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한 vs 유연한 vs 친근한" 전교조
    By tathata
        2006년 12월 07일 02:0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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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교조가 지난 6일부터 오는 8일까지 사흘 동안 9만여 명의 조합원이 참여하는 전교조 위원장, 지부장 및 지회장, 전국 지부대의원을 직선으로 선출하는 선거에 돌입했다.

    이번 선거는 현재 전교조가 직면한 안팎의 ‘위기 상황’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대한 조합원의 총의를 묻는다는 점에서 그 결과가 주목된다. 교원평가제를 도입하려는 정부의 강경책에 맞서 전교조는 연가투쟁을 실시했지만, 이에 대한 조합원 내부의 문제 제기가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교직사회의 구조조정을 앞당길 교원평가와 차등성과급제 도입은 전교조로서는 반드시 막아내야 할 과제이지만, 이를 저지하기 위한 투쟁을 어떻게 할 것인가가 선거의 최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교원평가 저지 투쟁을 둘러싼 후보들의 공약에서도 이같은 차별성은 선명하게 떠오르고 있으며, 조합원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정부의 교원평가 도입 정책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 전교조는 지난 6일부터 오는 8일까지 9만 조합원이 참여하는 지도부 선거를 실시한다. 사진은 전교조 위원장에 출사표를 던진 후보들. (사진 -교육희망)
     
     

    이번 선거는 교원 평가 이외에도 안팎으로 직면한 전교조의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과제 역시 동시에 던지고 있다. 뉴라이트 학부모 단체와 ‘안티 전교조’를 기치로 내건 자유교원노조의 출현, 그리고 부산지부 역사교과서 사건에서부터 최근 임실중학교 빨치산 추모제 사건에 이르기까지 노골화되고 있는 보수언론의 ‘전교조 때리기’에 맞서기 위한 해법 또한 이번 선거는 묻고 있는 것이다. 

    특히 고교 내신 등급제 도입과 논술고사 실시 등으로 인해 공교육이 붕괴 위기에 있는 가운데서 전교조가 공교육의 위상을 확립할 대안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주목할 대목이다. 따라서 전교조의 이번 선거 결과는 향후 전교조 운동 방향의 진로를 가늠할 ‘시계추’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수의 전교조 관계자들에 의하면, 전교조의 이번 선거는 결선투표까지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전교조의 핵심 관계자는 “좌우 양대 진영의 팽팽한 접전이 예견돼 선거 결과를 속단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기호 1번 장혜옥 후보, "교원평가 총력투쟁으로 막아야"

    전교조 위원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사람은 3명. 현재 위원장직을 맡고 있는 기호 1번 장혜옥 후보(수석 부위원장 차상철)는 전교조 내 좌파 진영의 정파조직인 ‘교육노동운동의 전망을 찾는 사람들’(교찾사)이 배출한 후보로, “교원평가, 성과급, 연금법 개악을 총력투쟁으로 반드시 저지시켜야 한다”는 원칙을 천명하고 있다. 

    장혜옥 후보는 “현 시기에는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을 공공성 강화로 반전시키는 운동이 절실하다”고 보며, “성과급과 교원평가 저지 등 교육노동 유연화정책에 대한 전면적 대응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보수언론에 의한 여론 왜곡과 정부의 전교조에 대한 탄압은 시민사회단체, 학부모단체와의 연대를 통해 반전이 가능하다고 판단한다. 1번 진영의 주요공약으로는 ▲학교자치법 제정과 교장선출보직제를 통한 학교자치 실현 ▲초등수업시수 경감, 아이들 살리기 운동, 공교육 개편의 사회 의제화를 제시하고 있다.

    기호 2번 강신만 후보, "학생에 의한 수업평가 받자"

    전교조 기관지 ‘교육희망’의 편집장인 기호 2번 강신만 후보(수석부위원장 김현)는 현 지도부의 교원평가 저지 연가투쟁과 성과급 반납 투쟁이 “반대 싸움에만 치우쳤다”고 평가하고, “생산적인 대안으로 주도해 나가겠다”고 주장한다.

    강 후보는 ▲학생에 의한 수업 평가 제도화, 교장선출제, 교육과 사무행정업무의 분리 ▲조합원과 국민의 지지에 바탕한 이해와 소통 ▲협상과 타협을 병행하는 강하지만 유연한 전교조 등을 주요 공약으로 제시하고 있다.

    강 후보는 ‘학생에 의한 수업 평가의 제도화’를 도입해 학교 현장에서 유연하게 대처해나가자는 입장이다. 그는 “학생에 의한 수업평가는 교육 관료와 교장이 독점하던 교육 권력의 일부를 학생에게 이전하는 것”이라는 논지를 펴고 있다.

    기호 3번 정진화 후보, "강경한 투쟁전술이 고립을 자초"

    이수일 전 위원장을 당선시킨 ‘혁신과 단결을 위한 모임’의 기호 3번 진영은 현 서울지부장인 정진화 후보(수석부위원장 후보 정진후)를 앞세웠다. 정 후보는 “현재 전교조가 사회적 고립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하며, 이는 보수진영의 ‘전교조 때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현 장혜옥 위원장 지도부가 성과급 반납이나 연가투쟁과 같은 강경한 전술을 사용해 고립을 자초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국민과 학생을 위한 사업과 투쟁, 다양한 참교육 실천 활동, 교사에게 구체적으로 도움을 주는 사업 등으로 친근한 전교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 후보는 ▲교장공모제 전면 확대로 교장선출보직제 기반 마련 ▲표준수업시수 법제화 실현 ▲해직교사 호봉, 경력 인정 우선 실현 ▲근무평정 폐지, 승진제도 개혁투쟁 등을 주요 공약으로 제시했다.

    정 후보는 연가투쟁과 같은 강경한 투쟁전술로는 교원평가를 저지할 수 없으며, “국민의 여론과 학부모단체의 정서를 반영하여 합리적인 투쟁을 전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교원평가, 성과급제 도입 저지를 위한 투쟁방식을 둘러싸고 후보들 간 입장차가 첨예하게 전개되고 있지만, 정작 후보들을 직접 선출하는 조합원들은 선거 분위기를 거의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전교조의 한 조합원은 “후보 토론회를 열어도 후보 운동원들만이 참여할 뿐, 조합원들의 참여율을 극히 저조하다”며 “선거가 지나치게 상층부 중심으로만 전개되고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교조의 규모가 비대해지고, 개인주의적 경향이 강해지는 속에서 이같은 더 확산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전교조의 선거결과는 8일 밤에 개표되며, 과반수 이상의 득표를 가진 후보가 나올 경우 9일 오전 11시에 기자회견을 열어 당선자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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