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리바게뜨, 노조탈퇴
    보고 받던 단체대화방 '폭파'
    “노조탄압 공작 증거 인멸 현실화”
        2021년 08월 11일 06:2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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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조 탈퇴 공작 등 회사의 노조탄압을 주장했던 파리바게뜨 제빵 노동자들이 회사의 증거인멸 정황을 폭로하며 수사당국에 거듭 압수수색을 촉구했다.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노조)는 11일 오전 화섬식품노조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SPC 파리바게뜨는 최초 언론 보도가 나간 6월 30일 저녁에 증거가 되는 단체업무방을 폭파했다”며 “우려했던 증거인멸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라고 비판했다.

    사진=화섬노조

    <경향신문>은 지난 6월 30일 SPC그룹의 자회사이자 파리바게뜨 제빵사들을 직접고용하고 있는 PB파트너즈의 대대적인 노조 탈퇴 및 와해 공작을 했다는 전직 중간 관리자(BMC)의 폭로를 보도했다. 본부장이 중간관리자들에게 제빵사들을 민주노총에서 탈퇴시킬 것을 지시하고, 이를 위해 회사 법인카드 사용은 물론 노조를 탈퇴시킨 BMC에게는 포상금을 지급했다는 것이다. ‘민주노총 0%’를 목표로 중간 관리자들의 실적 관리까지 한 셈이다.

    회사는 해당 기사가 나오자 문제의 노조 탈퇴 공작이 이뤄진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을 없앴다고 한다.

    노조가 공개한 카카오톡 대화방을 보면 중간관리자들은 지난 6월 9일 ‘한국노총 가입 : ○○지역 김○○’, ‘민주노총 탈퇴 : ○○지역 이○○’ 등을 ‘노조 특이사항’으로 보고했다. 중간관리자보다 직급이 높은 관리자인 제조장는 해당 단체방에서 이러한 사실을 보고 받았다. 제조장은 파리바게뜨 노조탈퇴 공작 의혹 제기 보도가 나오자 이를 공유하며 ‘이 방에서 나가세요. 다시 만듭니다’라고 했다.

    임종린 파리바게뜨지회장은 “해당 단체방은 사용자인 제조장이 있는 업무방에 한국노총 가입과 민주노총 탈퇴를 시켰다는 명단이 올라온 것은 회사가 (노조탈퇴 공작에) 개입했다는 것”이라며 “또 제조장이 이 단체방을 없앴다는 것 자체가 사용자가 직접 개입해 증거 인멸한 것이다. 불법이 없었다면 방을 폭파할 이유가 없다. 이미 위법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노조탈퇴 공작 의혹이 제기된 후에도 중간관리자들은 지속적으로 조합원들에게 민주노총 탈퇴를 종용했다고 한다.

    임 지회장은 “7월 1일 회사의 노조파괴 공작 폭로 기자회견 이후 어느 지역에서 중간관리자가 조합원 찾아가 ‘조합원들이 실망해서 민노총이 탈퇴하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선 탈퇴서가 필요하다’고 했다고 한다. 7월 1일 이후 (갑자기) 노조 탈퇴가 끊기면 회사에서 탈퇴를 지시한 게 증명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상황이 이러한데도 경찰과 노동부는 아직까지 압수수색과 특별근로감독을 하지 않고 있다”며 “더 시간을 끈다면 증거인멸은 계속될 것”이라며 즉각적인 압수수색을 촉구했다.

    노조는 시민사회단체와 결합해 노조파괴 공작 행위를 벌인 책임자에 대한 수사와 처벌, 노동기본권 보장을 요구하기로 했다.

    ‘SPC 파리바게뜨 노조파괴 진상규명과 청년노동자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노동시민사회단체 대책위원회’(대책위)는 이날 회견에서 ▲SPC 파리바게뜨의 노조파괴 행위 철저 수사 통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결사의 자유 억압하는 복수노조 창구단일화 제도 폐지와 법제도 개선 ▲청년 노동자들에게 온전한 노동기본권이 보장될 수 있는 노동환경 조성 등을 촉구했다.

    대책위엔 참여연대, 민주노총 법률원, 전태일재단 등 38개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이 함께 하고 있다.

    대책위는 “SPC 파리바게뜨는 진실을 감추고 증거를 은폐, 인멸하는데 몰두하고 있다”며 “지난 2017년 불법파견 의혹이 불거진 당시에도 업무지시를 했던 단체업무방을 폭파시키고, 전산 기록을 삭제하는 기민한 은폐·조작 행위를 했었다. 상습적인 회사의 증거인멸 행위”라고 비판했다.

    노조는 지난달 1일 고용노동부와 경찰에 관련 사안을 고소고발했지만 특별근로감독과 압수수색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권영국 대책위 상임공동대표는 “부당노동행위의 가장 곤혹스러운 점은 증거를 갖고 있는 사용자들이 인멸에 가장 적극적이라는 것이다. 수사기관과 정부가 나서서 증거를 확보하지 않는 순간 부당노동행위 사건은 미궁으로 빠질 수밖에 없다”며 “노조의 고소고발에도 수사당국은 한 달여 간 거의 손을 놓고 있었는데, 본사로 하여금 증거를 없앨 시간을 준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노조파괴는 단순히 부당노동행위 불법을 넘어 노동기본권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유린한 문제인 만큼 SPC 파리바게뜨 노조파괴 행위의 철저한 수사와 책임자 처벌을 위해, 고용노동부는 즉각 특별근로감독과 압수수색을 실시하라”고 촉구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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