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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역사 속 위대한 패배자들의 이야기
    [책소개] 『13인의 위대한 패배자들』 (장크리스토프 뷔송, 에마뉘엘 에슈트)/ 책과함께)
        2021년 08월 28일 07:4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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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다. 대결의 승패에 따라 승자는 선한 인물이 되고, 그의 업적은 대대로 칭송받게 된다. 우리는 이런 역사의 기록을 보며 승자를 아름답고 위대한 인물로 기억하곤 한다. 하지만 때로는 승자보다 위대한 패배자가 더 뚜렷이 기억되고, 후대에 교훈과 영감을 주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 책에 나오는 13인이 바로 그러한 경우다.

    이 책의 지은이 장크리스토프 뷔송과 에마뉴엘 에슈트는 고대부터 20세기까지 패배자로 기록된 13인의 역사적 인물을 탐색했다. 이 인물들은 한때 존경과 두려움, 감탄과 찬양의 대상이었으나 배신과 암살, 자살, 유형과 처형 등의 비극적 결말을 맞이했다. 지은이들은 흥미로운 상상력과 예리하고 비판적인 시각으로 날개가 부러진 운명을 살다간 이들의 일대기를 소설처럼 재현해냈다. 오만, 허세, 우유부단, 나약함 등 인간이라면 누구나 지니고 있을 약점들로 인해 이들이 패배하게 되는 과정은 연민을 자아내며 우리 삶을 돌아보게 하는 감동과 교훈을 선사한다.

    패배의 그늘에 가려진 13인의 진실을 탐색하다

    지은이들은 승자의 그늘에 가려져 패배자로 낙인찍힌 이들의 삶에 담긴 진실을 캐내고자 한다. 예컨대 팜므파탈의 대명사로 여겨지는 클레오파트라가 조국을 구하고 세계를 통일하고자 하는 정치적 야심을 지닌 여왕이었다고 정의내리며, ‘워터게이트 도청 사건’ ‘교활한 딕’으로 대표되는 리처드 닉슨의 정치적 업적과 헌신적 태도를 조명하는 식이다. 이런 서술은 단편적으로만 알고 있던 인물에 대해 호기심과 호감을 불러일으킨다.

    비록 실패에 이르렀지만 자기 길을 똑바로 걸어갔던 이가 승자가 만들어낸 어두운 전설로 인해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할 때도 있다. 미국 ‘남부연합파의 전설’로 여겨지는 로버트 리 장군은 북군과 맞서 싸우다 패배했지만, 그가 실은 연방주의자이자 노예 해방을 지지했다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왕과 조국을 위해 헌신적으로 싸웠지만 마녀로 몰려 화형을 당한 잔 다르크는 역사의 쓰레기장으로 사라질 뻔했다. 역사학자 쥘 미슐레에 의해 그녀는 프랑스의 진정한 구세주로 재평가받으며 오명을 벗게 된다.

    지은이들이 모든 패자를 연민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은 아니다. 혁명과 청춘의 상징으로 소비되는 체 게바라의 신화를 해체하며 그가 지닌 전제 군주적 면모를 주목하는가 하면, 일본과의 전쟁에서 상황이 불리해지자 중국 농민들을 침수시키고 죽음으로 몰아 넣었던 장제스는 ‘너무 큰 옷을 입은 장군’이라며 비아냥거리기도 한다.

    여러 시대와 대륙의 역사를 파노라마처럼 보여주는 이들의 패배사에서 우리는 인생의 아이러니를 발견하게 된다. 자신이 속한 세계를 통합하고, 신념을 이루고자 하는 야망을 지녔지만 ‘리얼폴리티크(현실정치)’의 냉정함을 미처 몰랐던 이들. 오히려 순진했고 인간적이었기에 패배했던 이들의 모습은 어쩐지 우리와 닮아 있지 않은가. 마치 거울처럼 우리의 모습을 비추는 패배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스스로의 오류를 바로잡기도 하고, 때로는 승리보다 가치 있는 패배가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인생을 건 전장에서 패배한 13인의 영웅들, 패배의 이유는 저마다 다르다

