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정농단' 삼성 이재용 가석방 승인
    시민사회 "사법정의, 공정경제, 법치주의의 퇴행"
        2021년 08월 09일 07:0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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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무부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가석방하기로 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9일 오후 8.15광복절 가석방 관련 브리핑을 통해 “이번 가석방 대상엔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경제상황 등을 고려해 이재용 부회장이 포함됐다”며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가석방은 사회의 감정, 수용생활과 태도 등 다양한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날 가석방심사위원회는 과천 법무부 청사에서 4시간이 넘는 비공개 회의 끝에 1057명 가운데 이재용 부회장 포함 810명의 수형자에 대한 가석방을 허가했고, 박 장관은 심사위의 결정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은 오는 13일 석방된다. 지난 1월 국정농단 사건 파기 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된 지 207일 만이다.

    법무부가 가석방 요건을 형기의 70%에서 60%로 완화함에 따라 이 부회장은 형식적인 가석방 요건을 달성했다. 이 때문에 이 부회장을 가석방을 위한 요건 완화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박 장관은 이런 지적을 의식한 듯 “저는 장관으로 취임한 이래 가석방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며 “이번 광복절 기념에 실시하는 가석방도 우리 경제상태 극복에 도움을 주고 감염병에 취약한 교정시설 과밀 상황을 고려해 허가 인원을 크게 확대했다. 앞으로도 가석방 제도의 취지에 맞게 계속 확대 기준을 이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혜 시비가 없도록 복역율 60% 수형자에 대해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가석방 심사를 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법무부 대변인 또한 “과거에 다른 사건으로 수사·재판 중인 수형자 가운데 가석방이 허가된 수형자는 67명”이라며 “또한 최근 3년 간 70%의 형기를 채우지 않고 가석방된 수형자도 244명이며 이는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앞으로도 재범 위험성이 낮은 수형자에 대해선 형 집행률을 낮춰 조기 사회 복귀를 위해 가석방을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날 법무부 발표가 나오기 전부터 이 부회장에 대한 가석방은 기정사실화된 분위기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찬성 여론이 높은 이 부회장에 대한 사면·가석방 여론조사 결과를 근거로 전향적인 입장을 밝히고, 법무부가 가석방 요건을 완화하면서 이 부회장을 석방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정당과 노동계, 시민사회계는 “사법 정의의 실종”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1,056개 노동·인권·시민사회단체들은 이날 오후 1시 과천 정부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농단 횡령 범죄자 이재용 가석방 반대한다”고 외쳤다.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 대변인을 맡았던 박진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는 “문재인 정부가 끝나지 않은 오늘, 이재용 국정농단 주범의 가석방을 심사를 규탄하는 자리에 섰다는 것이 분노스럽다”고 말했다. 권오인 경실련 재벌개혁본부 국장도 “이 부회장 가석방 결정은 사법정의, 공정경제, 법치주의의 퇴행”이라고 반발했다.

    정부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 부회장을 사면·가석방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은 것을 근거로 가석방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대국민 사기극”이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재하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는 “이재용 가석방 여론의 70%가 찬성이라고 하는데, (찬성 응답이) 90%가 안 되는 게 이상한 일”이라며 “대통령부터 장·차관, 온갖 언론이 경제 운운하면서 국민들을 협박하고 기만하는데 그 여론이 진짜 여론인가. 이재용 부회장을 단죄해 사법정의를 세우고 양심에 따라 기업을 해야 한다고 언론이 보도하고 대통령이 얘기했다면 과연 70% 여론이 나왔겠나”라고 반문했다.

    재벌총수에 대한 과도한 특혜로 인한 형평성 지적도 나온다.

    방승아 삼성피해자공동투쟁, 과천철대위 위원장은 “삼성물산 재건축으로 인해 생존권을 빼앗긴 후 삼성물산의 무분별한 고소고발 때문에 재판에 끌려 다녔다. 그때마다 판사들은 ‘억울하지만 법은 지켜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이재용 부회장은 솜방망이 처벌해놓고 그마저도 온갖 핑계를 대면서 가석방을 한다”며 “법원이 우리에게 누누이 말했던 법과 원칙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월 파기환송심에서 법정구속돼 재수감된 지 207일 만에 다시 풀려난 이 부회장은 현재 부당합병·회계 부정 사건과 프로포폴 불법 투약 혐의로 각각 재판을 받고 있는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가석방 결정이 내려졌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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