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 노래 모음 :
    '이백부터 정태춘까지'
    [대중음악 이야기] 김부자, 등려군, 오드리 헵번, 셰익스피어, 티나 S 등
        2021년 07월 26일 09:5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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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부자의 <달 타령>이라는 노래가 있었다.(관련 링크)

    1972년에 발표되어 80년대까지 상당한 인기를 누렸던 이 노래는 이 노래는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이태백이 놀던 달아.”로 시작한다. 이태백, 그러니까 당의 시인 이백은 술에 취해 호수에 비친 달을 잡으려다 물에 빠져 죽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질 정도로 달과 술을 좋아했다.

    <시선농월도 詩仙弄月圖>, 작자 미상.

    달과 술 모두가 등장하는 이백의 시 한 수를 보자. <월하독작 1>이다.

    월하독작(月下獨酌) <달 아래서 혼자 술을 마시다>

    이백(李白)

    花間一壺酒(화간일호주),獨酌無相親(독작무상친)。
    舉杯邀明月(거배요명월),對影成三人(대영성삼인)。
    月既不解飲(월기불해음),影徒隨我身(영도수아신)。
    暫伴月將影(잠반월장영),行樂須及春(행락수급춘)。
    我歌月徘徊(아가월배회),我舞影零亂(아무영령란)。
    醒時同交歡(성시동교환),醉後各分散(취후각분산)。
    永結無情遊(영결무정유),相期邈雲漢(상기막운한)。

    꽃 사이에서 한 병의 술 홀로 마시는데 서로 친한 이 없구나.
    잔을 들어 밝은 달을 맞이하고, 그림자 대하여 세 사람을 이루네.
    달은 원래 술 마실 줄 모르고, 그림자는 내 몸을 따를 뿐.
    잠시 달과 그림자와 함께하니, 즐거움을 행함은 봄철이 제격이라.
    내가 노래하면 달도 거닐고, 내가 춤추면 그림자는 어지러이 흔들리네.
    깰 때는 함께 즐기나 취한 뒤에는 각기 나뉘어 흩어진다.
    무정한 놀이 길이 맺어 멀리 은하수 두고 서로 기약하노라.

    호수에 비친 달만큼이나 아름다운 것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그대 눈에 비친 달’이다. 이 표현이 동양에만 있는 것은 아닌 듯, 베네주엘라의 한 젊은 작가는 이런 그림을 만들어냈다.

    한국인들의 재능은 이백에 뒤지지 않았는지, 누군가는 이런 말을 만들어냈다. “강릉 경포대에 가면 다섯 개의 달을 볼 수 있어요. 하늘의 달, 바다에 비친 달, 호수에 비친 달, 술잔에 비친 달, 그리고 그대 눈에 비친 달.” 요즘은 하나가 더 추가된 모양이다. “나의 망막에 비친 달 추가요.”라고 누군가가 말했다고 한다.

    기왕 중국의 시, 더 구체적으로는 당시 한 수를 소개했으니 이번에는 현대 중국의 달 노래 한 편을 소개한다. 영화 <첨밀밀>에 나와 유명해졌던 등려군(鄧麗君/ 邓丽君)의 <월량대표아적심(月亮代表我的心, 웨일량다이뺘오워디신)>이다.

    이 노래는 주현미를 비롯하여 여러 가수들이 다시 부르기도 했는데,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중국 인터넷 스타 펑티모의 노래를 들어보자. (관련 링크)

    <月亮代表我的心>

     

    你問我愛你有多深 我愛你有幾分
    당신은 물었죠. 내 사랑이 얼마나 깊은지, 내가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我的情也真 我的愛也真
    내 마음은 진실이에요, 내 사랑도 진실이에요.

    月亮代表我的心
    달이 제 마음을 보여주잖아요.

     

    你問我愛你有多深 我愛你有幾分
    당신은 물었죠. 내 사랑이 얼마나 깊은지, 내가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我的情不移 我的愛不變
    내 마음은 떠나지 않아요, 내 사랑도 변하지 않아요.

