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후보 지지가
    노동정치의 길이라는 궤변
    [기자생각] 김영훈·신승철 발제 비판
        2021년 08월 12일 04:3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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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일 오전에 공간 채비에서 ‘공정사회 구현을 위한 노동광장(약칭 노동광장)’이라는 단체에서 “노동 있는 대선,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공개토론회를 열었다. 다소 낯선 이름의 단체인데, 상임대표가 이용득 전 한국노총 위원장, 공동대표가 신승철, 김영훈 전 민주노총 위원장, 운영위원장이 석치순 전 서울지하철노조 위원장이라고 한다.

    그 토론회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선경선 후보와 우원식 의원이 축사를 했다는 것을 보니 대략 정체를 알 수 있을 듯하다. 이재명 캠프의 외곽 노동조직이라고 해도 큰 무리는 없을 듯하다. 발제는 김영훈 신승철 두 민주노총 전직 위원장이 맡았고 토론자로는 정성희 소통과혁신연구소 소장, 이민우 한국노총 의료산업연맹 정책위원, 곽용희 한국경제신문 노동기자, 이철수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부위원장이 맡았다. 사회는 이병훈 중앙대 교수였다.

    김영훈 전 위원장은 최근 정의당을 탈당했다고 하던데 이런 행보를 위한 것으로 이해된다. 신승철 전 위원장은 그동안 민주노총 내에서 국민파-중앙파를 넘나드는 행보를 해왔는데 이제는 자신의 친민주당 정치노선을 뚜렷이 한 것으로 보인다. 이용득 전 위원장이야 민주당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지냈고 금융노조-한국노총 위원장을 거치면서 민주당과의 정책연대를 앞장서서 추진한 사람이니 정치적 색깔은 이미 분명한 사람이다.

    오늘 토론회의 발제는 김영훈, 신승철 전 위원장이 맡았는데, 김영훈의 발제는 <노동존중사회 이행전략과 사회연대적 노동복지정책>이라는 제목으로 다소 의외로, 당연한 내용들만 포함하고 있었다.

    차기 대선에서 공론화되어야 할 핵심적인 노동복지정책이 “1. 죽지 않고 다치지 않고 일할 권리. 안전한 일터 관련 종합대책 2 근기법 사각지대를 없애는 모든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노동법 제계 구축”이라는 당연한 내용을 담고 있을 뿐이다. 문제는 왜 이런 기조와 정책들이 현실화되지 못하고 있으며, 어떤 경로와 방안을 통해 실현 가능한가? 그 주체는 어떻게 형성되고 어떻게 반대파의 저지를 뚫고 실현할 것인가인데, 거기에 대한 대답은 없다. 민주노동운동들이 공유하고 있는 정책을 제시하는 것으로 발제를 대신하는 것으로 보건대 김 위원장은 이런 정책의 현실화 경로는 이재명 후보의 대통령 당선이라고 보는 것 같다.

    김 위원장은 “현 정부 출범 이후 10%였던 노조 조직률이 12%대로 상승했지만 여전히 기업별노조 중심과 대공장, 공공부문에 집중되어있는 조직노동의 이중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노동조합에 대한 혐오와 공격은 언제든지, 어떤 진영이든지 정치적으로 유효”하다고 지적하며 외부의 공격만이 아니라 노동 스스로도 사회연대적 노동운동으로 정립하는 게 필수적이라고 제기하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왜 그렇게 정립하는 데 실패했는지, 자신이 철도노조 위원장, 민주노총 위원장으로 있으면서도 그런 진척(단순간에 정립될 것이라고 아무도 예상하지 않는다)이 되지 못한 것에 대한 평가는 없다. 그냥 제3자적 지적과 별 차이가 없다.

