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자식까지 비정규직 만드는 법 절대 안돼"
    By tathata
        2006년 12월 01일 08:5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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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정규 3법이 국회 통과된 다음 날인 12월 1일.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 3천여명이 이에 항의하며 국회 앞에서 경찰에 맞서 격렬하게 투쟁했다. 이 날 대회 이름은 ‘날치기 비정규법 무효, 노동법 개악 저지, 총파업투쟁승리 결의대회’.

    민주노총은 이날 국회에 들어가 항의의 뜻을 전하기 위해 국회 진입을 시도했으나, 경찰의 저지로 무산됐다. 경찰은 경찰차를 동원해 차벽을 설치하고 국회로 진입하려는 조합원들을 향해 물대포와 소화기를 뿌렸으며, 이에 맞선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죽봉과 돌멩이, 물통 등을 던지며 격렬하게 항의했다, 이 과정에서 2명의 조합원이 연행됐다.

    이날 대회는 강행처리된 비정규법안에 대한 조합원들의 분노로 끓어올랐으며,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함성이 여의도를 진동시켰다. 

    조준호 민주노총 위원장은 조합원들을 행해 ‘강력한 투쟁’을 호소했다. 조 위원장은 “국회는 민주노총이 총파업을 실시하고 있는 한복판에서 비정규 확산법안을 날치기로 통과시켰다. 11월 30일은 민주노총이 패배한 날이지만, 이 분노와 이 치욕으로 이제는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2006년 마지막 투쟁에서 깨지면 민주노총은 앞으로 10년, 20년 동안 비참하게 거리에서 깨질 것”이라며 “오늘 투쟁하지 않는다면 내일은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민주노총은 1일 국회앞에서 ‘비정규법 날치기 무효’를 요구하며, 국회로의 진입을 시도했다.
     
     

    오후 3시 50분. 조준호 위원장을 비롯한 전재환 금속연맹 위원장, 양경규 공공연맹 위원장 등 민주노총 지도부들이 ‘날치기 비정규법안 무효’가 적힌 펼침막을 들고 국회를 향했다. 경찰은 이미 경찰차를 동원하여 차벽을 설치해놓고 민주노총의 진입에 대비하고 있었다.

    민주노총 지도부들은 경찰에게 길을 열어줄 것을 요구했지만, 돌아온 것은 방패와 곤봉. 조합원들은 경찰을 향해 죽봉과 돌멩이를 던지고, 경찰차를 밀며 길을 열어줄 것을 요구했다. 또 일부는 경찰차에 줄을 매달아 줄다리기로 잡아당기기도 했다. 

    오후 4시 30분. 경찰이 조합원들을 향해 물대포와 소화기를 분사하기 시작했다. 4개의 물대포가 사방으로 뿌려졌으며, 거리는 순식간에 희뿌연 소화기 가루와 물로 아수라장이 됐다. 경찰은 조합원들에게 무차별적으로 물대포를 살포했다. 조합원들은 일보 후퇴를 해야만 했다.

       
    ▲ 조합원들은 죽봉과 돌멩이를 경찰차를 향해 던지며, 국회로의 진입을 시도했다.
     
     

    오후 5시. 민주노총 지도부들이 다시 정렬을 하고 국회로 향했다. 이들은 맨몸으로 경찰을 밀어냈으며, 조합원들도 뒤에서 밀었다. 경찰은 방패를 동원하며 이를 저지했다.

    양경규 공공연맹 위원장은 “여기서 우리가 1미터 더 물러날 때마다 비정규직 노동자는 더 양산되고 노사관계 로드맵도 그대로 통과될 것이고, 민주노총이 한 발 한 발 전진할 때마다 비정규직은 줄어든다”며 “여기서 민주노총의 분노를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고 조합원들을 향해 호소했다. 그리고 1시간여 가량 대치는 계속 이어졌다. 조합원들은 전경차에 ‘비정규직 철폐’, ‘노무현 정권 퇴진’, ‘한미FTA 중단’ 등을 적기도 했다.

    1시간여 가량 격렬한 대치 이후 오후 6시경에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자진 해산했다. 조준호 위원장은 “이제는 반격”이라며 “내일 전국단위노조 대표자들이 다시 모여 오늘 못다 한 투쟁을 다시 전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대회에 참가한 금속노조 기아자동차 비정규직지회에 속한 조리업을 하는 40대 여성조합원은 “가슴에 분이 올라와서 말이 안 나온다”며 “우리 세대는 이렇게 끝났지만, 자식 세대라도 정규직이 되어서 잘 살아야 되는데 자식들까지 다 죽이는 법안을 통과시켰다”며 울분을 터뜨렸다.

    김문경 보건의료노조 인천사랑병원지부 지부장은 이제 병원에서 비정규직은 더 많이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지난 2년 사이 병원에서 비정규직이 2배는 늘어났다”며 “처음에는 청소, 식당, 야간보안, 시설경비 등에만 사용했던 비정규직을 이제는 새로 충원하는 인력은 모조리 비정규직으로 채용한다”고 말했다.

    특히 병원에서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신설하는 각종 클리닉센터에는 계약직 간호사들로 채워졌다고 말했다. 그는 “비정규직 법안 통과로 병원과 비정규직을 더욱 남용하게 될 것”이라며 “사용자에게 생선을 물린 격”이라고 한숨을 토했다.

    김의균 금속노조 콜트악기지회 노동안전보건국장은 자신이 더 잘 싸우지 못해서 비정규직법안이 통과된 것 같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정규직 노동자만 있는 콜트악기지회는 사실 다른 사업장보다 긴장감이 떨어져 있었다”며 “상황과 조건을 이유로 파업을 철저하게 하지 못한 것이 이런 결과를 불러온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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