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본급 쪼개 인센티브로
    팀원 결근시 팀 임금 삭감
    건보공단고객센터 위탁업체 중간착취, 공단이 극단적 성과경쟁 강요 
        2021년 08월 24일 08:2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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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업무를 위탁 받아 운영하는 민간위탁업체가 건보공단에서 받은 직접노무비 일부를 인센티브로 지급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업무시간 중 자리를 가장 적게 비우거나 콜을 많이 받은 상담사에게 인센티브를 줘서 상담사 간 경쟁을 조장하는 방식으로 운영해왔다는 것이다. 건보공단과 위탁업체 간 맺은 용역계약에 따르면 직접노무비는 모두 통상임금으로 지급해야 하며 위반 시 용역계약 해지 사유가 되지만, 공단은 위탁업체의 이러한 계약 위반 사항을 관리·감독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노조)는 24일 오전 서울 정동에 있는 사무금융노조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단과 위탁업체 간의 용역계약 특수조건 상으로 봤을 때 직접노무비를 인센티브로 사용할 수 없음에도 위탁업체는 상담사들을 무한 경쟁으로 내몰고 인센티브라는 명목으로 마땅히 지급해야 할 직접노무비마저 제대로 지급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건보공단고객센터TV 유투브

    건보공단 고객센터는 전국 12개 센터 11개 민간업체에 위탁돼있다. 각 센터에 상담사는 동일업무를 하지만 소속된 업체에 따라 임금, 노동조건, 복리후생이 모두 다른 상황이다. 상담사를 고용한 업체가 공단이 지급하는 220만원(지난해 기준)의 직접노무비를 기본급으로 지급하지 않고 일부를 떼어 인센티브로 차등지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체는 기본급으로 최저임금 수준인 월 180여 만원을 지급해왔다. 업무가 숙련도가 낮아 콜수가 적은 신입사원의 경우 원래 받아야 할 기본급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노조가 공개한 인센티브 제도 중 하나인 ‘생산성 프로모션’은 상담사가 받는 콜수 실적에 따라 상품권과 휴식시간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가장 많은 콜을 받은 상담사에 대해 등수를 매겨 많게는 현금 5만원을 지급하는 식이다. ‘최소 이석+후처리 프로모션’도 있었다. ‘목표콜 120개 이상, 자리 옮기기 및 상담 처리 20초 이내인 자’로 프로모션 대상자를 한정해 상품권 5천원을 지급했다. 또 업체는 팀에 결근자가 발생하면 팀 전체의 임금을 삭감하는 등 연대책임을 지우기도 했다.

    이은영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장 직무대행은 “정확하고 친철한 상담보다는 더 많은 인센티브를 가져가기 위해 대충 상담을 하며 옆 동료보다 더 많은 전화 받기에만 급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공단과 위탁업체 간의 용역계약에 따르면, 공단이 업체에 지급한 직접노무비는 전액 통상임금인 기본급으로 지급해야 한다. 또 ‘민간위탁 노동자 근로조건 보호 이행확약서’를 보면 “상담인력의 책정임금을 성실히 지급”하지 않는 경우 계약 해지가 가능하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노조 관계자들은 이러한 이유로 계약해지가 이행된 사례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유라 경인지회 부지회장은 “피라미드식 인센티브 지급으로 밥 먹는 시간과 화장실 가는 시간까지 줄이며 상담사 간 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그럼에도 관리자 제외한 상담사 780명 중 581명은 공단이 정한 직접노무비도 수령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간위탁 노동자 근로조건 보호 관련 이행 확약서에 따르면 위반 업체는 계약을 해지해야 함에도 공단은 제대로 관리감독 하지 않고 계약해지도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자료 출처=고객센터노조

    콜수 실적을 압박하는 운영 방식에 대해 위탁업체 탓만 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단의 업체 평가 지표가 콜수 실적이기 때문이다.

    건보공단은 지난해 위탁업체 차기 계약을 위한 평가 지표로 ‘집중기 응대 달성비율 99%’를 내세우고 있다. 계약을 따내야 하는 업체로선 프로모션 등 다양한 방식을 써서 상담사들을 극단적인 콜수 경쟁에 내몰 수밖에 없는 셈이다. 노조는 “건보공단이 업체 선정과정에서 노무비 지급 및 보상체계의 적절성을 평가하도록 되어 있다는 점에서 업체에만 책임을 전가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상담사들을 무한경쟁으로 내모는 운영 방식으론 건보공단 노동자들이 그간 요구해온 공공성 강화는 지켜질 수 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노조는 “건보공단은 2016년 성과연봉제 도입에 반대하며 성과주의 확대가 사회보험의 공공성을 위협할 수 있다고 총파업을 한 적이 있다. 지금 건강보험 고객센터야 말로 극단적인 성과 경쟁으로 공공성이 무너지고 있는데도 공단은 눈을 감고 귀를 막고 애써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위탁업체 손에 맡겨진 고객센터의 상황이 ‘공공성 강화’ 목소리를 내온 건보공단 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에도 역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공공기관이라면 국민의 소중한 보험료로 민간기업의 배를 불릴 것 이 아니라 노동자를 보호하고 그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이 하루빨리 개선되도록 책임 있게 나서야 할 것”이라며 “그 근본적인 대책은 비리용역 업체와 하루빨리 계약을 해지하고 공단이 상담노동자들을 직접고용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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