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X 승무원 문제는 여러분의 문제"
        2006년 12월 05일 03:1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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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또한 대학 다닐 때에는 노동 운동의 ‘노’자도 몰랐다. 지금 생각하면 부끄럽지만, 사실 친구들이랑 놀기에도 바빴다. 내가 이런 얘기를 하는 건 ‘비정규직’ 이 바로 여러분들의 문제일 수도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기 때문이다."

    철도노조 KTX열차승무지부 교육선전부장 오미선씨는 차분했다. 5일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강단에 선 오미선씨는 철도공사의 직접 고용을 요구하며 280여일 투쟁을 벌이는 동안 ‘세상에 대해 눈을 뜨게 된 과정’ 을 설명했다.

    이 강연은 성공회대 사회대학부 및 사회대학원 교수들과 ‘KTX 승무원 직접고용을 촉구하는 교수모임’ 주최로 열렸으며, 지난 10월 30일부터 시작해 날이 갈수록 여러 학교에서 요청이 들어올만큼 적잖은 호응을 얻고 있다.

    강연은 곧 사회에 진출할 ‘미래 노동자’들인 대학생들에게 KTX 여승무원 문제를 통해 우리 사회의 노동 현실을 보여주기 위해 마련됐으며, 그간의 투쟁 과정을 담은 영상 상연과 학생들의 질문으로 채워졌다.

    오 부장은 "먼저 사회에 나간 선배로서 취업에 성공해, 면접이나 토익 등 취업에 대한 좋은 정보를 드려야 할 텐데, 후배들 앞에서 취업 사기에 대해 말해야 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운을 떼며, 철도공사 비정규직에서 간접 고용인 KTX 관광레저 비정규직에 이르는 과정의 불합리함을 설명했다.

    오 부장은 "승무원의 문제가 성 차별적 고용, 구조조정의 문제, 간접고용이 일반화 돼 가는 노동 전반의 문제"라고 지적하며 "사측이 가장 두려워 하는 건 우리의 점거가 아닌, 바로 여러분 같은 사람들의 성원이다"면서 학생들의 관심을 호소했다.

    이어 오 부장은 "힘든 싸움을 포기하지 못하는 것은 고객들과 제 자신에게 당당한 승무원이 되고 싶기 때문이다. 이미 각계 각층의  많은 분들이 우리에게 힘을 모아주고 있는 것만큼, 결코 진실은 손바닥으로 가릴 수 없다"라며 "비정규직이라는 것이 못 배우고, 못 살고, 힘이 없어 생기는 문제가 아니다.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발생하는 사회구조적 문제이다"라고 연신 강조했다.

    이에 강연을 주최한 이화여대 여성학부 조순경 교수도 "KTX 승무원이 투쟁을 포기 하지 못하는 것은 정부의 주장이 상식적으로 아무런 설득력도 합리성도 없기 때문이다"라며 "승무원은 법률상 파견 업종도 아니고, 하청업체인 관광레저 또한 파견업체가 아니기에 정부의 태도는 불법이다"고 지적했다.

    또 조 교수는 "KTX 여 승무원과 남자 객실 팀장은 병원에서 서로 협력하고 상호보완적인 의사와 간호사같은 관계이다. 정부의 논리는 안전 업무에 책임이 없는 간호사가 의사의 지시와 별개로 담당 업무인 서비스만 맡으라는 것과 같은 논리이다"라며  "앞으로 사회는 직접 고용의 정규직 보다는 간접 고용의 비정규직으로 가는 구조인데, 모든 노동법은 직접 고용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이는 불합리한 처우를 받아도 법적으로 아무런 대항할 근거가 없기에 여러분들은 근로계약서 작성 시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두 시간 남짓 진행된 강연 동안 학생들은 진지하게 경청했다.  평소에도 KTX를 애용한다는 박준성(19)군은 "많은 것을 담고 있는 승무원 문제가 잘 해결돼 모든 문제의 ‘모범’ 이 되는 사례가 되길 바란다. 이젠 많은 사람들이 승무원 문제에 힘을 모으고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만큼, 쉽진 않겠지만 조금만 견디면 잘 해결되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언론의 일회성 관심에 아쉬움을 표한 김유리(22)씨는 "거창하게 말 할 것없이, 승무원들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그들에게 힘이 될 것"이라며 "촛불 집회 참석, 집회시 만나면 말 걸어주기 등 각자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작은 일부터 실천하는 것이 승무원에게도 우리들 모두에게도 큰 의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도 KTX 승무원은 각종 NGO 및 대학교를 돌며 특강을 진행하며, 매주 금요일 여섯 시 광화문 동화 면세점 앞에서 촛불문화제를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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