    月亮代表我的心
    달이 제 마음을 보여주잖아요.

     

    輕輕的一個吻 已經打動我的心
    부드러운 입맞춤 한 번에 이미 내 마음은 움직였고,

    深深的一段情 教我思念到如今
    깊고 깊었던 정은 지금까지 당신을 그리게 하네요.

     

    你問我愛你有多深 我愛你有幾分
    당신은 물었죠. 내 사랑이 얼마나 깊은지, 내가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你去想一想 你去看一看
    당신도 한 번 생각해 보세요, 당신도 (달을) 한 번 바라보세요.

    月亮代表我的心
    달이 제 마음을 보여주잖아요.

     

    輕輕的一個吻 已經打動我的心
    부드러운 입맞춤 한 번에 이미 내 마음은 움직였고,

    深深的一段情 教我思念到如今
    깊고 깊었던 정은 지금까지 당신을 그리게 하네요.

     

    你問我愛你有多深 我愛你有幾分
    당신은 물었죠. 내 사랑이 얼마나 깊은지, 내가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你去想一想 你去看一看
    당신도 한 번 생각해 보세요, 당신도 (달을) 한 번 바라보세요.

    月亮代表我的心
    달이 제 마음을 보여주잖아요.

     

    你去想一想 你去看一看
    당신도 한 번 생각해 보세요, 당신도 (달을) 한 번 바라보세요.

    月亮代表我的心
    달이 제 마음을 보여주잖아요.

    위에 링크한 동영상은 중국어의 우리말 발음과 우리말 해석 모두가 자막으로 소개되고 있을 뿐 아니라, 등려군과는 또 다른 매력의 목소리를 지닌 펑티모의 노래를 들려준다. 나는 펑티모의 노래가 등려군의 원곡보다 더 좋다.

    월량대표아적심(月亮代表我的心)은 달이 나의 마음을 대표하고 있다는, 즉 달이 내 마음을 보여주고 있다는 말이다. 달은 사실은 누군가의 마음을 보여주지는 않지만, 옛날부터 사람들은 그렇게 달에 자신의 마음을 투사하곤 했다.

    이번에는 서양으로 가 보자. <Breakfast at Tiffany’s(티파니에서 아침을, 1961)>에 등장했던 오드리 헵번의 <Moon River>이다. (관련 링크)

    위의 동영상도 볼만하지만. 다음 장면은 더욱더 매력적이며, 영화에서 가장 유명한 장면 중 하나이다.

    (관련 링크)

    가사를 살펴보자.

    Moon river, wider than a mile
    I’m crossing you in style some day
    Oh, dream maker, you heart breaker
    Wherever you’re goin’, I’m goin’ your way
    Two drifters, off to see the world
    There’s such a lot of world to see
    We’re after the same rainbow’s end
    Waitin’ ’round the bend
    My huckleberry friend
    Moon river and me 

    1마일도 넘는 너비의 달이 비친 강,
    난 언젠가 널 멋지게 건너갈 거야.
    오, 꿈을 만드는 이여, 가슴을 찢어지게 하는 이여.(1)
    네가 어디로 가든, 나는 너의 길을 따를 거야.
    세상을 보기 위해 출발한 두 방랑자,
    볼만한 세상이 너무 많아.
    우린 같은 무지개의 끝을 좇고 있어,
    강굽이에서 기다리면서.
    나의 허클베리(단짝) 친구,(2)
    달이 비친 강과 나.

    허클베리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Romeo and Juliet>에도 달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 아래 동영상의 4: 27 부분에 시작되는 장면이다. 1968년 발표되었던 영화 <Romeo and Juliet>은 아르헨티나 출신의 올리비아 허시(Olivia Hussey)를 세계적인 스타로 만들었는데, 그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4분 27초를 지루하다고 여기지 않을 분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어린 시절 우리는 그를 올리비아 핫세라고 불렀는데, 그것은 당연히 일본식 영어 발음일 것이며, 앞으로는 허시나 허씨라고 부르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믿는다. 발음기호로 표시하면 다음과 같다. [oulíviǝ hʌ́si] (관련 링크)

    Juliet, the ‘Balcony Scene’.

