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위기 석유부족 때문…남북 석유중독 벗어나야”
    2006년 12월 01일 02:5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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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렬 방송대 교수는 북한은 석유부족으로 인해 위기에 빠졌으며 북한이 이로 인해 핵무기 개발에 나선 것은 앞으로 다가올 석유정점(Peak Oil) 이후 현대 산업사회의 미래를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따라서 “북한에 대한 현상유지형 단순지원, 개발지원에 대해서 심각하게 재고해야 한다”며 “현재와 같이 에너지를 과다하게 소비하고 이 에너지를 대부분 화석연료와 원자력으로부터 얻는 시스템을 포기하고 다른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민주노동당과 ‘에너지전환’이 1일 공동주최한 ‘제1회 피크오일(Peak Oil) 심포지엄-석유중독 한국, 미래는 있는가’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 이필렬 방송대 교수
 

이 교수는 <피크오일과 석유중독, 남북한> 발제를 통해 먼저 “북한에 대한 우리사회의 태도는 크게 두가지로 나뉜다”고 분석했다. ‘북한 무시론’과 ‘통일 우선주의’다.

‘북한 무시론’은 “북한은 남한에서 아무리 노력한다 해도 어떻게 해볼 수 없는 곳이니 북한은 철저하게 무시하거나 제외하고 남한만이라도 어서 선진사회로 진입시키기 위한 노력을 벌여야 한다는 것”이고 “이러한 태도를 견지하는 사람들은 한반도의 통일을 중요한 과제로 보지 않는다”고 이 교수는 지적했다.

이 교수는 “오히려 통일을 추구하는 것이나 북한을 배려하는 듯한 정책이 남한의 발전에 해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며 “넓게 보면 한나라당 중심의 보수우익, 최장집, 뉴라이트 등이 이러한 태도를 보이는 그룹에 속한다”고 지적했다.

북한 무시론과 통일 우선주의

‘통일 우선주의’는 통일을 현재 한반도의 매우 중요한 과제로 보는 견해이다. 이 교수는 통일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다양한 견해가 존재하지만 통일이 국내, 한반도, 동아시아, 전지구의 시각에서 볼 때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인식한다는 점에서는 일치한다고 분석했다.

두 가지 견해는 대북정책에 대해 정반대의 태도를 보인다. 이 교수는 “북한 무시론자, 통일 무관심자들은 포용정책, 햇볕정책으로 요약되는 김대중·노무현 정권의 북한 돕고달래기 정책에 대해 반대하고, 반대로 통일 우선주의자들은 포용정책과 햇볕정책은 결코 포기해서는 안 되는 것으로 본다”며 “우리 사회에 북한과 통일에 대한 위의 두가지 견해 이외의 다른 견해는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우리 사회에서 통일에 대한 제3의 견해가 존재하지 않는 이유는 대부분의 남한 사람이 개발이 최고의 가치라고 생각하는 점에서는 일치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 무시론자나 포용정책 지지자 모두 개발, 발전이 중요하다는 것은 부정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 무시론자들은 ‘남한만’, 통일 우선주의자들은 ‘북한까지도’ 개발하고 발전시키자는 것으로, 두 입장은 북한을 남한의 개발과 발전 속에 포함시키느냐, 배제하느냐에 대해서만 견해차이가 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 무시론, 통일 우선론 모두 ‘개발’에 동의”

