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치 점거지, 실질과 운영
    [외신번역] 아래로부터의 사회운동
        2021년 08월 08일 06:54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이전 번역글 “쿠바와 좌파의 금기 : 독재냐 제국주의냐의 이분법 프레임 벗어나야”

    자치 점거지(Centro social okupado)란 무엇이고 어떻게 운영되는가?

    역주: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라틴아메리카의 운동은 크게 두 가지 줄기로 나뉜다. 하나는 노조와 정당을 기반으로 한 전국 단위 운동, 하나는 지역과 대학 기반의 지역-학생-국제 연대 운동이다. 외부인 한국에서 바라볼 때 이들 지역의 운동과 정치에 대해 큼직큼직한 중앙 정당 정치만을 바라보는 경향이 크나, 역자가 보기에 최근 콜롬비아, 칠레, 아르헨티나, 멕시코 등지에서 일어났던 대형 대중운동이 웅거할 수 있었던 원동력과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등지에서 이탈리아 공산당, 포데모스, 프랑스 사회당 등의 좌파 정당이 지리멸렬하더라도 운동이 이어지고 규모를 유지하고 있는 배경은 바로 이 별로 보이지 않는 지역-학생-국제 연대 운동이라고 사료된다. 그리고 그 운동의 중심에는 자치 점거지(centro social, centro sociale, centre social)가 있다. 영어로는 squat으로 불리며 보통 영미권에서는 주거권 운동으로 분류되는 자치 점거지는 60-70년대 이탈리아 자율주의(autonomo) 운동의 영향으로 이들 라틴권 지역에서는 보다 폭넓은 지역 운동의 공간적, 문화적, 조직적 거점이 되어 왔다. 한국에도 이런 형태의 지역 운동의 부흥이 필수불가결하다고 생각되는 바, 오늘은 이들 자치 점거지가 어떻게 운영되는 지에 대해 쓴 El Diario 지의 칼럼을 번역하고자 한다.(원문 링크)


    원문 기사의 사진

    자치 점거지(Centro social okupado)가 운영되는 방식

    – 파티오 마라비야스(Patio Maravillas, 기적 마당)의 예시.

    • 자치 점거지는 토론과 자치의 형태로 결정 사항을 내리고, 작업장, 영화관, 도서관, 도시 텃밭 등의 사회 및 문화적 활동의 터가 된다.
    • “게으르고 폭력적이고 더러운 놈들”이라는 수식어가 이런 점거에 흔히 따라붙는 편견이지만 실제로는 “자지 점거지를 운영하는 것은 많은 수고가 든다”라고 최근에 퇴거당한 La Morada의 Marina가 확언했다.

    마드리드 라바피에스 구 암파로 거리 83번지의 폐쇄는 1985년에 끝났다. 이는 이젠 전국에서 수십 수백 개로 확산된 마드리드에서의 한 사회운동의 시작이었다. 이것이 바로 스페인에서의 최초의 자치 점거지이자 2015년 5월 점거를 위한 투쟁 주간을 조직한 이들에 따르면 “점거 운동이 여러 목적을 가지고, 머리 위에 이고 살 지붕을 찾는 것보다 훨씬 더 나아간 정치적 담론을 형성하면서 실현되었던 첫 경험”이었다.

    1985년에서 31년이 지난 지금, 자치 점거지는 미디어에 비치는 이미지를 일신했고, 또한 더 많은 시민들로부터 더 많은 지지를 받게 되었다. 바르셀로나 그라시아 구의 주민들은 자치 점거지 Banc Expropiat의 퇴거에 반대하면서, 그 공간이 해왔던 역할을 옹호했다. 파티오 마라비야스 또한 비슷한 경험을 했다. 점거지의 활동가 중 시의원 기예르모 사파타를 포함한 4분의1이 재산권 침해의 혐의로 법정에 서게 된 것이다. 그렇지만 자치 점거지는 어떻게 운영되는 것일까?

