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론중재법' 처리 본회의 연기
    민주 "8월 처리" 국힘·정의, 강력 반발
    이정미 "이제는 돈으로 언론 겁박하는 시대 될 것”
        2021년 08월 25일 12:2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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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민주당이 일방 추진 중인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처리하기 위한 25일 본회의가 일단 연기됐다. 민주당은 이날 새벽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언론중재법을 단독 처리했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언론중재법이 이날 새벽 법사위를 통과한 지 하루가 지나지 않아 본회의 처리를 할 수 없다는 야당의 주장을 수용해 본회의를 연기하기로 했다. 국회법상 법사위 통과 이후 하루가 경과하지 않은 법안은 본회의 처리가 금지돼있다.

    법사위는 전날 전체회의를 열고 40여개 법안을 심의, 언론중재법은 가장 마지막 안건이었다. 법사위원장 직무대리인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20개에 가까운 법안이 남은 상태에서 밤 12시경 차수를 변경해 언론중재법을 단독 처리했다. 국민의힘 소속 법사위원들은 차수 변경에 반대하며 전원 퇴장한 상태였고, 야당 의원 중엔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만 회의에 남았다.

    25일 새벽 언론중재법 개정안 가결을 선포하고 있는 박주민 법제사법위원장 직무대리

    민주당은 조만간 본회의 일정을 다시 잡아 언론중재법 처리를 강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오늘 새벽 법사위가 민생개혁법안들을 통과시켜 본회의 처리를 눈앞에 두고 있다. ‘가짜뉴스 구제법’(언론중재법)은 손에 꼽을 만 한 큰 성과”라며 “8월 국회에서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언론 관련 단체들의 반대에도 여당이 강행 의지를 드러내면서 야당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강민국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거대의석에 취한 민주당이 언론재갈법을 오늘 새벽 국회 법사위원회에서 강행 처리하고, 국회 본회의에서도 강행 처리 의지를 나타냈다”며 “누구를 위한 입법 독주인가”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언론재갈법’이 통과되면 이제 언론사들은 부패한 권력을 견제하지 못하고 자기 검열을 할 수밖에 없다. 언론중재법으로 사라지게 된 것은 ‘가짜 뉴스’가 아닌 ‘진짜 뉴스’”라고 우려했다.

    강 원내대변인은 “절차와 내용 모두 반(反) 민주주의의 극치인 이번 언론중재법 통과는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에 오명으로 남을 것”이라며 “국민의 힘은 필리버스터, 헌법소원 등 모든 방안을 동원해 최전선에서 언론의 자유와 국민의 알 권리를 수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과거 독재권력이 힘으로 언론 겁박했다면,
    이제는 돈으로 언론을 겁박하는 시대가 될 것”

    언론단체등과 공동 투쟁을 벌이고 있는 정의당의 경우 대선주자들이 일제히 비판 입장을 발표했다. 민주당의 원안에서 선출직 공직자, 대기업 임원들은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없도록 수정은 됐지만 여전히 언론자유 위축 우려는 남아있다는 것이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언론중재법이 ‘미투금지법’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밝혔다.

    심 의원은 “가짜뉴스 방지의 필요성을 누가 부정하겠나. 그럼에도 이번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해 더 숙고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호소해왔던 것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그는 “미투 또는 학폭 등의 경우 대부분의 피해자는 충분한 물적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내가 곧 살아있는 증거’라는 절박한 심정으로 부당한 폭력을 고발해왔다. 이를 언론이 보도하고, 사회적 논의가 이뤄지고, 실제 검경 수사가 진행되며 진실이 드러났던 것이 그동안의 과정이었는데, 이 개정안대로라면 애초 첫 보도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 대부분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미투뿐만이 아니라, 사회적 약자들의 기득권을 향한 고발은 대부분 이런 형태로 이뤄진다”며 “정의당과 언론단체들의 이의제기 후 선출직 공직자, 대기업 임원들은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없는 것으로 개정했지만, 중소기업 사장, 문화계 인사, 체육계 인사 정치인 자녀, 대기업 오너의 친인척 등은 어떻게 할 것인지 여전히 문제가 남아있다”고 했다.

    심 의원은 “언론중재법보다 더 시급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방안은 대통령의 공약이었음에도 이 법안은 묶어 놓았다. 지방신문 예산 확대도 매우 중요한 언론개혁인데 오히려 정부는 예산을 삭감안을 내고 있다”며 “더 시급하고 더 실효적인 언론개혁 과제는 외면하고 언론중재법안만을 밀어붙이고 있으니 정부여당의 개혁 의지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정미 정의당 전 의원도 “허위·왜곡 보도로 인한 피해를 구제해야 한다는 언론개혁의 취지에는 누구나 공감할 것이나, 지금 민주당이 강행하려는 법안은 언론의 권력감시와 비판을 막아설 독소조항이 가득하다”고 짚었다.

    이 전 의원은 “민주당은 고위공직자와 대기업 임원의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권을 제외했으니 괜찮다고 하지만, 최서원씨가 고위공직자였나. 이 법이 있었다면 국정농단 사태가 세상에 알려질 수 있었겠느냐”며 “고위공직자가 되기 전인 장관 후보자들도 마찬가지다. 언론의 검증이 없었다면 조국 사태도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자의적 기준에 따라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언론은 위축될 수 있다”며 “과거의 독재권력이 힘으로 언론을 겁박했다면, 이제 돈으로 언론을 겁박하는 시대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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