이 교수는 따라서 북한 무시론자나 북한 우선주의자 모두 근본적으로 다른 견해를 가진 것이 아니며 “이렇게 근본적으로는 일치하지만 강하게 대립하는 것처럼 보이는 두 개의 태도가 존재하고 대부분의 국민도 개발을 최우선으로 인정하기 때문에, 제3의 견해가 존재하기 어렵고 이 견해가 힘을 얻기가 대단히 어려운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개성공단 사업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견해를 내놓았다. 그는 “식량과 비료지원, 개성공단과 금강산 사업에 대해 찬성하는 것은 북한의 남한식 개발에 은연중에 동의하는 것”이라며 “개성공단을 통해서 남한이 의도하는 것은, 북한에 개성공단 같은 것이 널리 퍼져가게 만드는 것이고 이를 통해서 북한도 개발되고 남한도 지금보다 더 큰 성장과 발전을 이룩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더 나아가 이 교수는 “개성공단은 남한의 개발방식을 북한에 그대로 복사해서 옮겨놓은 것이나 다름없다”며 “그런데 포용정책을 지지함으로써 이러한 개발정책에 대해 암묵적으로 동조하는 것은 결국 개발을 조장하는 것이고, 개발이 가져오고 있는 기후변화와 에너지위기라는 전지구적인 재앙에 대해서도 침묵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남한·미국, 북한 핵무기 개발 방조”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대해 이 교수는 “근대산업사회가 거의 붕괴 직전에 놓였을 때 내놓을 수 있는 최악의 또는 필연적인 산물”이라며 “북한에서는 자신의 최종적인 붕괴를 가능한 한 지연시킬 수 있는 수단으로 핵무기를 내놓았고, 남한과 미국은 이를 방조했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방조’란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저지하지 않고 구경만 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이 조금이라도 더 산업사회의 구조를 유지할 수 있도록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계획하고 중유를 공급하고 그리고 개성공단 같은 산업단지를 조성해준 것을 의미한다고 이 교수는 설명했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이 자칫하면 동북아에서 핵도미노 현상을 불러오리라는 우려에 대해 이 교수는 지금과 같이 동북아 국가들이 개발에 목숨을 걸고 기후변화나 석유위기에 무관심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정말 그렇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평양시 중구역에 설치된 핵실험 성공을 환영하는 구호판. (사진=연합뉴스)
 

펜타곤보고서의 예측이 현실로

그 근거로 이 교수는 2003년에 작성된 ‘기후변화에 관한 펜타곤보고서’를 들었다. 펜타곤보고서는 기후변화가 가져올 자연적인 재앙이 국제정치, 군사, 경제 상황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어떤 결과를 낳을 것인가에 대해 분석한 연구.

보고서는 기후변화가 세계 식량생산을 크게 감소시키고, 세계의 화석에너지 생산 인프라를 혼란에 빠뜨림으로써 에너지 확보를 어렵게 만들고, 각종 기상재해를 불러와서 깨끗한 식수의 확보도 어렵게 만든다고 예측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국제적인 분쟁, 더 나아가서 전쟁으로 나타날 것으로 분석했다.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서 일부 핵무기 개발능력이 있는 여러 국가들은 식량, 에너지, 물을 확보하기 위해 실제 핵무기를 보유하게 된다는 것이 보고서의 또 다른 예측이다.

이 교수는 “이들 핵무기를 보유할 국가 속에 한국과 일본이 들어 있다”며 “고도의 산업사회에 도달한 이들 국가에서 그 상태를 계속 유지하려면 석유 중심의 화석연료를 계속 투입해야만 할 터인데, 석유를 구하기가 어려워져서 사회가 붕괴 직전까지 간다면 핵무기를 개발해서라도 석유를 확보하는 것 말고 달리 어떤 길을 생각할 수 있겠는가”라고 물었다.

“석유공급 부족이 북한 붕괴시켜”

이 교수는 산업국가였던 북한에 식량난이 닥친 것의 원인이 석유공급의 부족이라고 지적했다. 즉 북한은 1990년 소련에서 석유원조를 갑자기 끊기 전까지 농업을 포함한 모든 분야에서 산업적인 방식의 생산을 유지했지만 석유가 사라지자 식량생산이 급격하게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이 교수에 따르면 1990년 이전 대부분 북한에서 생산되던 연간 비료 투입량은 60~80만톤이었고, 농업에 투입되던 디젤유는 12만톤에 달했으며, 100헥타르당 평균 일곱 대의 트랙터와 이앙, 경작, 추수, 탈곡 등에 각종 기계들이 농사를 담당했다.

석유수입량은 연간 250만톤이었으며 수입석유의 거의 35%가 농업에 투입됐다. 북한의 농업은 석유 없이는 유지될 수 없는 구조였던 것이다.

