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속만 싸우는 파업 넘어서자"
    By tathata
        2006년 12월 03일 01:31 오전

    Print Friendly

    민주노총은 2일 서울 역삼동 현대해상화재보험 대강당에서 단위노조 대표자 350여명이 참가한 ‘전국단위노조대표자 결의대회’를 열어, ‘9.11 합의’의 내용이 담긴 노사관계 로드맵의 국회 통과 저지를 위한 총력투쟁의 결의를 다졌다.

    민주노총이 이번에 긴급하게 전국단위노조대표자를 소집하여 결의대회를 개최한 것은, 비정규법안이 국회에서 ‘날치기’ 통과된 이후, 로드맵 합의안도 직권상정 돼 비정규직 법안과 같은 양상으로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는 위기감이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됐기 때문이다.

    또 민주노총의 총파업이 금속연맹의 자동차 사업장과 금속노조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을 뿐, 다른 연맹의 참여율이 극히 저조해 총파업이 실질적인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도 크게 작용했다. 조직 내부의 ‘동력의 저하’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이 로드맵 법안의 연내 처리를 주장하는 등 국회에서 전개되고 있는 상황은 긴박한 데 반해, 현장은 고요하고 뜨거워지지 않는 ‘역설적 현실’을 타개해야 한다는 의지인 셈이다.

       
    ▲ 민주노총은 2일 ‘전국단위노조대표자 결의대회’를 열어, 노사관계 로드맵 입법화 저지를 위한 총력투쟁을 결의했다.
     
     

    비정규직 관련 3법과 함께 참여정부의 노사관계를 완성시킬 노사관계 로드맵 법안은 고용유연화는 물론 노동조합의 파업권을 사실상 축소시키는 법이기에, 이 법안이 통과되면 민주노총은 향후 수년간 ‘설 자리’를 상실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민주노총의 진단이다.

    이런 안팎의 상황에서, 민주노총은 실질적으로 현장에서 파업과 투쟁을 조직할 단위노조 대표자들을 모아 머리를 맞대고 현 상황을 공유하여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중지를 모아보자는 취지에서 결의대회를 마련했다. 

    대회장 곳곳에는 ‘저지 노동법 개악’, ‘무효 비정규 확산법’, ‘저지 한미FTA’, ‘가자, 총파업으로’라는 굵은 글씨의 펼침막이 붙여져 있어 민주노총의 과제를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참가한 단위노조 대표자들의 이마에는 ‘단결 투쟁’이라는 붉은 머리띠가 굳게 메여져 있었다.

    "비상한 시국에 고요한 현장을 깨야 한다"

    이런 대회장의 분위기를 반영하듯 조준호 민주노총 위원장은 비장한 목소리로 대회사를 시작했다. “다음 일주일은 민주노총의 명운이 걸린 일주일이다. 우리가 여기서 혼신의 힘을 다해 싸울 것을 결의하지 않는다면 반드시 후회하게 될 것이다. 비정규 날치기법안을 투쟁으로 바꿀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지난 22일 민중총궐기 투쟁으로 현재 일부 민주노총 지역본부장에게는 수배령이 내려진 상태다. 경찰청은 ‘폭력시위’를 계속 한다면 총연맹 지도부에게도 수배령을 확대할 것이라는 최후통첩을 전해왔다. 그러나 구속되는 것이 두려운 게 아니다. 반드시 투쟁해서 승리하는 것이 지금은 너무도 절박한 과제다.”

    김명호 민주노총 기획실장은 ‘11월 총파업 현황’ 발표에서, “총파업 참가 인원은 많을 때는 20만까지 육박했으나 적을 때는 3~4만명에 머물었다”며 “이제는 금속노동자 뿐만 아니라 다른 연맹들도 나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태일 민주노총 사무총장도 “민주노총이 승리의 확신을 가진다면 87년 노동자대투쟁과 97년 노동법 개악저지 투쟁과 같은 투쟁의 물꼬를 반드시 터뜨릴 수 있을 것”이라며 “저들은 마음만 먹으면 순식간에 날치기도 할 수 있기에, 금속이 선봉에 서고 크게 풍부하게 하는 총파업 투쟁을 벌여야 한다”고 호소했다. 김 총장은 또 “민주노동당의 ‘거대한 소수’ 전략이 뒷받침되기 위해서는 민주노총의 대중투쟁이 뒷받침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비상한 시기’이기에 ‘비상한 투쟁’을 요구하는 민주노총 지도부의 호소에 참가한 단위노조 대표자들은 “파업을 지속하기가 현장도 너무 힘들다”, “결의만 할 것이 아니라 주체적인 조건과 상황에 맞는 안을 내놔야 한다”는 반응이 나왔다.

    공공연맹의 한 참가자는 “당장 월요일부터 총파업을 하기에는 현장은 너무 힘이 빠져있다”고 말했고, 현대차노조의 한 참가자도 “중앙의 총파업 결정은 현장의 배려가 없다. 총파업 결정은 각고 끝에 내려져야 하는데, 산별연맹 위원들과 지도부는 권한만큼 책임은 없이 지침을 내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할 수 있는데까지 해보자"

    그리고 각 연맹별 회의를 통해 처한 상황과 조건에 맞게 투쟁계획을 제출하자는 의견이 제안됐고, 1시간여동안 연맹 회의가 진행됐다. 연맹별 회의에서도 ‘현장이 힘들다’는 반응은 계속 됐다. 결의는 높았지만, 이를 실천할 손과 발은 각자가 처한 조건과 상황에 묶여 있었다.