    이 책에는 세계사의 주요한 전쟁들이 무대로 등장한다. 포에니 전쟁, 갈리아 전쟁, 백년전쟁, 종교전쟁, 프랑스혁명 전쟁, 러시아 혁명전쟁, 미국 남북전쟁, 중국 군벌전쟁 등이다. 이 역사적 무대에서 책의 주인공들은 일생 일대의 결투를 벌이지만, 라이벌에게 패하고 만다. 왜 패배했는가. 지은이들은 패배의 요인을 다각도로 설명하기 위해 주어진 외부적 상황이나 조건을 동원하면서도 그 주요 원인을 허세, 자만, 경멸, 교만, 맹목, 과도함, 우유부단, 비겁함 등의 타고난 성격과 기질 같은 정신적 요소에서 찾는다. 냉정한 ‘폴리티크(정치)’의 세계에서는 과도한 열정이나 지나친 관념주의, 선의지, 명예와 도덕을 우선시하는 순진한 자긍심도 치명적인 결점으로 작용한다. 지은이들이 분석한 패배자들의 면모는 다음과 같다.

    1. 한니발, 로마를 떨게 한 장군

    카르타고의 장군 한니발은 코끼리 부대를 이끌고 알프스를 횡단한 기적과 같은 장면의 주인공이다. 로마 정복을 꿈꾸었던 그의 적은 로마가 아닌 내부에 있었다. 전쟁 중 그는 이탈리아 남부에 갇혀 고립되지만, 그를 구하기 위한 지원군은 오지 않고 결국 패망의 길을 걷게 된다. 용사 중의 용사였지만, 자기 확신과 오만에 가득차 도처의 적을 알아채지 못한 그는 로마군의 추적을 피해 다니는 떠돌이 신세로 삶을 마감한다.

    2. 베르킨게토릭스, 카이사르에게 ‘아니오’라고 말한 자

    카이사르와 필사적 대결을 벌인 젊은 장군 베르킨게토릭스는 뿔뿔이 흩어졌던 갈리아 부족을 규합하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통합보다 분열을 좋아하는 갈리아인 특유의 성향을 간과했던 베르킨게토릭스는 내부의 분열로 인해 어두운 구덩이 감옥에 갇히고 교수형을 당하는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다.

    3. 클레오파트라, 사라진 환상

    클레오파트라에게는 악의로 가득 찬 검은 전설이 거머리처럼 딱 붙어 절대 사라지지 않았다. 동양과 서양을 통일하려 했던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꿈을 가슴에 품었던 그녀는 그저 “악덕이란 악덕은 다 가진 저속한 매춘부”로 기록될 뿐이다. 그러나 클레오파트라는 알려진 평가보다 가치 있는 한 여성이자 여왕이었다.

    4. 잔 다르크, 죽음으로 일군 승리

    로렌의 한 어린 처녀가 예언을 받고 민중의 영웅으로 거듭나는 아름다운 전설의 주인공이었던 잔 다르크는 단 몇 달만에 마녀로 몰리며 화형대에 오르게 된다. “프랑스 국민 여러분, 항상 기억하십시오. 우리의 조국은 한 처녀의 심장으로부터 태어났습니다.” 그녀를 다시 ‘프랑스의 구세주’로 만든 역사학자 쥘 미슐레의 변호와 예증이 없었다면, 이 가련한 여인을 우리는 어떻게 기억했을까.

    5. 몬테수마 2세, 마지막 황제

    때로는 패배자의 낙인이 정확하게 들어맞을 때도 있다. 우유부단하고 비겁했으며, 오만하고 무지했던 몬테수마 2세는 몇 줌도 안되는 스페인 정복자들에게 이렇다 할 저항도 하지 못한 채 아스테카 제국을 통째로 갖다 바쳤다. 그가 믿고 의지한 것은 오로지 ‘깃털뱀 신’ 뿐이었다.

