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정부와 협력했던
    아프간 380여명 입국한다
    정부 “난민 아닌 특별공로자” 난민단체 “난민협약상 보호 필요 난민”
        2021년 08월 25일 06:2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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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 한국 정부와 협력했던 아프가니스탄 직원과 가족 380여 명이 한국군 수송기 편으로 입국한다.

    최종문 외교부 2차관은 25일 오전 브리핑을 통해 과거 한국 정부와 협력한 아프간인 380여 명이 26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한국에 도착한다고 밝혔다.

    최 차관은 “수년간 주아프가니스탄 한국 대사관, KOICA, 바그람 한국병원, 바그람 한국직업훈련원, 차리카 한국 지방재건팀에서 근무한 바 있다”며 “이들은 난민이 아니라 특별공로자”라고 강조했다.

    한국 정부는 2001년 테러와의 전쟁을 내세워 아프간을 공격한 미국의 지원 요청에 비전투부대를 파병했다. 군부대는 2007년 12월 철수했지만, 정부는 최근 정권이 탈레반에 넘어가기 전인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지방재건팀(PRT)을 파견해 현지 병원과 직업훈련원을 운영해왔다. 고용된 다수의 현지인들은 주로 의사, 간호사, 정보기술(IT) 전문가, 통역, 강사, 행정 등 전문인력들이다.

    이들은 과거 한국을 위해 일했다는 이유로 탈레반의 보복 위험에 처했다며 정부에 도움을 요청해왔다. 앞서 탈레반은 지난 17일 기존 아프간 정부 및 외국 정부와 협력한 이들에 대한 사면령을 발표했지만 약속이 지켜지지 않을 것이라는 추측이 많다.

    최 차관은 “한국을 도운 이들에 대한 도의적 책임, 국제사회 일원으로서 책임, 인권 선진국으로서 국제적 위상, 다른 나라들도 유사한 입장에 처한 아프간인을 대거 국내 이송한 점 등을 감안했다”며 아프간인 수용 배경을 전했다.

    이들은 한국에 도착한 후, 당분간 충북 진천에 있는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 머물게 된다. 정부는 이들에게 일단 단기 비자를 발급한 뒤 장기체류 비자로 일괄 변경할 계획이며 이후 난민 인정자에 준하는 체류자격과 처우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법무부도 이날 국내에 머물고 있는 아프간인들에 대해 특별체류 조치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재유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은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에 의한 아프간 정국 혼란으로 아프간인들의 탈출이 지속되고 있다”며 “국내 체류 중인 아프간인을 대상으로 현지 정세가 안정화될 때까지 인도적 특별체류 조치를 시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아프간인 국내 이송과 관련한 상황과 향후 조치 계획을 보고 받은 후 “우리 정부와 함께 일한 아프가니스탄 직원과 가족들을 치밀한 준비 끝에 무사히 국내로 이송할 수 있게 되어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그러면서 “우리를 도운 아프간인들에게 도의적 책임을 다하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고, 의미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정부 및 군 관계자들과 아프간인들이 안전하게 한국에 도착할 때까지 면밀히 챙기라”며 “아프간인들이 국내 도착 후 불편함이 없도록 살피고, 방역에도 만전을 기해 달라”고도 지시했다.

    한국 정부가 분쟁 지역의 난민을 대규모로 국내 이송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난민단체 등도 이에 대해 “환영” 입장을 밝혔다.

    난민인권네트워크는 전날 공동성명을 내고 “난민 보호와 관련한 한국 정부의 국제법적 의무가 아니라 하더라도 2001년부터 지속된 미국 주도의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파병국으로서의 한국의 책임, 한국을 조력했다는 이유로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 정부로서는 당연히 해야 할 조치”라며 “신속하게 난민들의 피난을 직접 조력하며 이들의 삶을 책임진 한국 정부의 신속하고 주체적인 대응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정의당도 “정부의 신속한 대응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냈다.

    오현주 정의당 대변인은 25일 오후 국회 브리핑에서 “현재 미국과 영국, 캐나다, 프랑스 등 다른 나라 정부들도 자국 기관에서 근무해온 아프간 현지 직원의 안전을 위한 조처를 진행하고 있다. 정부의 이송 결정은 당연한 조처”라며 “우리 정부를 도와 아프가티스탄 재건 사업을 함께 해온 사람들의 이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은 외면할 수도, 외면해서도 안 되는 일”이라고 밝혔다.

    다만 한국으로 이송되는 아프간인들에 대해 난민이 아닌 ‘특별공로자’로 규정한 것에 대해선 일부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난민 수용에 대한 반대 여론을 무마하는 데에 급급해 마땅히 부여해야 할 난민 지위조차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난민인권네트워크는 이날 오후 공동성명에서 “현재 수송 작전이 진행 중인 ‘현지인 조력자’는 정확하게 난민협약에 의해 보호가 필요한 ‘난민’”이라며 “‘난민 아니라 특별공로자’라는 외교부 당국자의 발언은 매우 부적절하다. ‘난민을 데려오려 한다’라는 일부의 비판 여론만 의식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단체는 “한국 정부에 조력했다는 사실로 인해 난민협약상 박해의 우려가 생겼으므로 이들은 한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재정착을 지원해야 하는 사람들이며, 해외 다수의 국가가 모두 진행하고 있는 당연한 절차”라며 “즉 각 정부가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들을 데려와 난민으로 재정착을 지원하는 절차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박해를 받을 위험이 있는 난민임에 분명한 사람들이 정당하게 받을 수 있는 난민 지위를 부여하는 것이 아닌, 마치 공헌을 보상하는 방식으로 절차를 진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한국 정부의 국제인권법적 의무에 따라 당연히 부여해야 하는 난민의 지위를 마치 ‘한국 정부를 잘 따랐을 경우에 베푸는 시혜적인 훈장’으로 변질시키는 것이며, 이는 한국 사회에 난민에 대한 오해를 유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오 대변인 또한 “외교부는 이들을 난민이 아닌 특별공로자 지위로 이송하며, 이들에게 난민 인정자에 준하는 체류자격과 각종 지원을 제공한다고 한다”며 “그렇다면 왜 난민 지위가 아닌지, 준하는 체류자격이라 함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짚었다.

    이어 “정부는 한국으로 들어오는 아프간인과 국내 체류 중인 아프간인들에 대해 인종·종교에 대한 혐오표현은 용인될 수 없다는 원칙을 표명해야 한다”며 “특히 정치권과 언론을 통해 마치 정당한 의견인 양 소수자를 공격하는 표현이 용인되지 않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라”고 촉구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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