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손 꽃집 할머니의 모험
    [그림책 이야기] 『꽃이 된 로봇』(김종혁(지은이)/ 씨드북)
        2021년 08월 27일 09:4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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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햇빛이 찬란하게 비치고 새들이 신나게 재잘거립니다. 하지만 ‘할매네 꽃집’ 할머니는 심심합니다. 친구가 없었거든요. 그래서 할머니는 소원을 들어주는 항아리를 찾아가기로 결심합니다. 항아리한테 친구를 만들어 달라는 소원을 빌려고 말입니다.

    할머니가 항아리를 찾아 떠난다고 하니 옆집 아줌마는 길이 험하면 어쩔 거냐고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할머니는 통통배에 프로펠러를 달아 뚝딱! 하늘을 나는 배를 만들었습니다. 옆집 아저씨는 연세도 많으신데 어떻게 혼자서 여행을 가느냐고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할머니는 음료수 깡통과 라디오와 믹서로 뚝딱! 로봇을 만들었습니다.

    마침내 할머니는 하늘을 나는 배를 타고 로봇과 함께 항아리를 찾아 길을 떠납니다. 과연 할머니는 소원을 들어주는 항아리를 찾을 수 있을까요? 그래서 항아리는 할머니의 소원을 들어줄까요?

    첫 번째 모험

    항아리를 찾아 모험을 떠난 할머니와 로봇은 여행을 시작하자마자 난관에 부딪힙니다. 바다 괴물을 만난 것입니다. 바다 괴물이 소원을 들어주는 항아리를 지키고 있다는 전설이 옛날부터 전해오고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낚싯대로 바다 괴물을 잡았습니다. 하지만 잡고 보니 바다 괴물은 괴물이 아니라 커다란 인형이었습니다. 할머니와 로봇은 이렇게 큰 인형을 함부로 바다에 버리면 어떻게 하냐며 화를 냈습니다.

    화를 내다가 문득 고개를 들었는데 푸른 바다가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본문 중에서

    첫 번째 모험에서 할머니와 로봇은, 사람들이 거대한 쓰레기로 푸른 바다를 오염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사람들이 버린 거대한 쓰레기가 진짜 괴물이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할머니와 로봇은 분노에 휩싸입니다. 그런데 그 건강한 분노마저 녹여버리는 것이 바로 푸른 바다입니다. 끝없이 펼쳐진 대자연의 아름다움에 어느덧 분노는 사라지고 할머니와 로봇은 감탄을 금치 못합니다.

    어리석은 어른과 지혜로운 어린이의 대화

    “좋아한다는 건 뭐예요?”

    로봇이 물었습니다.

    “좋아한다는 건 뭔가를 생각했을 때 입가에 웃음이 번지는 거야.”

    할머니가 대답했습니다.

    “그럼 할머니는 아이스크림을 좋아하시겠네요. 아이스크림 이야기만 하면 웃으니까요.”
    로봇이 말했습니다.

    -본문 중에서

    물론 할머니는 어리석지 않습니다. 로봇의 질문에 뭐든지 척척 대답해주니까요. 반면에 로봇은 지혜롭지 않습니다. 지혜롭기에는 아직 모르는 게 너무 많으니까요.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보면 할머니는 어리석습니다. 할머니는 이미 소원을 이뤘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니까요. 로봇이라는 친구가 바로 할머니 앞에 있는데도 말입니다. 더불어 로봇은 지혜롭습니다. 자신이 궁금한 것을 물어볼 줄 알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이 뭘 좋아하는지도 잘 알고 있으니까요.

    “삶이란

    뭐든지 다 안다고 생각하지만 어리석은 어른과

    아무 것도 모른다고 생각하지만 지혜로운 어린이의

    끝없는 대화입니다.”

    _이루리

    로봇은 왜 꽃이 되었을까?

    그림책 『꽃이 된 로봇』은 제목에서 이미 엄청난 화두를 던지고 있습니다. 할머니의 소원은 친구를 얻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왜 로봇은 꽃이 되었을까요? 영리한 독자들은 할머니가 원래 꽃집을 했다는 사실을 떠올릴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림책 『꽃이 된 로봇』은 그렇게 단순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저는 김종혁 작가님을 진심으로 칭찬하고 싶습니다. 그림책 『꽃이 된 로봇』은 소중한 깨달음으로 가득 차있습니다. 하지만 김종혁 작가님은 그 소중한 깨달음을 직설적으로 이야기하기 보다는 재미있고 아름다운 이야기 속에 잘 녹여냈습니다. 작가님은 재미와 아름다움을 전하는 예술가의 임무를 아주 훌륭하게 수행했습니다.

    김종혁 작가는 그림책 『꽃이 된 로봇』에 우리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거의 모든 깨달음을 담았습니다. 작가 자신이 삶에서 배우고 깨우친 모든 것을 한 권의 그림책에 감동적으로 녹여낸 것입니다.

    그림책 『꽃이 된 로봇』은 묻습니다. 우리는 왜 사는가?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사는가?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우리는 왜 로봇을 만드는가? 그림책 『꽃이 된 로봇』은 삶의 모든 질문에 독자 스스로 답을 찾게 만드는, 아주 놀라운 그림책입니다.

    필자소개
    세종사이버대학교 교수. 동화작가. 도서출판 북극곰 편집장. 이루리북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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