    6. 앙리 드 기즈, 왕이 아닌 신을 위하여

    앙리 드 기즈에게서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고대 병법서 《손자병법》이 이미 일갈했듯이 적을 절대 무시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위대한 전사이자 교양이넘치는 귀족 왕자 기즈 공작은 앙리 3세를 조롱하고 무시하다가 그 대가를 치러야 했다. 상처입은 짐승이 된 앙리 3세는 모욕을 피로 갚는 것말고 다른 길이 없었다.

    7. 콩데 대공, 오만의 결정체

    스물한 살에 전장의 영웅이 되어 전설의 반열에 올라간 콩데 대공은 오만과 자만으로 인해 치밀한 정치인이 되지는 못했다. 절대 왕정에 대항해 귀족의 반란을 꿈꿨지만, 결국 루이 14세에게 고개를 숙이고 철저하게 복종의 길을 걸어야 했다.

    8. 프랑수아 아나타즈 샤레트, 내 마음속의 방데

    프랑스 혁명파에 맞서 싸운 반혁명파들의 죽음 속에서 샤레트의 죽음은 전설로 기억된다. 그 어떤 장군들보다 그의 전략과 전투 방법은 특출났기에 혁명파는 그를 두려워했다. 오랜 저항 끝에 붙잡힌 그는 처형당하는 순간까지 꼿꼿하게 영웅의 자세를 잃지 않았다.

    9. 로버트 리,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군인

    로버트 리 장군은 가족과 고향이라는 세계와 국가와 군인으로서의 임무라는 두 갈래 길에 섰을 때 전자를 택했다. 북군과 맞서 싸우다 패배하지만 ‘영광스러운 패배’라는 자의식마저 갖지 않을 만큼 엄정하고 초연한 모습을 보여준 그는 단연코 ‘미국의 가장 위대한 군인’이었다.

    10. 트로츠키, 배신당한 혁명가

    명민하고 지적인 혁명가였던 트로츠키 역시 현실 정치의 세계와 타협하지 못하고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했다. 새롭게 급부상한 스탈린 세력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지 못하고, 독재자에게 아첨하는 ‘관료’들을 무시했던 그는 두개골에 총상을 입고 죽음을 맞이한다.

    11. 장제스, 너무 큰 옷을 입은 장군

    군벌을 물리치고 방대한 중국을 통일하고자 했던 군인 장제스는 미미한 성공을 거두고, 크게 패한다. 일본 침략자들에게 무력감을 느낀 그가 중국 인민들을 죽음에 몰아넣고, 국민당 간부들의 부패와 부정을 눈감았을 때 이미 역사는 그의 정치적 라이벌이자 중국 공사당의 수장인 마오쩌둥의 손을 들어주고 있었을 것이다.

    12. 체 게바라, 신화적 인물의 마지막 추락

    군부 체제에 의해 영웅적인 죽음을 맞이한 체 게바라는 혁명과 청춘의 상징이 되었다. 그렇지만 그는 부하들에게 전제적이었고, 패배를 예감하면서도 부대를 이끌고 최후의 전투를 벌였다. 지은이들은 체를 “원액의 스탈린, 그러나 더 자기파괴적인 스탈린”이라고 평한다.

    13. 리처드 닉슨, 저주받은 이름

    역사는 그를 ‘교활한 딕’이라고 신랄하게 평가하지만, 그는 미국의 위대한 대통령 중 한 사람이었다. 국내에서 빈민과 흑인에게 가장 관대한 사회 정책을 펼쳤고, 미국이 벌인 전쟁 중 가장 길었던 베트남 전쟁을 종식시켰다. 그리고 중국공산당을 만나 25년간의 냉전체제를 끝낸 것도 바로 닉슨이었다. 이런 정치의 달인이 어째서 ‘워터게이트 도청 사건’ 하나로 무너지게 되었을까. 시대의 변화에 뒤처졌던 그는 여전히 악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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