    ROMEO

    Lady, by yonder blessed moon I swear
    That tips with silver all these fruit-tree tops—

    아가씨, 이 모든 과일나무 꼭대기에
    은빛을 나누어 주고 있는 저 축복받은 달에 (사랑을) 맹세해요.

    JULIET

    O, swear not by the moon, the inconstant moon,
    That monthly changes in her circled orb,
    Lest that thy love prove likewise variable.

    오, 달에 대고 맹세하지 말아요,
    궤도를 돌면서 한 달 내내 변하는 저 변덕쟁이 달에.
    당신의 사랑이 그것처럼 변덕쟁이임을 입증하려 하지 않는다면.

    ROMEO

    What shall I swear by?
    (그럼) 무엇에 맹세할까요?

    JULIET

    Do not swear at all;
    Or, if thou wilt, swear by thy gracious self,
    Which is the god of my idolatry,
    And I’ll believe thee.

    아예 맹세하지 말아요.
    아니면, 만약 그대가 그러려고 한다면, 당신의 은혜로운 자아에 맹세해요.
    그것은 내가 (우상)숭배하는 신이고,
    저는 당신을 믿을 거예요.

    (출처)

    남들은 해나 달에 맹세한다고 하지만, 줄리엣은, 혹은 셰익스피어는, 그런 행동을 믿지 않았다. 1994년에 발표되어 빌보드 싱글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을 뿐 아니라 1994년의 연말 최종 차트에서 2위를 차지했을 만큼 큰 인기를 누렸던 All 4 One의 <I Swear>는 이렇게 노래하지만 말이다. (관련 링크)

    I swear by the moon and the stars in the skies
    And I swear like the shadow that’s by your side

    나는 달과 하늘의 별들에 맹세해요.
    그리고 나는 당신 곁에 있는 그림자처럼 맹세해요.

    음악의 가사를 놓고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은 허망한 일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줄리엣의, 혹은 셰익스피어의 통찰력이 이 노래의 그것보다 더 깊다는 생각을 할 수는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말했다. “사랑은 움직이는 거야.” 이 사랑의 움직임은 비극적일 수도 있다. 물론 로미오와 줄리엣의 비극은 사랑 자체 때문은 아니었지만.

    이제 한국 가요 하나를 들어보자. 달빛 하면 생각나는 노래, 윤수일의 <아파트>이다. “달빛이 흐르는 다리를 건너.” 근데 다음 가사는 생각이 나지 않고, “으쌰라 으쌰. 으쌰라 으쌰.”가 떠오른다. 하하하. 이 노래는 1980~1990년대에 응원가로도 많이 쓰였었다. (관련 링크)

    이 곡 <아파트>는 ‘국민가요’라는 말을 들은 몇 안 되는 곡이며, 시대를 초월한 인기곡이다. 한국 사회를 설명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말이 바로 ‘아파트’이다. 한국 사회에서 아파트는 어떤 이에게는 희망이었고, 심지어는 인생의 목표이기도 했고, 어떤 이에게는 절망이었고, 심지어는 통곡의 원천이었다. 윤수일의 이 노래는 아파트라는 것이 어떤 상징이 되기 시작했던 1980년대를 제대로 짚어내고 있다는 점에서 대단한 곡이라고 믿는다.

    아파트를 생각하니 우울해진다. 나는 지방 대학에 가게 되었던 아이의 통학을 위해, 그 대학의 셔틀버스가 출발하는 교대역 주변에 있는 어느 아파트에 전세로 입주했었는데, 3년 반이 지나자 아파트 매매가가 13억 원이나 높아졌다. 당연히 전세금도 오를 것이다. 반년 후에는 이 아파트에서 쫓겨날 것이고, 그럼 어디로 가야 하나? 이 정부의 부동산 대책과 불로소득을 좇는 자들의 탐욕은 정말 놀랍다.