    문재인 정부 4년 평가가 생략된 이유

    그리고 그는 묻는다. “그렇다면 보수진영의 조직노동 혐오에 대응하는 노동 있는 대선을 위한 노동진보진영의 전략은 무엇인가? 다시 말해 문재인 정부 노동정책을 비판하는 것만으로 노동 있는 대선은 가능한가.” 이 질문의 대답은 정해져 있다. 이용득, 신승철, 김영훈과 같은 노동운동의 고위직을 역임한 주체들이 노동과 노동정책을 대변하고, 지지율 앞순위를 달리고 있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당선을 통해서 현실화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래서 이 발제 기조 전체에는 “문재인 정부 노동정책을 비판하는 것만으로 노동 있는 대선은 가능한가”라고 묻고 있지만 문재인 정부 4년에 대한, 노동자의 관점에서 노동정책의 분야에 대한 평가는 전무하다. 그리고 비판으로는 불충분하다고 선언할 뿐이다. “국민의힘은 최악이고, 친기업 반노동의 세력이다. 그래서 이들이 아니면 차악이고 차선”이라는 관념이 있는데 꼭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런데 그들은 야당이고 지난 4년간 집권한 세력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민주당이다. 현재 지금 노동자의 처지와 조건, 미래와 권리를 좌우하는 집권세력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민주당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민주당 4년의 현실을 평가하는 것은 노동운동만이 아니라 현재를 바꾸고 미래를 보다 나은 모습으로 만들기를 원하는 모든 세력에게 필수적이다. 관념이 아니란 현실에 기반한 실천이 되기 위해서 필수적이다.

    그런데 어떤 이들, 국민의힘이 최악이고 선택 가능한 대안은 민주당밖에 없다고 하는 이들은 늘 항상 그 현재의 평가를 생략한다. 김영훈의 발제문에도 그 평가는 없다. 의도적인 생략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왜냐면 민주당 4년을 긍정하지 않고서는 민주당의 특정 후보를 지지할 수 없으며, 민주당 4년을 긍정하기에는 옹색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대선 주자들의 말에서 반노동의 노골적인 냄새를 맡을 수 있다고 한다면 민주당 4년은 말이 아닌 현실에서의 반노동이었기 때문이다.

    이재명이라는 귀인을 이제야 발견했다는 깨달음

    신승철의 발제 <정책연대를 통한 노동정치 실현의 의미와 과제>는 김영훈에 비해 보다 노골적이고 직설적이다.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길에는 ‘독자정당론’과 ‘정책연대’의 두 길이 있는데 둘 다 한계를 보였고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진단한다. 그래서 “양대노총이라는 조직의 틀에 갇히지 않는 실천적이고 유연한 범노동진영의 정치적 연대가 필요”하고 그것이 이용득 신승철 김영훈 등 양대노총의 위원장 출신을 비롯한 전직 노동운동가들이 결집한 노동광장이라는 정치단체라고 설명한다. 노동광장이라는 조직 + 민주당과의 정책연대 + 그 중에서 이재명 후보라는 특정 후보와의 연대가 대안이라는 것이다.

    “왜 이재명인가”에서는 그의 살아온 이력, 검증된 공약 이행률, 정치개혁 완성의 적임자, 지방자치단체에서 실질적 노동정책의 성과를 만들어온 진정성 등을 들고 있다. 그리고 “이재명 후보를 통해 실현해야 할 과제”로는 전태일 3법, 정치개혁법, 비정규직 취약 노동자들을 위한 복지 및 이해 대변 체계 구축이라고 설정하고 있다.

    신승철은 김영훈처럼 그 지향과 색깔을 우회하거나 모호하게 표현하지 않고 직설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재명 후보와의 연대를 통해 그를 당선시키는 게 노동존중사회로 가는 유일한 길이라는 거다. 동의 여부와는 별개로 이렇게 판단할 수도 있다고 본다. 이미 수많은 전직 노동운동가들이 이런 논리를 전개하며 민주당으로, 국민의힘으로 들어갔고, 또 대선과 같은 큰 선거가 다가오면 이와 유사한 논리로 민주당의 특정 후보로, 국민의힘의 특정 후보로의 줄서기를 정당화했으니 특이한 것도 아니다.

