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당은 '한나라 vs 비한나라' 구도 해체
        2006년 12월 02일 11:1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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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 대통령이 ‘반지역주의’를 기치로 내걸었다. 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은 1일 "노대통령이 반대하는 건 지역주의 구도로 회귀하는 신당 논의"라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과의 통합은 자역주의 구도로 회귀하는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과의 통합을 전제로 한 통합신당에는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노대통령은 또 지난 30일 자신의 탈당 문제에 대해 "당을 지킬 것"이라고 했다. 노대통령은 이날 "당적을 유지하는 것이 당을 지키는데 도움이 된다면 그렇게 할 것이고, 탈당을 하는 것이 당을 지키는데 도움이 된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도 했다. 열린우리당이 통합신당으로 흡수되는 것을 가만히 방치하지는 않겠다는 얘기다.

    노대통령과 통합신당파 어떻게 갈라설 것인가

    노대통령의 발언에선 ‘반지역주의’를 기치로 걸고 통합신당파와 일전을 불사하겠다는 결기가 느껴진다. 이제 공은 다시 통합신당파로 넘어왔다. 노대통령의 통합신당 불가 의지가 명시적으로 밝혀진 이상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노대통령과 같이 갈 것인가, 이제 그만 갈라설 것인가.

       
     ▲ 지난 1일 환담을 나누는 노무현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김근태 의장측은 갈라서기로 작심한 듯 하다. 이런 판단이 없었다면 "노대통령의 신당 비판은 제2의 대연정"이라는 초고강도의 반격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문제는 갈라서는 방식이다. 두 가지가 가능하다.

    먼저 노대통령과 친노파를 당에서 쫓아내는 방법이 있다. 그런데 노대통령은 "당을 지킬 것"이라고 했다. 당을 가만지 내주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통합신당파가 당을 깨고 나오는 방법도 있다. 실제 통합신당파 내부에선 이런 의견들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난점이 있다. 탈당해서 신당을 만들려면 돈과 조직이 필요하다. 열린우리당의 재산과 조직을 고스란히 두고 나와야 한다. 국고보조금도 대폭 줄어든다. 비례대표 의원들은 의원직을 잃게 된다. 통합신당을 하려거든 나가서 하라는 노대통령의 태도는 이 같은 상황을 계산에 넣은 것으로 보인다.

    전당대회가 관건

    전당대회를 통한 정면승부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천정배 의원은 1일 대화를 통해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결국 전당대회에서 당의 진로를 결정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는 친노파도 바라는 바다. 참정연 등은 전당대회를 통해 당의 진로를 결정하자고 제안해놓은 상태다. 노대통령도 얼마 전 천정배 의원과의 면담에서 같은 취지의 말을 했다. 이광재 의원은 현 지도부의 사퇴를 요구했다.

    이화영 의원은 원로들을 중심으로 특별대책위원회를 꾸려 전당대회를 준비하자고 제안했다. 노대통령의 하야 가능성 언급도 전당대회에 대비해 친노세력을 묶어내려는 고강도 처방의 성격이 짙어 보인다.

    통합신당파도 전당대회를 염두에 두고 있다. 기간당원제를 대폭 완화하는 내용으로 당헌, 당규를 개정한 것도 전당대회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의 성격이 강했다. 그런데 노대통령이 전면에 나서면서 상황이 다소 부담스러워졌다. 노대통령이 하야 가능성이라는 배수진을 치고 깃발을 치겨들면서 친노 당원들의 결속력과 충성도가 최고조에 이를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 2003년 11월 11일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열린우리당’ 중앙당  창당대회에서  당지도부가 도지부기를 흔들며 창당을 축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당대회가 정상적으로 치러지는 게 쉽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패배의 전망이 높게 나올 경우 친노파가 물리적으로 전당대회를 저지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이 경우 통합신당파로선 뾰족한 방책이 없다는 분석이다. 전당대회가 치러지지 않으면 현재의 당 체제는 그대로 유지된다. 당을 신당으로 흡수하려는 통합신당파의 기도는 무산된다. 

    주도권 틀어쥔 노대통령

    결국 전체적인 상황의 주도권은 다시 노대통령이 틀어쥔 형국이다. 최근 벌어진 당청간 난타전에서 반노의 중심으로 떠오른 김근태 의장에겐 최대의 고비처다.

    김 의장에겐 물러설 자리가 없다. 물러서기엔 너무 멀리 왔다. 뒤는 곧 절벽이다. 노대통령을 정면으로 꺾거나 우회(분당)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다른 대주주들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그런데 정동영 전 의장은 여전히 관망세다. 천정배 의원도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노대통령과 통합신당파가 갈라서면 범여권은 적게는 두 그룹, 많게는 네 그룹으로 나뉜다. 먼저 친노파의 당이 있다. 여당의 통합신당파와 민주당, 고건 전 총리 등은 곧바로 신당 창당에 합의할 수도 있고, 통합을 위한 모색기가 다소 길어질 수도 있다.

