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반 20명이 미래교육①
    내 학창 시절보다 좋아졌지만, 착시 유의
        2021년 08월 23일 09:3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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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반 20명이 미래교육이다

    2학기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대체로 광복절 지난 8월 셋째 주에 개학하지만, 일찍 시작한 학교도 있습니다.

    교육당국이 전면등교를 공언하던 그 2학기입니다. 하지만 거리두기 4단계에서는 여의치 않습니다. 등교원칙을 바꾸지 않는 한, 4단계는 원격수업이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등교 확대는 대세입니다. 원격수업의 부작용으로 학습결손과 교육격차가 심각하기 때문입니다. 언제까지 학교를 안 보낼 수 없습니다. 백신 접종이 속도 붙으면, 확진자 추세가 좋아지면, 등교를 점차 확대하다가 전면등교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겁니다.

    이 때 중요한 것은 학급밀집도입니다. 교육격차 해소와 학교방역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해법입니다. 거리두기를 준수하면서 교실에서 잘 배울 수 있는 힘은 학급당 학생수입니다. 그 이야기를 나눠서 해보겠습니다.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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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반 20명이 미래교육 ①

    내 학창 시절보다 좋아졌지만, 착시 유의하세요

    학급밀집도, 코로나 시대의 용어입니다. 교실 내 거리두기를 위한 말입니다. 학교에 대해선 ‘학교밀집도’, 교실에 대해선 ‘학급밀집도’라고 합니다. 학급당 학생수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두 가지 생각해볼 지점이 있습니다. 작년부터 퐁당퐁당 등교를 했습니다. 1/3 등교면 중학교의 경우 한 학년이 등교했습니다. 학생 입장에서 보면 1주일은 학교 가고, 2주일은 집에서 원격수업을 듣는 식입니다. 가정 내 마찰과 함께 말입니다.

    1/3 등교를 하면 학교와 학급의 밀집도는 어떻게 될까요. 가령 한 반 30명에 전교생 900명 학교가 있습니다. 1/3 등교를 하면, 300명으로 학교밀집도는 좋아집니다. 하지만 교실에는 여전히 30명이 앉아 있습니다. 학교밀집도 줄었다고 해서 학급밀집도까지 자동적으로 좋아지지 않습니다.

    교육당국은 그동안 학교밀집도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학급밀집도 낮추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두 번째 지점은 기억입니다. 1985년 중학교의 학급당 학생수는 61.7명입니다. 1980년 초등학교 2부제는 1만 706학급에서 했습니다. 30~40년 전 풍경입니다. 40대 중반 이후 세대라면 많은 분들이 60명 넘는 콩나물교실과 2부제를 경험했습니다. 3부제 수업도 있었습니다.

    이 기억에 비추면, 지금은 격세지감입니다. 2020년 중학교의 학급당 학생수는 25.2명입니다. 확연히 좋아졌습니다. 콩나물교실의 기억을 안고 자녀 학교에 가면, ‘많이 좋아졌구나’ 느낄 수 밖에 없습니다. ‘내가 다닐 때랑 다르네’ 여겨지는 것은 인지상정입니다.

    그 느낌에서 멈춰야 합니다. 더 나아가면 착시에 빠집니다. 예전보다 좋아진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부족합니다. 주변을 둘러볼 필요가 있습니다.

    2003년 OECD 교육지표(2001년 수치)에서 우리나라 중학교의 학급당 학생수는 37.7명으로, 회원국 중 꼴찌였습니다. 십수년이 흘러 2020년 지표(2018년 수치)에서는 26.7명으로 개선되었지만, 30개국 중에서 24번째입니다.

    예전보다 좋아졌으나, 중하위권에 머물러 있습니다. OECD 평균 23.3명, EU 평균 21.0명, 상위 10개국 산술평균 19.2명과 차이도 분명합니다. 꽤 부족합니다.

    경제력에 비추면 더 씁쓸합니다.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총소득은 2018년 3만 3천 564달러입니다.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슬로바키아, 그리스, 슬로베니아, 폴란드, 헝가리, 체코, 포르투갈, 터키, 스페인 등 10개국은 우리보다 1인당 국민총소득이 적습니다. 그런데 학급당 학생수는 우리보다 좋습니다. 대한민국이 경제력은 앞설지 몰라도, 교육 여건은 뒤처진다는 의미입니다.

    하긴 그럴만 합니다. 2003년 교육지표 당시의 우리나라 1인당 국민총소득은 1만 1천 484달러였습니다. 2020년 지표에서는 3배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국민소득이 3배 늘어날 동안, 학급당 학생수는 꼴찌에서 중하위권으로 오른 정도였습니다.

    이래서야 학급당 학생수 올림픽이 열리면 메달권은 커녕, 결선에 오를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대한민국이 얼마 전 선진국 되었다는데, 교육 선진국은 아직입니다.

    필자소개
    정의당 교육담당 정책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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