    빈 공간에 대항하는 투쟁

    자치 점거지는 두 가지 목표를 가진다. 첫째로는 비어있는 부동산과 건물을 수복해 다양한 콜렉티브(Colectivo, 라틴권 지역에서 정치 소모임을 일컫는 단어)가 만들어지고 활동할 수 있는 만남의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둘째로는, 자치 점거지는 그 자체로 하나의 목표이기도 하다. 단일한 운동이 아니긴 하지만, 자치 점거지 La Morada(2016년 4월 20일에 퇴거된 마드리드 참베리 구의 한 건물에 위치했던 자치 점거지)의 활동가 Marina G가 말했듯이 “우리는 공공 및 사유 공간이 빈 상태로 남게 만드는 투기와 부패에 저항하는 공동의 사명을 갖고 있습니다. 시위의 한 방법이라고 볼 수 있죠.”

    마드리드 바예카스 구에 있는 자치 점거지 La Atalaya를 수십 명의 젊은이들과 함께 꾸려나가는 Ángel Méndez도 동일한 의견을 공유한다. La Atalaya는 여러 사람들이 2014년 11월 3년간 마드리드 시 당국에 의해 빈 상태로 방치되었던 기관에 자리를 잡기로 결정하면서 만들어졌다. “구의회와 구청에 공간을 달라고 요청해 보았지만 응답이 없었다” Méndez가 덧붙였다. Marina는 자치 점거지가 여러 공간과 토지를 “본래 기능: 활용되고 이용되는 것”으로 바꾸어내는 한 형태라고 이야기 했다.

    “게으르고 폭력적이고 더러운 놈들”

    연구자이자 활동가인 Miguel A. Martínez의 의견으로는 미디어에서 지배적으로 비추는 자치 점거지의 이미지가 “수많은 편견, 차별, 거짓 정보, 혐오로 뒤덮여 있다”고 한다. 15M(2011년 월가 점령 시위의 스페인판으로, 5백만 이상이 모이는 거대한 대중운동으로 번짐) 운동이 이러한 공간에 결합하는 활동가들을 키워내고 스스로 자치 점거지를 만들어내려는 콜렉티브 생성에 부스트를 주면서 이와 같은 이미지는 조금씩 변했다. Okupaciones en movimiento(M.A Martínez, M.Domínguez, E. Lorenzi 저)라는 책에 의하면 어떻게 언론이 “점거(okupa)”라는 단어를 “게으름, 폭력, 더러움”의 이미지와 연관시켰는지 비판한다.

    개인적인 의견과 행동과는 다르게, 이런 이미지가 대중에 머릿속에 아직 계속해서 남아있는 것이 현재 상황이다. 그렇지만 실제로는 “자치 점거지를 운영하는 데는 수많은 노력이 들어간다.” La Atalaya의 젊은이들이 건물에 들어섰을 때 처음으로 한 일은 청소하고 정리하는 것이었다. “아무것도 없었어요. 쓰레기로 가득 차 있고, 창문도 없고, 그래피티에 수도는 녹슬어 있었어요.”라고 Méndez는 회고했다. 이런 이미지를 깨부수는 데에는 파티오 마라비야스가 큰 공헌을 했다. 파티오 마라비야스는 처음부터 “이 공간이 지역과 시에 필요한 사회적, 문화적 활동을 할 수 있는, 모두를 위한 공간임을 보여주는 것”을 이야기했다.

    자치 점거지를 둘러싼 또다른 논쟁거리는 합법성과 정당성, 즉 시민 불복종의 일환으로 정당화할 수 있는 것이냐는 것이다. 스페인 형법 245.2항에 따르면 점거는 “정부의 승인 없이 사람이 살지 않는 타인의 부동산, 주택, 혹은 건물을 점거하는 자, 혹은 소유자의 의사에 반하여 해당 부동산을 운영하는 자”를 3-6개월의 징역으로 처벌 가능한, 즉 범죄로 구분되어있다. La Morada의 퇴거는 35명의 활동가가 징역살이를 하도록 했고, La Atalaya는 선고일을 기다리고 있다.