    이런 구도에서 친노파는 독자적인 세력 확대를 꾀할 공산이 크다. 이병완 실장이 1일 "우리당이 정체성을 유지, 발전시키면서 변화하는 데 대해 반대하는 게 아니다"고 여러차례 강조한 대목이 눈에 걸린다. 독자적인 대권 주자를 내세울 가능성도 높다. 김병준 정책기획위원장은 최근 ‘호남의 지지를 받는 영남후보론’에 대해 "일반적으로 그런 이야기를 많이 하더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김혁규 의원을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친노파의 기치는 앞서 말한대로 반지역주의다. 여기에 개혁의 색깔을 좀 더 짙게 칠하고 나설 가능성도 있다. 참정연 등 친노파는 상대적으로 개혁적인 것으로 평가받는다. 필요한 경우 노대통령이 "나를 밟고 가라"고 할 수도 있다.

    이들은 열린우리당의 실패 원인을 개혁노선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데서 찾고 있다. 통합신당파와의 분당은 이들이 개혁 드라이브를 거는 명분이 될 수도 있다. 그간의 개혁부진의 책임을 통합신당파에 전가하는 형태다. 지난 대선에서 노사모나 유시민 장관 등이 보였던 ‘아류’ 운동적 정치 행태를 반복할 개연성도 있다.

    통합신당파의 난점

    통합신당파의 최대 난점은 뚜렷한 리더가 없다는 점이다. 당장 여당 내부만 봐도 김근태 의장이나 정동영 전 의장 등은 계파 수장 이상의 영향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 모두 대중적 지지도가 낮은 상태에서 한쪽으로 힘의 쏠림이 일어나기도 쉽지 않다. 서로간에 견제도 심하다. 당 바깥으로 시선을 돌리면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 고건 전 총리나 민주당 모두 1/n 이상의 지도력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전개되는 통합논의가 얼마나 속도를 낼 수 있을지 확실치 않다.

    통합신당의 정책적 정체성은 더욱 모호하다. 구성원들의 성향만 놓고 보면 열린우리당식 잡탕의 재탕이 될 공산이 크다. 상대적으로 개혁적인 김근태 의장과 실용파가 기반인 정동영 전 의장, 보수적인 색채가 짙은 고건 전 총리에다 보수주의로의 경사가 완연한 민주당까지, 이들 모두를 하나의 정책 노선으로 녹여내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분당은 ‘한나라당 vs 비한나라당’ 구도 해체 시발점될 가능성

    통합신당의 출범을 전제로 놓고 보면 전체 정치 지형은 4당 체제가 된다. 민주노동당을 제외한 보수정당만을 계산하면 3당체제다.

    한나라당과 비한나라당을 가르는 습벽대로 한다면 한나라당과 2개의 범여권 정당간 정립구도다. 그리고 이런 구분법의 연장에서 2단계 정계개편론이 나온다. 친노당과 통합신당이 딴살림을 차리고 있다가 대선을 앞두고 결국 힘을 합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지난 대선의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모델이다.

    노대통령이 반지역주의를 기치로 내건 것을 주목해서 보는 쪽도 있다. 노대통령은 영남권에 세력을 확대하는 데 더 관심이 많다는 분석이다. 그런데 노대통령이 대선을 앞두고 영남권에서 세력을 급속히 확대할 뾰족한 방안이 없다. 영남권에 기반을 갖고 있는 정치그룹과 손을 잡기 전에는 그렇다.

    때문에 한나라당 내부의 역학관계로 시선이 간다. 일반 여론도 이명박, 박근혜, 손학규 세 주자가 단일화를 이뤄낼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노대통령과 이명박 전 시장측의 연대설이 끈질기게 나도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한나라당의 내부를 주목하는 건 통합신당파도 마찬가지다.

    결국 다단계 정계개편이 일어나더라도 그 범위가 이른바 비한나라당의 내부로만 국한되지는 않을 수도 있다. 이명박, 박근혜, 손학규 세 사람을 독립적인 플레이어로 봐야 한다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전체 보수정치판은 5개의 그룹으로 나뉘어진다. 그리고 그 그룹간에는 합종연횡이 이뤄질 수 있는 다양한 경우의 수가 생겨난다. 지금 이것의 전개도를 점치기는 힘들다. 다만 열린우리당의 분당은 ‘한나라당 vs 비한나라당’이라는 기존 구도가 해체되는 시발점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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