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은 투기꾼, 노무현 정권은 떴다방
    2006년 12월 04일 08:3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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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사회에서든 집은 주거, 환금, 투기의 속성을 함께 지닌다. 앞에 성격이 클수록 좋은 사회이고, 뒤에 성격이 클수록 나쁜 사회다. 한국은 무지 나쁜 사회다.

시민단체와 민주노동당이 내세우는 주거 안정화 정책 – 분양제도 변경, 임대차 보호 강화, 공공주택 확대는 집의 주거 속성에 주목하면서도 소유 재산으로서의 성격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는다. 복지 부재를 환금성으로 보완하기 위해서이기도 하고, 타인의 투기에 대한 방어 수단이 소유권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이쪽의 소유권 역시 언제든지 타인의 주거권에 대한 위협적 투기로 화하곤 한다.

진보운동의 주거 정책이 소유 관점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고, 온 국민을 잠재적 투기꾼으로 만드는 것은 재벌과 보수 정치세력이다.

우리 나라 재벌들은 총투자의 과반 이상을 부동산에 쏟아 부어, 소유 부동산의 장부상 가격이 자본금을 크게 넘을 정도에 이르렀다. 물론 이 땅을 ‘업무’에 쓰는 것은 절대 아니다. 지난 20년 사이 재벌의 비업무용 토지는 두 배가 는데 비해, 공장 부지로 쓰이는 것은 채 5%가 안 된다. 재벌들은 총수 직속의 부동산 전담팀과 산하 건설사를 두고 주택가 폭등을 앞장서 이끈다.

   
 ▲ 강남구 대치동 부동산 시세표를 보고 있는 아저씨 (사진=연합뉴스)
 
 

한나라당, 열린우리당 같은 보수 정치세력은 부동산 자본의 대변인이 아니다. 그들 스스로 토지와 주택을 소유하고 거기서 엄청난 수익을 거두는 투기 집단이다. 국회의원들은 아파트가 상승으로 2년 반 만에 평균 3억 원이 넘는 시세 차익을 거두었다. 청와대 1급 이상 관료의 절반이 버블세븐 지역에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다.

분양원가 공개에 “소신 있게 반대한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이나 “임대차 보호는 비시장적”이라는 유시민 장관의 신념은 ‘동지들의 이익’에 대한 배려라 할 수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기회 있을 때마다 “건설 경기가 살아나는 것이 국부가 축적되는 것”이라는 둥 “큰 판을 벌이겠다”는 둥, ‘떴다방’처럼 행세해왔다. 동북아중심, 경제자유구역, 기업도시, 신행정수도, 한국판 뉴딜 같은 정책은 정권 차원에서 “좋은 땅 있습니다”라며 부동산 텔레마케팅을 자임하고 나선 것이다.

최근 주택가 폭등의 직접적 원인이랄 수 있는 분양가 자유화 정책은 건축비심의 제도를 폐지한 데 따른 결과다. 140조 원이나 되는 4개 시중은행의 주택담보 대출은 은행 민영화와 소비자금융 우선 정책에 의한 것이다. 토지공사와 주택공사의 천문학적 수익은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의 예산 가이드라인, 경영지침에 충실한 결과다.

군사독재 시절의 부동산 투기는 비도덕적 일탈로 규정되었지만, 자유주의 정권 아래에서의 부동산 투기는 ‘자유화, 규제 완화, 수익 모델’로 권장된다.

요즘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을 달뜨게 하고 있는 ‘아파트 반 값’은 타당한 것일까? 아파트 값을 내리는 긍정성도 있겠지만, 수도권의 잠재 수요자 모두가 아파트를 소유하도록 하겠다는 발상은 대단히 위험스럽다. 아파트 값이 절반으로 떨어지고, 수도권으로의 인구 유입이 전혀 없다고 가정하더라도 잠재 수요에 모두 응하려면 1천 조 원 이상의 자금이 소요된다.

‘아파트 반 값’ 노선이 토지, 자재, 자본을 전혀 충당할 수 없다는 물리적 한계만을 안고 있는 것은 아니다. 임대 주거의 안정화가 아니라, 소유 확대를 위한 신규 공급 정책은 가구 지출 축소로 인한 내수 부진, 노동 이동의 경직성 강화, 사회적 재투자와 산업 구조 왜곡 등을 낳을 것이 뻔하다.

가장 나쁜 점은, 주택의 소유라는 것이 노동력 재생산에 쓰일 근로소득을 부동산에 묶어두도록 하고 대신 실현되지 않는 가상 이익을 던져 줌으로써 재벌과 보수 정치세력의 불로소득을 불리는 한국 특유의 자본 축적 기제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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