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 노동자표 얻으러 한국노총에
        2006년 12월 05일 10:5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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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당이 내년 대선을 겨냥, 노동자 표심을 잡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강재섭 대표 등 한나라당 지도부는 5일 대거 한국노총을 방문, 지난 9월 신설한 당 노동위원회에 한국노총의 참여를 공식 요청할 예정이다. 한나라당은 한국노총에 이어 민주노총과 새노총준비위에도 노동위원 추천을 공식적으로 요청한다는 계획이다. 

    한나라당은 이날 방문에서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 임원들과 정책간담회를 갖고, 노사관계 선진화 방안의 입법과 노사발전재단 건립 등 주요 노동현안에 대한 한국노총의 의견을 듣겠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한나라당의 속내는 따로 있다. 강재섭 대표는 간담회에서 한나라당이 지난 9월 신설한 당 노동위원회에 한국노총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요청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한국노총에서 한나라당 노동위원회 위원을 추천해달라는 내용이다.

       
     ▲ 한나라당 배일도 의원 (사진=홈페이지)
     

    한나라당 노동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배일도 의원은 4일 <레디앙>과 통화에서 “한나라당에 노동위원회가 생겼고 앞으로 시도별 노동위원회도 구성할 것”이라며 “한국노총, 민주노총 등 모든 노동단체에 공식적으로 공문을 보내 노동위원 추천에 협조해줄 것을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노동위원회는 중앙노동위원회와 전국 광역 시도별 노동위원회가 구성되며 위원회 당 30명의 위원이 위촉될 예정이다. 배 의원은 “지역 조직의 위원과 각 분과 실무자 등을 포함해 전체 1,000여명이 활동하는 상당한 규모의 조직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특히 강재섭 대표 등 당 지도부는 지난 10월 노동위원장에 배일도 의원을 인선하며 노동위원에 적극적인 외부인사 영입을 당부하기도 했다.

    배 의원은 “최근 당에서 윤리위원회 외부 인사 인선으로 잡음이 있었다”며 “노동위원회도 오해 살 필요 없이 공개적으로 투명하게 노동단체의 추천을 받아 인선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간담회는 그러한 의사를 타진하기 위해 유관단체와 접촉하던 중 한국노총에서도 간담회의 필요성을 제기해 성사됐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노총에서는 이용득 위원장이 추진하고 있는 노동재단 문제, 노사정위원회법, 국민연금제도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히겠지만 한나라당은 노동위원회 때문에 한국노총을 방문하는 것”이라며 방문 목적을 명확히 했다. 

    배 의원은 또 “한나라당이 대선에 두 번 실패한 것은 노동정책에 취약해 노동자의 사랑을 못 받은 결과”라며 “노동위원회가 대선에서 제대로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노동정책을 만들고 이를 한나라당이 지켜나가고 실천하도록 감독하는 것은 물론 대선에서 표도 찍어주고 해야 하지 않겠냐”고 노동위원회가 대선을 위한 조직임을 공공연히 강조했다.

    배 의원측 한 주요 관계자는 “한국노총, 민주노총, 새노총까지 모두 열어놓는다는 생각이지만 민주노총은 어려울 것이고 새노총은 들어온다고 해도 인지도가 낮고 공무원이어서 당 활동이 실제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국노총도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이지만 전향적으로 검토하거나 안건이 될 수도 있는 것”이라며 “참여한다고 해도 극소수일 수 있지만 한국노총이 당 노동위원으로 참여한다면 당 입장에서는 가장 좋은 모양새”라며 기대를 표명했다.

    하지만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을 맡고 있고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은 “환노위에서 노사관계 로드맵 등 법안을 다루고 있는데 당 환노위원들이 한국노총과 간담회에 참석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본인은 물론 환노위원들의 불참을 통보했다. 이에 대해 배 의원측은 “당 지도부에서 이미 결정한 일이고 다른 환노위원들도 참석할 것”이라며 간담회 일정은 그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한국노총은 이날 간담회에서 우선 노사관계 로드맵 합의 입법화, 노사발전재단에 대한 협조, 환노위에 상정된 노동위원회법 처리 주문, 특수고용직 노동자 노동기본권 보장 등을 의제로 삼을 예정이다. 특히 노사관계 로드맵과 관련 한나라당이 9.11 합의를 당론으로 채택하도록 주문할 계획이다.

    한국노총 김종각 정책본부장은 “민주노총이 대안도 없이 반대하는데 비해, 한국노총은 사회적 합의를 이미 제출했으므로 한나라당 또한 이를 받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총이 노사정 합의 도장을 찍어준 만큼 한나라당도 거부할 수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 지난 9월 11일 노사관계 로드맵 합의 이후 기념촬영을 하는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 (사진=매일노동뉴스)
     

    한나라당의 노동위원회 참여 제안과 관련, 김 본부장은 “노총 내부의 공식적인 입장은 없다”며 “각 연맹 위원장 등 개인이 참여하는 것은 막을 수 없고 자유의사를 존중한다”고 밝혀 공식 추천은 어렵더라도 개별적인 참여의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이와 관련 한국노총 산하 금융노련(현 금융노조) 부위원장 출신인 열린우리당 김영주 의원은 “얼마 전 한국노총의 임원 중 한 명이 한나라당 당직을 맡고 있는 것이 드러나 이용득 위원장으로부터 한국노총과 한나라당 중 양자택일 하라고 요구받는 등 굉장히 시끄러웠다”며 “대선을 앞두고 한국노총이 어느 정당과 정책연합을 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한나라당이 갖고 있는 그림대로 따라갈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노총은 한나라당과 한국노총의 회동에 비판적 입장이다. 김태일 사무총장은 “한나라당이 제 1노총인 민주노총을 배제하고 입맛에 맞는 한국노총만 만나 감싸고 가겠다는 것인데 집권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며 “견해차가 있는 다른 단체도 만나서 얘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장은 또한 한나라당 노동위원회 참여와 관련, “민주노총은 민주노동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 원칙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조건이 아니다”며 “특히 비정규법안 날치기에서 보듯 한나라당의 노동정책에 대한 진정성이 의심스럽기 때문에 참가는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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