 선거를 앞두고 “한 치도 물러서기 힘든” 전략적 지역이다.

    아무래도 다급한 것은 지지율에서 뒤지고 있는 박 전 대표 측이다. 이미 대구, 경북 지역에서도 이 전 시장의 지지율이 앞서 있는 상황에서 부산은 마지막 보루인 셈이다. 반면 이 전 시장은 현재의 지지율 상승세를 이어가기 위해 아직 여유 공간을 보이고 있는 부산, 경남의 지지율을 끌어당겨야 하는 입장이다.

       
      ▲ 미소 짓는 한나라당 유력 대선 주자들  (사진=연합뉴스)
     

    박근혜 vs 이명박 ‘TK 혈전’ 

    물론 대선주자 캠프에서는 지지율과 무관하게 영남 지역에서 강연 요청이나 행사 참석 요청이 많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박 전 대표측 핵심 관계자는 “영남에 현역의원들도 많고 대규모 행사도 많이 있어서 그렇다”며 “지역으로 구분해서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 여론조사전문가는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시장의 지지율은 대구에서 거의 접전, 혈전 상황”이라며 “특히 박근혜 대표 같은 경우 부산, 경남에서 무너지면 완전히 무너지는 거나 다름 없고 그만큼 이명박 전 시장은 이곳을 공략하려 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 대선주자들이 영남으로 파고드는 시간, 한나라당 지도부는 호남에 공을 들이고 있다. 강재섭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9~10일 양일간 광주, 전북 일대에서 봉사활동에 나섰다. 당 소속 김용갑 의원의 호남 비하 발언에 대한 당 윤리위의 강력한 징계 입장에 따른 결과다.

    김용갑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6.15 축전 관련 발언이 광주를 비하한 것처럼 비춰진데 대해 유감”이라며 다시 한번 사과의 뜻을 밝히고 “호남에 다가가려는 당의 진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며 광주 봉사활동에는 불참하고 대신 지역구 봉사활동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강재섭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와 의원 20여명은 전남 광주와 전북 익산에서 무료 급식 식당에서 배식, 연탄배달, 브루셀라 피해 농가에서 닭 출하 등에 참여한다.

    대선 주자는 영남으로, 당 지도부는 호남으로

    앞서 한나라당은 지난달 27, 28일에도 당 지도부가 대거 광주·전남, 전북 지역을 방문해 정책간담회를 가졌다. 김형오 원내대표는 이날 한나라당의 호남에 대한 3대 원칙으로 진정성, 현장성, 계속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이번 호남 방문은 표를 얻기 위해서나 전시행정을 위해서가 절대 아니다”면서도 “한나라당의 이같은 진정성에 대해 호남인들이 가슴을 열어줬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한 당직자는 “역대 선거에서 한나라당은 호남에서 5% 지지율을 넘기 어려웠고 두자릿수를 넘은 역사가 없다”며 “하지만 지난 보궐선거에서 가능성을 봤고 호남 표심도 우리가 하기에 따라 충분히 열 수 있다는 자심감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10.25 해남·진도 보궐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는 8.2%의 득표를 얻은 바 있다.

    한나라당은 호남은 물론 당의 또다른 취약분야인 노동계에도 구애를 펼치고 있다. 당 중앙위에서 노동위원회를 신설한 데 이어 지난 5일에는 강재섭 대표 등 당 지도부가 대거 한국노총을 방문, 정책간담회를 갖고 노동위원 추천을 요청했다. 8일에는 한국노총이 주도한 노사관계 로드맵을 환노위에서 강행 처리하기도 했다. 배일도 노동위원장은 한나라당 노동위가 내년 대선을 위한 조직임을 공공연히 강조하고 있다.

    또다른 취약 분야, 노동에 대한 구애 적극

    한나라당은 참정치운동본부도 공식 발족해 뉴라이트를 끌어안았다. 한나라당과 뉴라이트는 내년 대선 필승 전략으로 여권의 정계개편에 맞선 ‘보수대연합’을 강조해왔다.

    최근 부동산 문제와 관련 한나라당의 대응도 눈에 띈다. 당 소속 홍준표 의원이 제기한 이른바 ‘아파트 반값’을 위한 대지임대부 주택분양 방식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또한 당 조세특위가 발표한 양도소득세 중과세 폐지, 종부세 부과 기준 상향 등을 모두 거둬들였다. ‘부자정당’의 이미지를 불식하기 위한 일련의 움직임이다.

    ‘아파트 반값’에 이어 한나라당 이주호 의원은 ‘등록금 부담 반으로 줄이기’ 법안을 냈다. 이 의원은 8일 대학이 과도한 등록금 인상 시 등록금 근거 자료를 제출토록 하고, 10만원 이하의 기부금을 통해 장학금을 확충하고 저소득층, 근로학생들을 위한 국가의 장학기금 설립을 담은 4개 법안을 발의해 주목을 받았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레디앙>과 인터뷰에서 “전략적으로 볼 때 경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대선주자들은 당내 보수세력을 장악하는 경쟁을 펼치고 당은 외연을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국민대 김형준 교수 역시 “대선을 앞두고 중도를 선점할 수 있게 당이 위상을 높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한나라당과 당 대선주자들의 역할 분담과 맞아 떨어지는 얘기들이다. 

    전략적 외연 확장론에 따른 움직임

    한 정치 전문가도 “최근 한나라당은 전반적으로 전략적 방향에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대선을 위해 외연확장이 필요하지만 대권주자들이 움직이면 전통적 지지층에 충격이 크다”며 “당의 현재 모습은 전형적인 한나라당의 외연 확장론 전략에 의해 움직이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또 한나라당 대선주자들의 행보가 영남에만 머물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특히 박근혜 전 대표의 경우 호남과 충청 등을 주요하게 공략할 가능성이 크다는 시각이다. 그는 “이명박 전 시장은 영남과 수도권의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다”며 “박 전 대표로서는 영남을 분할한다고 해도 수도권의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서진 전략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명박 전 시장이 경부 종단 전략이라며 박근혜 전 대표는 동서 횡단 전략이라는 것이다.

    9일 한나라당의 광주 봉사활동에는 당 지도부 이외에도 곽성문, 김정훈, 박세환, 이혜훈, 정희수 의원들이 함께 참여했다. 대부분 박근혜 전 대표의 일정에 함께 드러내놓고 참석하거나 친박 성향을 띠는 의원들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한나라당의 호남행에는 당의 외연확대 이상의 또다른 정치적 해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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