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장은 관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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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12월 09일 09:5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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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장국이나 먹으러 가자. 어제 엄청 달렸거든…" 요즘, 점심시간에 동료들과 이런 얘기를 나누는 경우가 늘었다. 아무래도 송년회다 모다 술자리가 많아지는 까닭일 것이다. 보통 술을 마시고난 아침이라면 뜨끈한 국물에 밥 말아 후루룩 마시며 속풀이를 하는 것은 우리에게 당연한 풍경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만약 외국 생활을 한다면 이 당연한 것이 여의치 않을 때가 많다.

    지난밤 폭음으로 인해 아침부터 ‘겔겔’거리며, 미식~ 울렁~거리는 속을 부여 잡을 때면 따끈한 해장국 한 그릇이 어찌 안 떠오르겠는가? 그러나 어디 가서라도 그 흔한 해장국 한그릇 먹을 수 없는 이국 생활이라면 상황은 다르다. 이럴 때면 정말 시원한 해장국과 따끗한 사우나가 있는 한국 생각이 간절해지곤 한다.

    언젠가 서양 친구와 진탕 술마시고 난 후, 해장국을 못내 그리워하고 있다가 비록 다른 땅이라 하더라도 속풀이 문화가 없겠는가하는 생각에 함께 마신 친구 놈한테 물어보았다. ‘너희들은 술마신 후 속풀이 어떻게 하냐?’하니, 정말 뜨아~ 하다 못해 도저히 이해 안 가는 대답이 되돌아 왔다. 그 녀석 왈 "햄버거에 콜라 한잔 마시면 속이 든든하고 괜찮아진다"고 한다.

       
      ▲ 햄버거로 해장이라니 생각만으로도 속이 거북하다
     

    도대체 이놈의 나라에는 ‘해장’ 문화가 없는 것일까? 투덜대는 것도 잠시, ‘햄버거 해장’이 이 녀석만의 독특한 해장 습관만은 아닌 듯했다. 왜냐하면 다른 몇몇 친구들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다.

    하여튼 "특이한 종족들이다"라며 치부하기에는 뭔가 찜찜한 구석이 남아 있었다. 그것은 다름아닌 ‘해장문화’에 대한 호기심이였다.

    햄버거’와 ‘국밥’에는 과연 어떤 공통점이 있는 걸까?

    노동자의 음식, 햄버거와 국밥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둘 다 패스트 푸드(fast food)라는 것이였다. 햄버거가 서양을 대표한다면 국밥은 한국식 패스트 푸드가 아닐까? 국밥이란 것이 밥을 담아 놓은 뚝배기에 펄펄 끓는 국물을 부어 내오는 것이니 어찌보면 햄버거 보다 떠 빨리 만들어지는 음식이었던 것이다. 거기다가 큼직큼직 하게 성의 없이 썰어내온 깍두기가 찬의 전부이니 준비하고 말 것도 없는 것이다.

    햄버거가 함부르크 부두 노동자가 먹던 저민 고기에서 비롯되었다는 둥, 옛날 몽고인이 잘게 다져 먹던 소의 생고기인 타르타르 스테이크란 설이 있지만, 지금 형태의 음식으로 자리를 잡은 것은 미국 자본주의 발전과 크게 관계가 있다. 즉 자본주의가 대량생산 체제로 전환되면서 노동자의 생활 양식의 변화를 가져왔으며, 생활 양식의 변화는 노동자의 식습관에까지 영향을 미친 것이다.

    대량생산 체제는 기존의 수공업적 분업체계와는 다르게 공장과 노동자 거주지와의 분리를 가져왔다. 즉 이전 체제에서는 집에서 점심을 먹는 생활을 도시락 또는 간단하게 요기를 할 수 있는 값싼 음식 제공이 필요 했던 것이다.

    햄버거는 이렇게 노동자의 밥 먹는 시간 마저 줄여가며 어떻게 하면 일을 더 많이 시킬까 하는 자본주의 방식이 맞아 떨어졌던 것이다. 헨리 포드(Henry Ford)의 디트로이트 자동차 공장 한켠, 각종 자재가 쌓여 있는 장소에서 빵, 샐러드, 고기패치가 한 덩어리인 햄버거를 뜯는 노동자의 모습은 이렇게 탄생된 것이다.

    한편 한국음식은 보통 사발(bowl)문화라고 한다. 음식을 담는 납작하고 평평한 서양의 접시(plate)문화와 대비하여 부르는 말이다. 사발의 특징은 접시와는 다르게 국물을 담아낼 수 있으니, 한국음식의 대부분은 국물와 함께 조리되어 나오는 음식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계급적으로 보자면 반쪽 진실이다. 한국 음식이 다른 문화권보다는 ‘국물’이 있는 음식이 비교적 많은 편이나 선지국, 내장탕, 소머리국밥과 같이 ‘국’과 ‘밥’을 혼합되는 경우에는 계급적으로 차별적인 문화를 가진다.

    보통 수라상이라 일컫는 12첩 반상인 왕족의 상을 보면 ‘국’과 ‘밥’은 분리되어 있고 ‘탕’을 제외한 음식 구이나 적, 나물 등 대부분은 국물이 없는 음식으로 구성되어 진다. 더군다나 ‘국’에 ‘밥’을 말아 먹는 행위는 이른바 상것들이나 하는 예였던 것이다.