    다만 신승철이 이런 경로를 정당화시키면서 노동광장이라는 이재명 외곽 노동조직의 성격 중 하나로 “기존 정치에 위탁하는 것이 아니라 실천 주체를 조직하는 것”이라고 하는데 쓴웃음이 나오는 부분이다. 민주당이라는 거대정당의 하나로, 그리고 이재명이라는 특정한 후보의 당선이 노동존중 사회와 친노동 사회로 가는 유일한 길이고 이를 위해 역할을 하겠다고 하면서 “기존정치에 위탁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은 무슨 뜻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보통 이를 궤변이라고 말한다.

    신승철은 자기 주장을 전개하기 위해 노동자 정치세력화는 노동자의 오랜 열망이고 지금도 중요한 과제라고 하고 있다. 그리고 독자 정당론은 민주노동당 분당 이후 현장에서 정치사업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고 좌표를 잃고 표류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정책 연대론은 노동자의 정치적 진출이라는 양적 성과는 거두었으나 정치권 내부에 조직화를 만들지 못하고 기존 정치세력에 흡수된 경향을 보였다고 진단한다. 이런 진단 후에 노동광장이라는 양대노총의 전직 위원장을 대표로 하는 정치단체와 이재명 후보와 정책연대의 정당성을 주장한다.

    길게 언급할 가치는 없기에 간단히 두 가지만 지적한다.

    하나는 이런 허술한 진단과 이재명 후보에 줄서기 하는 것의 연관성, 필연성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독자정당론’에 대한 평가 속에서 그것을 폐기하는 것인지도 모호하고, 또 ‘정책연대론’라는 말에는 거대 정당과의 협력을 통해 권력을 분점하자는 것으로 보이는데 그게 노동자 정치세력화와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설명도 평가도 없다.

    둘째가 더 중요한데 “노동자의 정치적 진출이라는 양적인 성과” 등의 표현을 보건대 신승철에게 노동자 정치세력화는 말 그대로 노동자라는 존재가 정치적 지위와 권력를 더 많이 더 높은 것을 획득하는 것을 말하는 듯하다. 당연히 그 수단은 독자 정당일 수도 있고 기존 정당과의 연대, 타협을 통한 것일 수도 있다.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기조에 깔린 노동자의 계급의식, 정체성, 사회변혁이라는 내용과 정신은 당연히 사라지고 권력 분점에 대한 셈법만 남게 된다. 그러니 노동자들의 자각과 단결, 계급적 존재로서의 발전, 조직적 결집과 실천에 대한 고민은 당연히 생략되고, 자신들과 같은 노동조합의 고위 대표자 역할을 했던 이들의 권력과 지위 획득이 곧 노동자의 정치이고 세력화로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발언 중 경청할 것도 있다. 그가 어디에 있든지 공통점을 찾을 수 있고 또 찾으려는 노력은 필요하다. 민주당이나 국민의힘의 정책 중에서 수용하거나 참고할 것들은 수용하고 참고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세력과 그 개인에 대한 적대감으로 그런 것조차 외면하고 배제하는 것은 자기만족의 고립일 뿐 대중정치, 진보정치의 태도는 아니다.

    하지만 그들이 가고자 하는 길과 노선은 진보정치, 노동정치의 길과 노선을 폐기하고 가로막고 왜곡시키는 길이라는 점은 분명히 하고 타협해서는 안된다. 물론 진보정치 노동정치의 현재, 미약하고 주변화되고 있는 현재를 발본적으로 평가 성찰하면서 재기하고 다시 일어서는 길을 만들어 가는 것이 이들 투항파들에 대한 가장 큰 비판이다. 말이 아닌 현실과 실천으로서의 비판. 그건 진보정치의 현장을 지키고 있는 이들의 고단한 숙명이고 무거운 책임이다.

    (첨언 : 이 지면에서는 이재명 후보에 대한 평가는 생략했다. 민주당 후보들, 국민의힘 후보들을 비교 평가하고 그 차이를 논하는 것은 이 글의 취지에서는 부차적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 글 논지에서 그들은 민주당의 후보이고 국민의힘 후보라는 경계 내에서의 차이라고 본다. 별도의 자리에서 그 주제를 다룰 생각이다.)

    필자소개
    레디앙 편집국장, 전 진보신당 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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