    자율자치(Autogestión), 근본적인 조각

    자치 점거지의 조직 방식인 직접 민주주의와 수평성이다. 즉 각 결정은 회의(asamblea)에서 집단적 형태로 내려진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자치 점거지에 연관된 모든 사람은 공간을 보살피고 청소할 책임이 있다. 다시 말해, 자율적으로 자치를 하고 있고, 공적, 혹은 사적 인자의 개입이 없다는 것이다.

    2016년 7월에 9주년을 맞이하고 Acuerdo 거리에서 시작해 Pez 거리로 옮긴 파티오 마라비야스에서는 공간을 사용한 모든 콜렉티브는 Lucía Lois에 따르면 활동 전후로 공간을 청소해야 했다.

    또한, 자치 점거지의 구성원은 여러 활동을 주최하고, 웹사이트를 운영, 보수하며, 커뮤니케이션 업무를 맡는 등 다양한 업무를 담당할 책임이 있다. “이 시스템은 수직적인 기존 정당 구조와는 다릅니다. 이 시스템은 국가가 두려워하는 정치 방식입니다. 왜냐하면 획일적인 사고방식으로 운영되는 시스템이 아니기 때문이죠”라고 로펌 Legal Sol , Endika Zulueta의 변호사가 이야기 했다.

    도시 텃밭, 자전거 수리장, 콘서트…

    자치 점거지는 자주 다양한 사회 콜렉티브의 공간이 되고, 정기적이던 일시적이던 여러 활동의 거점이 되어왔다. 예를 들어 파티오 마라비야스는 그래 맞아 보편 의료로라는 공공 의료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이민자들을 보건소로 동반하여 치료를 받도록 하는 모임의 거점이였고, 우린 범죄가 아니다라는 “재갈 법”(스페인판 테러방지법)에 반대하는 투쟁을 벌이는 콜렉티브, 또 미래가 없는 청춘 등등 여러 콜렉티브의 거점이 되어왔다.

    “지역을 활기차게”는 La Atalaya의 목표 중 하나이다. 자전거 수리장, 극장, 페미니스트 호신술 강좌와 같은 모든 대중에게 열린 활동을 진행한다. “영화관, 소비자 모임, 영어 교실, 탱고 교실, 플라멩코 교실, 도시 텃밭, 연대 기금, 문학 클럽…”

    공간의 양도에 관한 논쟁

    점거 운동을 둘러싼 기존의 논의 중 하나는 공간의 양도에 대해 기관과 협상하는 것이 운동의 수복적 성격을 저해한다는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Okupaciones en movimiento에서는 두 가지 담론으로 이를 나눈다. 한 쪽은 점거지의 합법화에 찬성하는 입장, 한 쪽은 합법화는 권력의 규칙을 받아들이는 것과 같다는 입장이다.

    파티오 마라비야스는 1년 째 마드리드 시청과 공간의 양도에 대해 협상하고자 했다. 그러나 파티오 측에서 “절차의 속행”을 촉구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Lois는 합법화가 “현실적 문제로 인해” 좋은 선택지라고 본다. 또한 퇴거와 퇴거의 위협은 점거지에서 이뤄지는 활동이 지속성을 잃거나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점도 있다.

    Marina는 “이 두 가지 모두 공존할 수 있다”라고 본다. “많은 이들이 양도를 받는다고 하더라도 점거는 필수적인 수복적 성격의 정치이기에 지속해서 존재할 것이다.”라고 확언했다. 한편 자치 점거지들은 공간이 공공 재산이 되고 시청의 개입이 있더라도 자율 자치가 근본적 조직 형태로 남아있어야 함을 강하게 지지한다. “기관은 의사 결정 과정에 들어올 수 없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