이 교수는 북한이 자연재해에 크게 취약해진 원인의 상당 부분도 북한의 에너지 위기에 있다고 지적했다. 에너지 부족으로 식량생산이 감소하자 도시에 살던 상당수의 사람들이 농촌으로 들어갔고 이들이 마구잡이 개간을 함으로써 산림과 농토가 자연재해에 취약해졌고, 난방용 에너지의 부족이 나무나 건초 등을 마구 베어내는 결과를 낳음으로써 또 다른 황폐화를 낳았기 때문이다.

“현재의 북한은 현대 산업사회의 미래”

이 교수는 “이러한 상황임에도 북한은 여전히 에너지 위기가 닥친 지 15년이 지난 지금도 1990년 이전의 사회를 복구하겠다는 희망을 품고 있는 것 같다”며 “에너지위기로 인해서 발생한 심각한 식량위기와 기아에도 불구하고 핵무기 개발까지 나아간 것을 보면, 지금도 북한은 미국이 적대적인 태도를 포기하고 에너지 공급이 원활해지면 옛 수준을 회복할 것이라는 믿음을 붙들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북한이 허송한 15년의 시간, 남한에서도 약 10년 가까이 동참해준 이 시간을 생각하면, 북한은 물론이지만 이제는 우리도 북한에 대한 현상유지형(business as usual) 단순지원, 개발지원에 대해서 심각하게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현재의 북한은 현대 산업사회의 미래 모습일 수 있다”며 “펜타곤보고서에서 경고하는 그 모습은 지금 북한에서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후변화에 겹쳐서 석유정점까지 닥친다면 펜타곤보고서에서 그리고 있는 에너지, 물, 식량 확보를 위한 분쟁과 핵무기를 포함한 군비확장이 남한이나 일본 등의 산업국가에서 그대로 벌어질지 모른다는 것이다.

“남북한 플랜 A만 고집…플랜 B, C는 쳐다보지도 않아”

이 교수는 “남한과 북한은 지금 플랜 A를 고집하고 있다”며 “유럽 국가들에서 채택한 플랜 B 또는 플랜 C는 쳐다보지도 않는다”고 지적했다.

현재와 같이 에너지를 과다하게 소비하고 이 에너지를 대부분 화석연료와 원자력으로부터 얻음으로써 현재의 산업사회 시스템을 계속 유지하려는 것이 ‘플랜 A’, 화석연료와 원자력으로부터 서서히 벗어나되, 필요한 에너지를 주로 재생가능 에너지로부터 얻음으로써 현 시스템을 약간 수정한 상태에서 어느 정도는 유지하는 것을 ‘플랜 B’, 현재의 시스템을 포기하고 다른 길을 찾는 것이 ‘플랜 C’다.

이 교수는 플랜 C의 성공가능성을 시사하는 사례로 쿠바를 들었다. 쿠바는 북한과 똑같이 1990년 소련 붕괴와 미국의 경제제재 강화로 인위적인 석유정점 사태를 당했다.

쿠바에서 성공한 플랜 C

무역이 85% 줄어들었고, 비료, 농약, 가축사료 수입이 80% 감소했으며, 57%의 식량을 공급하던 수입 식량도 절반으로 떨어졌다. 이로 인해 쿠바인들의 평균체중은 10Kg 이상 줄어들었고, 1994년 식량생산량은 1990년 이전 수준의 55%로 떨어졌으며, 일인당 하루 에너지 섭취량도 1989년의 2,908kcal에서 1995년에는 1,863kcal로 감소했다.

하지만 쿠바인들은 이 ‘고난의 시기’를 극복했다. 이 교수는 “현재 쿠바의 농업에서 투입되는 에너지는 그전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고, 비료와 농약 투입은 그전의 10% 수준에도 못미친다”며 “그런데도 쿠바는 식량생산을 거의 예전 수준으로 회복했고, 교육, 의료, 보건 등 사회 시스템을 유지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쿠바의 예는 플랜 C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우리는 대체로 북한을 큰 짐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북한이 있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북한의 사례를 면밀히 분석하고, 북한을 다른 길로 나아가도록 움직이고, 더 나아가서 남한도 그 길로 옮겨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 수 있다”면서 “다가오는 석유정점 시기에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북한을 보고 배우며 찾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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