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당대회' 아닌 '야당 탓' 주목한 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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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12월 05일 09:1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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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 대통령이 남기고 간 글이 화제다.
    인도네시아를 국빈 방문중인 노 대통령이 지난 3일 출국에 앞서 작성한 ‘우리 모두의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합니다’라는 제목의 편지가 지난 4일 청와대 홈페이지 ‘청와대 브리핑’에 올라왔다.

    이 편지에서 노 대통령은 "이 문제(통합신당)는 당 지도부나 대통령 후보 희망자, 의원만으로 결정할 수는 없다"며 "당헌에 명시된 민주적 절차에 따라 정통적이고 합법적으로 이루어져야 하고, 그게 정당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이라고 밝혔다.

    이는 열린우리당 지도부가 소속 의원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통합신당을 추진하려는 데 대해 명백히 반대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전당대회를 통해 의사결정을 하자는 의미다.

    노 대통령은 "이른바 ‘통합신당’이 무엇을 지향하는지, 어떤 세력이 새롭게 참여하는지 들어보지 못했다"면서 "다만 민주당이나 특정 인물이 통합의 대상으로 거론될 뿐이며, 결국 구 민주당으로의 회귀에 다름 아니라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5일자 조간신문들은 노 대통령의 편지를 주요 기사로 게재하며 ‘당 설문조사 반대’ 혹은 ‘전당대회 요구’를 제목으로 뽑았다. 그러나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만은 달랐다.

       
      ▲ 12월5일자 동아일보 1면(왼쪽)과 조선일보 1면  
     

    <"당진로는 당원이 결정 / 지도부 전유물 아니다">(경향) <"당 진로 당헌 따라 정해야" 노대통령, 전당대회 요구>(동아) <노대통령, 당 설문조사 반대>(서울) <"지도부·의원만으로 당 진로 결정 안된다">(세계) <"신당파와 대결 불사하겠다" 의사>(한국) 등과 달리 조선은 <"야가 흔들어 국정 어렵다">고 제목을 뽑아 "노무현 대통령이 4일 통합신당을 추진하는 열린우리당 지도부를 공개 비판하면서, 한나라당이 국정운영에 협조하지 않아 ‘대통령 직분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렵다’고 했다"고 보도했다.

    사설의 포인트도 당연히 ‘야당’이다. 조선은 <노무현 대통령 모시고 국민 노릇하기 어렵다> 사설에서 "대통령과 집권당 사이에 이견과 불화가 있다면 그건 그 집안의 가풍 탓이지 남의 탓을 할 일이 못된다"며 "그런데 대통령은 ‘야당이 야당하기 때문에’ 또 ‘우리 집안 불화 때문에’ 대통령 노릇 못해 먹겠다는 것"이라고 한나라당을 두둔했다.

       
      ▲ 조선일보 12월5일자 사설  
     

    또, "친구를 늘리는 대신 적을 만들고 늘리고, 앞선 이들의 노고를 인정하는 대신 선인의 발자취를 모두 뭉개버리는 리더십의 말로란 이처럼 막막하고 적막한 것"이라며 "그러니 이 나라에선 대통령하기보다 국민 노릇하기가 더 어려운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런가 하면 중앙은 <"열린우리 조직윤리 바로잡아야" 노 대통령 ‘직격탄 편지’>라는 제목의 1면 기사에서 "열린우리당의 진로와 방향은 그동안 열린우리당이 보여준 지도력의 훼손과 조직윤리의 실종을 바로잡는 노력부터 선행돼야 한다"는 내용을 편지 내용을 기사 리드로 잡았다. 노 대통령이 남기고 간 편지는 하나인데, 그것을 보는 ‘눈’은 여러 개인 셈이다.

    구태 못 벗는 파업 보도

    화물연대 파업이 지난 4일 나흘째를 맞았다. 부산·광양·인천항 등을 중심으로 반출입 물자 유통량이 평소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물류 차질이 현실화하고 있고, 국회 건설교통위원회에서 화물차 노동자들과 관련한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이 논의되는 5일과 6일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신문 보도를 보면, 화물연대가 왜 파업에 나서는지 알 수가 없다. 지면에는 파업 불참 차량에 대한 방화·투석 등 공격에 대한 비난과 ‘물류대란’만이 존재한다.

    중앙은 사설 <불법 넘어 ‘게릴라’가 된 화물연대 시위>에서 불참 운전자를 협박하고 방화를 한 행위 등에 대해 "’낮에는 시위대, 밤에는 게릴라’라는 경찰청의 말이 딱 맞다"며 "각종 시위에 물렁하게 대처하다보니 시위 방법이 점점 격렬해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 동아일보 12월5일자 사설  
     

    동아 역시 <‘화물차 테러 공포’ 정부는 어디 있나> 사설에서 ‘법과 원칙에 따른 단호한 대처’를 주문했고, 서울신문도 <화물연대, 폭력으로는 얻을 게 없다> 사설에서 "화물연대의 집단행동은 처음부터 잘못됐다…3년 전처럼 또 떼를 써서 목적을 관철시키려 해서는 곤란하다"고 주장했다. 화물차 운전자를 노동자로 보지 않고 개인 사업자로 보는 것은 물론, 3년 전의 약속을 지키지 않은 정부를 질책하기 보다는 ‘파업은 무조건 잘못된 것’이라는 시각이다. 특히 서울신문은 2003년 화물연대가 비현실적인 운임, 후진국형 운송알선체계, 화물 운송 지원책 미비 등 생존권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에서 파업을 벌인 뒤 정부가 다단계 화물운송 알선 체계를 줄이고 화물자동차에 대한 유류세·통행료 감면, 화물운송업 허가제 전환 등의 조치를 취했지만 화물운송 근로자의 법적인 지위 확보 등은 손대지 못한 데다 약속했던 개선안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 <‘운송료 덤핑방지’ 법제화 압력 / 화물연대 파업 왜 하나> 기사와 사설이 엇박을 이루는 모습이었다.

       
      ▲ 한겨레 12월5일자 사설  
     

    반면 한겨레는 사설 <화물연대 파업의 근원을 보자>에서 "3년 전 화물연대가 파업을 끝내면서 정부와 맺었던 운송요금 개선책 등이 어느 정도 진전됐다면 이번 파업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당시 정부와 화물연대 사이에 맺은 약속들이 성실하게 이뤄졌는지, 화물연대의 요구 내용이 무엇인지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고 해결책을 모색하지 않는다면 이러한 상황은 앞으로도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표준요율제를 도입해 최저 임금을 보장해 주고, 중간 알선 업체를 없애거나 주선료를 낮추는 것 등 해법을 제시했다.

       
      ▲ 한국일보 12월5일자 사설  
     

    한국일보도 <화물연대 파업 근본 해법을 찾아라> 사설에서 ‘폭력은 정당화할 수 없다’는 전제 아래 "정부와 정당은 2003년에 밝힌 대로 시장경제 원리를 존중하는 범위에서 이 같은 부조리를 근절하거나 운수사업법 개정에 전향적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라며 화물차 운전자를 비롯한 특수고용직이 중간자적 위치에 있어 법의 사각지대에서 입는 피해와 고통이 크다며 "(이들에게) 노동3권 등 노동자성을 이정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신중하게 논의할 단계에 이르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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