    그러나 “어려운 조건 속에서 동원할 수 있는 조직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자”, “총파업이 힘들다면 간부 파업이라도 전개하여 집회현장에는 반드시 참여하자”, “퇴근 후에는 반드시 촛불집회에 참가하자”는 등 구체적인 계획이 나왔다.

    1시간 후 연맹 위원장들은 연단에 올라 계획을 발표했다. 대부분 오는 6일로 계획된 총파업에 전력을 다하자는 데 뜻을 함께 했으며 △금속연맹은 내부 논의 후 결정 △공공연맹은 국회 앞 천막농성 돌입 △보건의료노조는 12월 4일 지부간부 상경 투쟁 및 결의대회 개최 △건설연맹은 광역시도 국회의원 사무실 항의방문 △서비스연맹은 촛불집회 집중 △택시연맹은 12월 4일 서울 여의도 택시 3천대 상경투쟁, 12일 서울 4대문 안 교통마비 투쟁 등을 내놓았다.

    각 연맹의 ‘투쟁 계획’ 발표로 대회는 마무리됐으며, 이후 민주노총은 곧 산별대표자회의를 소집해 “12월 5일과 6일 총파업 전개하고, 이후 구체적인 투쟁전술은 다시 논의한다”는 방침을 결정했다.

    이는 지난 1일 “정기국회 때까지 총파업을 전개한다”는 계획을 다시 변경한 것이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의  관계자는 “오늘 대표자회의 결과 9일까지 총파업을 계속 전개하는 것은 무리라는 의견이 많아 총파업 전술을 유연하게 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발표된 지 하루 만에 총파업 전술을 뒤바꾼 것은 문제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국회의 상황과 현장에서 체감하는 주체적 조건에 맞춰 대처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의회전략은 민주노동당의 결정에 맡긴다"

    민주노총이 ‘조직을 명운을 걸고 혼신의 힘을 다해 싸워야 한다’고 결의를 밝히고 이에 각 연맹 위원장 또한 투쟁 계획을 발표한 것이다. 이제 이것을 어떻게 얼마나 지킬 것인가가 과제로 남아 있다. 이날 ‘결의’가 결의에만 머무를 것인지, ‘실천’으로 이어져 로드맵 법안을 폐기시킬 수 있을 것인지는 이제 시험대에 올랐다. 김태일 사무총장은 “뚜껑을 열어봐야 알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이날 발표된 투쟁계획이 이전에 비해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는 금속노조의 불만도 있었다. 금속노조의 핵심 간부는 "사실 연맹 위원장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파업 못한다는 것 아니냐"며 "금속에 파업 책임을 넘기고 있다고 반성하면서도 또다시 똑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노총은 민주노동당의 노사관계 로드맵 입법안에 대한 대응전략과 관련, “국회에서 전개되는 모든 논의는 민주노동당의 결정에 맡긴다”는 방침을 지난 산별대표자회의를 통해 확정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민주노총은 대중투쟁에 집중하며, 당이 어떤 결정을 하든 그것은 오로지 민주노총이 떠맡아야 할 책임이라는 ‘원칙’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연맹 위원장들의 말

    “파업의 모든 책임을 금속에만 떠넘겨 죄송하다”

    배강욱 화학섬유연맹 위원장 – 민주노총의 간부라도 파업에 들어간다면 민주노총 조직의 반이 들어 간 것인데, 간부들조차 파업을 안 하고 있다. 간부라는 ‘계급장’ 달고 안 들어가는 셈인데, 파업실명제를 해서라도 반드시 동참하자.

    김형근 서비스연맹 위원장 – 서비스연맹은 산업의 특성상 파업이 상당히 어렵다. 현재 파업을 결의한 사업장도 없다. 그러나 무임승차는 안하겠다는 각오로 촛불집회라도 반드시 참여하겠다.

    양경규 공공연맹 위원장 – 공공연맹은 제법 큰 조직임에도 불구하고 민주노총의 총파업에 충분히 복무하고 있지 못하다. 지금 총파업의 몫은 고스란히 금속으로 돌아가고 있다. 철도 항공 가스 발전노조가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파업을 할 수 있다면 승리할 것이다. 그러나 파업이 어렵다면 간부파업이라도 해야 하고, 국회 앞 천막농성이라도 벌일 것이다.

    이찬배 여성연맹 위원장 – 청소용역 여성노동자로 이뤄진 여성연맹은 투쟁의 결의는 높다. 60대 조합원은 집회에 한 번 참여하고 나면 팔다리가 쑤시고 관절염이 온다. 파업을 하려고 하면 도시철도공사나 철도공사, 역무장, 하청업체 관리장이라는 3중의 벽을 뚫고 나와야 하기 때문에 대단히 어렵다. 그러나 로드맵이 미칠 영향을 조합원들에게 충실히 교육하고, 3중의 벽을 뚫고 해보겠다.

    홍명욱 보건의료노조 위원장 – 금속만 파업을 하는 관성에서 이제 넘어서자는 각성은 필요하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부끄럽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싸웠는가이다.

    정용건 사무금융연맹 위원장 – 운동의 모든 책임을 금속에 떠넘겨 죄송하다. 간부파업이라도 반드시 전개하겠다. 6일에는 7천여명의 대오를 모아 힘을 결집하겠다.

    필자소개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