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주시 편법 집회금지,
    인권위 긴급구제 권고해야
    정부, 집회 보장 아닌 봉쇄에만 골몰
        2021년 07월 30일 03:3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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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사회단체들은 원주시가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직영화 요구 집회 바로 전날 집회·시위에 한해서만 거리두기 4단계를 적용한 것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가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인권위는 원주시의 방역지침에 대해 긴급구제가 아닌 입장표명을 하는 선에서 그쳤는데, 이는 그간 집회·시위의 자유에 관한 인권위의 입장과도 배치된다는 지적이다.

    건강보험 고객센터 시민대책위원회(대책위)는 30일 오전 서울 중구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집회의 자유 침해를 긴급구제의 대상이 아니라고 보는 것은 결국 민주사회의 전제가 되는 집회의 자유가 기본적 인권으로서 가지는 가치를 훼손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사진=공공운수노조

    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노동자들은 지난 23일 원주시 건보공단 앞에서 거리두기 단계 등 방역지침을 준수한 집회 개최를 신고했다. 당시 원주시는 100인 미만 집회가 가능해 한 장소에서 ‘99명 집회’가 가능했다. 그러나 집회 바로 전날인 22일 원주시장은 “23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10일간 거리두기 3단계를 시행한다”며 집회·시위만 4단계로 격상하겠다고 밝혔다. 4단계에선 1인 시위만 가능해, 사실상 건강보험 고객센터 노동자들의 집회 차단을 목적으로 한 조치인 셈이다.

    이에 인권위는 지난 27일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시행 중에 집회·시위에만 거리두기 4단계 방침을 적용하는 것은 집회·시위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조치라며, 원주시장에게 “집회·시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지 말라”는 의견을 표명했다. 다만 긴급구제 조치 신청에 대해선 “긴급구제 조치의 기준인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책위는 “인권위가 긴급구제를 명하지 않고 의견만을 표명한 결과 (원주시의) 집회는 지금까지도 금지되고 있으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절박한 목소리는 탄압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원주시는 여전히 집회만 거리두기 4단계 조치를 유지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3단계 조치에 따라 이날 30일 50인 집회, 전국동시다발 1인 시위 방식을 하기로 했으나 전날 오전부터 철제 펜스를 설치하고 경찰 차벽을 세우는 등 집회 자체를 원천봉쇄하고 있다.

    대책위는 “현재 원주시장의 행정명령으로 구체적 장소와 시간을 정한 노동자들의 집회 개최가 제약받고 있고, 이로 인해 침해된 집회의 자유가 추후에 집회를 개최한다고 해서 회복될 수 있겠나”라며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없다’는 인권위의 입장은 매우 협소하고 소극적인 해석”이라며 지적했다.

    인권위, 과거에는 과도한 집회 금지에 긴급구제조치 결정

    인권위의 이번 결정은 그간 집회·시위의 자유 침해에 관해 일관되게 긴급구제 조치를 권고해온 전례와 비교해도 이례적이다.

    지난 2013년 7월 민변 노동위원회가 대한문 앞에서 집회를 하겠다고 신고했지만, 경찰은 교통질서 유지를 이유로 집회 장소를 축소시켰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민변 노동위가 신청한 긴급구제 신청에 대해 “신고된 내용대로 집회를 개최할 수 없게 될 것이므로 이러한 점에서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발생의 우려가 있다”고 결정했다.

    인권위는 지난 2006년 12월 서울역 광장에서 있었던 한미FTA 반대 집회 때도 “집회의 평화적 개최와 진행을 보장받는 것을 조건으로 동 집회가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금지통고철회를 포함한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했고, 2008년 8월 부시 미국 대통령 방한 반대를 위한 서울공항 인근 집회 긴급구제신청 역시 수용한 바 있다.

    대책위는 “인권위는 그간 계획된 대로 집회를 하지 못한다면 회복불가능성이 있다고 일관되게 판단해왔다. 집회의 성격상 신고한 시간과 장소, 즉 집회 주최자의 계획대로 특정 집회를 개최할 수 없는 경우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가 발생한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이런 점에 비춰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가 아니라는 이번 건의 결정은 인권위의 기존의 결정과는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논란은 정부가 장기화된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안전한 집회·시위의 보장이 아닌, 봉쇄에만 골몰한 탓이 크다.

    대책위는 “‘방역 말고는 내세울게 없다’는 현 정부의 빈곤한 처지가 ‘오로지 방역’에만 국민여론을 부각시키고, 때때마다 방역실패 책임을 묻기 위한 악당을 만들어 내고 있다”고 질타했다. 지지율 유지를 위해 봉쇄라는 강경한 방역정책을 고수하고, 방역정책이 실패하면 그 탓을 다른 쪽으로 돌리기를 반복하고 있다는 비판으로 읽힌다.

    이들은 ‘재난시기에 취약한 집단에 대한 보호와 적극적 조치가 높아져야 한다’는 유엔의 입장을 언급하며 “재난시기 정부에게는 방역만큼이나 사회적 소수자·약자의 집회결사의 자유를 보장해야하는 책임이 있다”면서 “정부는 방역과 함께 기본권 보장이 함께 가능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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