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 빈민 주거권 쟁취 너무 무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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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12월 07일 12:0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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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의 일부 투기꾼들을 제외하고는 부동산 폭등으로 온 국민이 신음하고 있는 이 때 민주노동당의 부동산 문제 대응은 실망 그 자체다. 서민정당을 표방하면서도 무주택 서민 문제, 특히 저소득 빈민층의 주거권 문제를 사회 의제로 설정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여야 정당들과 경실련 등 중산층 중심의 시민단체들 사이에서 논의되고 있는 주택 가격 안정화 방안과 부동산 투기 해법은 무엇이 문제인가? ‘중산층 의식’에 빠져 있는 수도권 30~40대 화이트칼라들의 입맛에 맞는 대책을 내놓고 있으니 문제가 아닌가?

“부동산 투기만 좀 진정되면 수도권에 내 집 한 채 가질 수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힌 사람들을 중심으로 부동산 투기 해법을 내놓으니 ‘홍준표 법안’과 같이 건설업자 이익을 보장하기 위해 용적률 400%에 이르는 ‘고층 닭장집’을 만들자는 법안이 ‘아파트 반값’이라는 슬로건과 함께 민생법안으로 둔갑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노동당은 이런 홍준표의 ‘포퓰리즘’에 제대로 대응하기는커녕 의제 설정의 주도권을 빼앗긴 채 자기 목소리 하나 제대로 내놓지 못하며 끌려가기만 하고 있다. 이게 제대로 된 진보정당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인가?

반지하를 포함한 지하실, 옥탑방, 판잣집, 움막, 동굴 등 사람이 살수 없는 곳에서 생활하는 절대 빈곤층이 68만 가구에 160만명이나 된다. 이들을 포함하여 최저주거미달 가구에 거주하는 빈곤층이 무려 1천만명이다. 그런데도 요즘 사회적으로 쟁점이 되고 있는 수도권 발 부동산 폭등과 투기 문제 해결방안은 이들 저소득 빈민층을 철저히 외면한 채 ‘중산층’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다.

그리고 이들 ‘중산층 의식’에 빠져 있는 수도권 30~40대 화이트칼라들은 일단 목 좋은 곳에 아파트 한 채를 구입하면 그 순간부터 조중동과 한나라당이 유포하는 ‘세금폭탄론’의 철저한 신봉자로 돌변하고 만다.

수도권 30~40대 화이트칼라들은 운 좋게 집값 폭등으로 불로소득을 거둔 강남이나 분당 주민에 대해 ‘상대적 박탈감’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동시에 내 집값이 떨어져서는 안 된다는 이중 심리를 가지고 있다. 이런 이중 심리를 가진 회색인간들은 결코 부동산 폭등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을 원하지 않는다.

사정이 그러함에도 민주노동당은 의제 설정의 주도권을 행사하며 저소득 빈민층의 주거권 문제를 쟁점으로 부각시키지 못하고 있다. ‘홍준표 법안’을 중산층 중심의 시민단체들이 지지하는 사태를 막지 못하고 있다. “사돈이 땅을 사니 배가 아프다”라는 생각과 “내 집값만은 떨어져서는 안된다”라는 수도권 30~40대 화이트칼라들의 모순적인 이중 심리를 돌 맞을 각오를 하며 비판하지도 못하고 있다.

이명박-오세훈이 ‘뉴타운 개발’을 빌미로 불도저로 밀어버리겠다는 서울의 달동네 주민들의 투쟁과 연대를 이끌어 내지도 못하고 있다. 하다못해 16년 전 민자당 3당 합당이 있을 때만 해도 저소득 빈민층의 주거권 문제는 빈민 운동단체들의 격렬한 철거 투쟁으로 말미암아 신문 사회면 하단에 게딱지만큼이나마 보도되었는데, 지금은 다들 뭐하고 있는 건가?

아무리 봐도 민주노동당이 저소득 빈민층의 주거권 문제에 무관심한 것은 계급적 관점이 철저하지 못해서라고 밖에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하기야 당을 이끌어가는 의원단의 부동산 소유 내역을 보면 민주노동당의 그런 무소신, 무능, 무책임이 이해가 된다.

이런 식으로 민주노동당이 서민정당, 계급정당으로서의 정체성을 뚜렷이 하지 않으니 당 지지율이 계속 미끄럼을 타고 있는 것이다. ‘아래로, 왼쪽으로’ 가야 할 정당이 해바라기마냥 위만 바라보며, 북쪽만 바라보며 오른쪽으로 뒷걸음질치니 어떤 노동자가, 농민이, 빈민들이 민주노동당을 ‘자기당’으로 생각할 수 있겠는가.

부동산 문제가 공영방송과 조중동을 비롯한 부르주아 언론들조차 무시할 수 없는 사회 의제가 된 상황에서 저소득 빈민층의 주거권 문제를 주도적으로 제기하지 못하면 민주노동당에는 미래가 없다. 진정한 진보 좌파라면 지금부터라도 중산층 중심의 시민단체들이 서울시청 광장에서 퍼포먼스 하는 것을 뒷짐만 지고 바라보지 말고 성난 저소득 빈민층의 민심을 가감없이 대표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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