       
      ▲ 속풀이로는 콩나물국밥이 역시 최고!!

    시골 장터에서 막걸리 한사발과 함께 먹는 ‘장터 국밥’, 잘 익은 깍두기에 ‘설렁탕’ 등 우리에게 너무나 친근하고 셀 수도 없는 이른바 ‘국밥’ 문화는 앞서 말한 서양의 ‘햄버거’의 성격과 크게 다를 것 같지 않다.

    즉 밥에 끓고 있는 국만 부으면 되니 조리시간이 짧고, 국에 밥을 말았으니 밥 먹는 속도가 빨라질 수 밖에 없지 않은가?

    게다가 달랑 하나 나오는 찬인 깍두기마저 식성에 따라 국밥에 넣어 먹는 이른바 ‘국’, ‘밥’, ‘찬’을 한꺼번에 허겁지겁 먹는 이도 있다. 왜 그리고 급하게 먹는 것일까?

    이런 의미에서 우리나라의 ‘국밥’이란 음식 문화는 서양의 ‘햄버거’와 마찬가지로 일종의 노동을 통제하고생산을 강제하던 문화의 산물은 아니었을까?

    민중의 단백질 섭취 역사

    음식문화는 은폐된 계급투쟁의 한 형태로서 발전하게 된다. 예를 들자면, 하늘을 나는 것중에는 비행기, 땅위에 있는 것으로 책상을 빼고는 무엇이라도 먹을 수 있다는 중국의 다양한 음식문화는 역사적으로 지배계급의 음식독점과 권력화에 피지배계급의 배고픔, 결핍, 그리고 그 극복과정에서 발전한 것이다.

    ‘국밥’과 ‘햄버거’는 역시 이와 동일한 선상에 있다. 인간의 성장과 체력유지에 핵심적 역할을 하는 ‘단백질’을 둘러 싼 계급간 긴장관계에서 발전했다는 점이다. 즉 계급사회에서 ‘단백질’은 계급간 불균등하게 공급되고 분배될 수 밖에 없는데, 단백질을 독점한 지배계급에 대항하여 비지배계급의 단백질을 확보과정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조리법을 보면 그 특징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대부분의 ‘국밥’은 보통 소나 돼지 등의 질 좋은 살코기를 제외한 부분이 주 재료이다. 선지해장국, 내장탕, 소머리국밥, 순대국밥, 설렁탕 등은 권력자들이 버린 부분을 식재료로 이용한 음식인 것이다.

    햄버거도 마찬가지이다. 햄버거는 고기를 저미고 거기에 양파 등 몇가지 채소와 후추와 같은 향신료를 버무려 만들게 되는데, 그 이유는 고기의 질이 안좋기 때문이다. 즉 질 나쁜 고기와 함께 보기 흉한 내장, 기름 덩어리 등이 갈아져 시각적, 미각적으로 재창조되는 과정을 거친 것이다. 영어로 저민다는 뜻인 mince에는 ‘하찮은 녀석’, ‘얼간이’와 같은 깔보는 뜻이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닌 것이다.

    최근 이들 노동자 음식은 여러가지 측면에서 부정적 이미지로 확산되고 있다. 햄버거는 슈퍼사이즈미(Super Size Me)를 만드는 정크푸드(junk food)의 대명사 이미지가 그것이다. 또한 ‘국밥’는 한미FTA 협상과 관련한 광우병 소고기 수입에 의해 크게 위협을 받고 있다.

    어찌되었든, 계급사회에서 음식문화의 분리는 그 자체로 계급적이며, 정치적일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즉 미국 노동자는 햄버거를 통해, 한국 노동자는 ‘국밥’을 통해 그 건강과 안전을 위협받고있는 실정인 것이다.

    해장, 하나의 관념?

    ‘국밥’과 ‘햄버거’의 이러한 공통점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사람은 여전히 ‘햄버거 해장’은 선뜻 이해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사실 따지고 보자면 ‘국밥’ 역시 위장에는 그리 유익한 것은 아니다. 많은 국물의 섭취는 위장의 기능을 약화시켜 소화에는 오히려 악영향을 줄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이들 음식이 해장에 도움을 준다고 생각할까? 만약 도움을 준다고 한다면 국밥의 경우는 매운 맛을 통해 술로 인한 위장 통증을 마비시켜주는 역할일 테고(콩나물의 기능은 빼자 ^^;;) 햄버거의 경우는 ‘콜라’를 통한 위내부의 일시적 중화작용 정도가 아닐까? 아니면 해독을 위해 소모된 에너지를 고단백을 공급해주면서 보충해주는 역할 정도가 아닐까?

    이런 의미에서 해장이라는 것은 일종의 관념이 아닐까? 기력이 쇠해질 때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고, 가장 단백질이 많은 음식을 찾는 일종의 관념.

    어째든, 사실 숙취에는 간이 해독하는데 도움을 주는 이온음료를 많이 마시고, 잠을 푹자는게 좋다고 한다. 술 자리 많은 연말, 건강해치지 말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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