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합신당 반대→'연정'으로 진화
        2006년 12월 06일 06:5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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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야정 정치협상제의(11.26) – 탈당 및 중도 사퇴 시사(11.28) – 통합신당 반대 및 당 사수론 제기(11.29) – 지역구도 반대(11.30) – 지역구도 극복 및 정치제도 개선(12.4) – 연합정치 필요성 강조(12.6).

    최근 며칠 새 정계개편과 관련해 청와대에서 흘러나온 발언들이다. 이 발언들의 궤적에선 하나의 경향이 발견된다. 발언의 무게 중심이 정치제도의 문제로 한 클릭씩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급기야 6일엔 ‘연합정치’를 논쟁의 중심에 놓는 데까지 발전했다.

    소문상 청와대 정무비서관은 이날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협력과 연합정치를 외면하면 대결정치, 교착정치가 되풀이 된다"면서 연정의 필요성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 노무현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노무현 대통령은 4일 "연정은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공동의 목표를 위해 협력하면서도 경쟁하는 것"이라면서도 "참여정부에서 연정은 불가능한 상태이고, 제가 다시 제안할 수도 없다"고 선을 그었는데, 이보다 조금 더 나간 표현이다.

    소 비서관은 이날 "협력과 연합정치 문제를 외면할 때, 여소야대에 의한 대결정치, 결론을 내지 못하는 교착정치는 앞으로도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대통령이 이 문제에 매달리는 것은 정치공학적 이유 때문이 아니라 이 장애물을 치우지 않는 한 제대로 된 국정운영을 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지금까지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선거제도를 문제 삼기도 했다. 그는 "한국의 지역주의는 단순대표제인 소선거구제와 결합되어 특정정당에 의한 지역 대표성의 독점과 대량의 사표가 발생한다"고 했다.

    그 실례로 "2000년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영남지역에서 55%의 득표율로 울산동구(정몽준)를 제외한 전의석을 독점했고, 2004년 총선에서는 영남에서 52.4% 득표율로 60석을 차지했다. 반면 2004년 총선에서 우리당은 32.0% 득표율로 불과 4석을 차지하는데 그쳤다"고 했다. 

    그는 "우리 의회는 지역구도와 함께 집권이냐, 아니냐의 이분법에 따른 ‘일여다야’의 대치구도 속에 존재하고 있다"면서 "국회의 주도권을 제1당이 아니라 제1야당이 장악하고, 제1야당이 비토하면 한 치도 앞으로 나갈 수 없는 작동불능의 정치를 양산한다"고 현 정치체제를 비판했다. 또 "군소야당들은 정부-여당의 ‘2중대’ 비판을 두려워하여, 협력보다는 차별화에 몰두한다"고 했다.

    소 비서관은 "대통령이 지역구도 타파와 연합정치라는 화두를 내놓은 것은 내년 대선 전략을 위해서가 아니라 한국정치의 근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며 "이를 권력투쟁이라는 한마디로 손쉽게 매도해버리는 안이한 접근으로는 대통령의 고뇌와 제안, 그 진정성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비록 그가 "(노대통령의 연정 제안을) 권력투쟁이라는 한마디로 매도"하지 말라고 했지만, 대선과 정계개편을 앞둔 시점에서 노대통령이 꺼내든 ‘연정론’은 불가피하게 정치적인 해석을 낳고 있다. 노대통령이 정치적 진공 상태에 있지 않은 까닭이다.

    이와 관련, 정치권 일각에선 얼마 전 노대통령의 하야 가능성 언급이 제기된 당시 "노대통령이 임기를 걸고 지역주의 극복을 위한 중대선거구제 개편이나 연정론을 들고 나올 것"이라는 얘기가 나돌기도 했다.

    중대선거구제와 연정은 ‘한나라당대 비한나라당’ 중심으로 짜여져 있는 현 정치구도에 근본적인 지각변동을 가져올 수 있다. 친노그룹의 경우 호남과 영남에서 고루 2등을 함으로써 전국정당의 꿈을 이룰 수도 있다.

    때문에 정치권에선 노대통령의 연정론이 내년 대선이 아니라 내후년 총선을 겨냥한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노대통령이 "참여정부에서 연정은 불가능한 상태"라고 한 것을 이런 맥락에서 읽기도 한다.

    물론 노대통령의 구상을 한나라당이 받아들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 문제는 노대통령이 한나라당에 ‘제안’하는 것이 아니라 ‘강요’하는 형태로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이다. 노대통령이 임기 문제로 배수진을 치고 나올 경우 한나라당이 지금처럼 무대응으로 일관하기 쉽지 않다.

    노대통령이 중도 사퇴하면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하는데 이명박, 박근혜, 손학규 세 유력 주자가 버티고 있는 한나라당은 분란 없이 후보를 정하기가 쉽지 않다. 또 누가 대선 후보가 되느냐에 따라 이듬해 총선에서의 지역구 배정도 달라질 수 있다.

    한나라당 의원들로선 계산이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한나라당의 분열 가능성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또 한나라당 내 일부 세력과 친노파의 연대설이 풍문처럼 나도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각도에서 연정론을 노대통령의 대선용 승부수로 읽는 시각도 있다.

    노대통령의 연정론이 퇴임 이후를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조순형 민주당 의원은 5일 "중대선거구제 문제는 임기 후 본인의 안정된 지위와 입지를 보장하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그는 "노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은 치밀히 계산된 수순에 의해서 진행되는 것 같다"며 "중대선거구제도는 마지막 요구조건으로 나올 수 있고 결국 대통령직을 하야하겠다는 수순까지 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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