    또 하나의 생각이 떠오른다. 대학교 1학년 때의 추억이다. 1987년에 서울대학교의 노래패 ‘메아리’는 동아리 명칭과 같은 <메아리>라는 노래책을 만들어 판매했었고, 나는 그것을 샀었다. 노래 악보와 가사가 주를 이루는 책이었지만, 이런저런 글들도 들어있었는데, 윤수일의 이 노래를 비판하는 내용도 들어있었다. 비판의 요지는, 록 음악은 반민중적이라는 것이었다. 1974년 여섯 살의 어린 나이에 신중현과 엽전들의 <미인>을 들은 순간 로커가 되었던 나는 어이가 없었지만, 그러려니 했다. 하지만 <김민수전>의 김민수였다면 한마디 하지 않았을까? “문지방에 X박는 소리하고 있네.”

    윤수일의 노래들은 특이한데, 그가 혼혈인이듯, 그의 음악도 소위 퓨젼(fusion)이다. 록 음악과 ‘뽕 필’이 결합한 록 음악을 만들어낸 것이다. 노래 <아파트>는 일렉트릭 기타와 베이스와 드럼이 리듬을 만들어내고, 기타 솔로도 등장하는 전형적인 록 음악이지만, 윤수일의 목소리가 더해지면 이상하게도 트로트 느낌이 난다. 주로 트로트를 듣던 아주머니 아저씨들도 록 음악에 열광하게 만든 그의 힘은 과소평가해서는 안 될 일이다.

    음악의 장르는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다. 괜찮은 음악과 그렇지 않은 음악이 있을 뿐이다. 나는 메탈리카와 베토벤과 심수봉과 꽃다지 모두를 사랑한다. 헤비메탈이든 고전 음악이든 트로트든 민중가요든, 장르는 음악을 즐김에 있어 전혀 중요하지 않다.

    장르 얘기도 나오고 달빛 얘기도 나온 김에,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의 3악장을 헤비메탈 편곡으로 들어보자. (관련 링크)

    이 젊은 여성(Tina S, 프랑스)은 십 대에 이런 연주를 했는데, 인간이란 참 대단한 존재라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 그런 속주를 할 수 있을까? 참고로, 연주자의 주된 연주 기법은 ‘위아래로 번갈아 피킹하기(alternate picking)’(3) 과 태핑(tapping)이라고 불리는데, 후자는 손가락으로 현을 가볍게 두드리는 것을 통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연주하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 태핑은 기타뿐 아니라 바이올린 연주자들도 가끔 사용하는 기법이다. 전자 기타 고유의 태핑을 널리 알린 이는 미국 록 그룹 Van Halen의 Edward Van Halen이다. 관심이 있으신 분은 다음 동영상을 보실 수 있을 것이다. (관련 링크)

    마지막으로 다룰 노래는 <서울의 달>이다. 같은 제목의 드라마도 있었지만, 정태춘의 노래도 드라마만큼이나 슬프다. ‘처연하다’라는 말이 이렇게 잘 어울리는 노래는 많지 않을 것이다. (관련 링크)

    <서울의 달>

    정태춘, 박은옥, ‘정태춘 박은옥 골든’ 앨범, 지구 레코드, 1990.

    저무는 이 거리에 바람이 불고
    돌아가는 발길마다 무거운데
    화사한 가로등 불빛 너머
    뿌연 하늘에 초라한 작은 달

    오늘 밤도 그 누구의 밤길 지키려
    어둔 골목, 골목까지 따라와
    취한 발길 뜨겁게 막아서는
    아하하 차가운 서울의 달

    한낮의 그림자도 사라지고
    마주치는 눈길마다 피곤한데
    고향 잃은 사람들의 어깨 위로
    또한 무거운 짐이 되어 얹힌 달

    오늘 밤도 어느 산길, 어느 들판에
    그 처연한 빛을 모두 뿌리고
    밤새워 이 거리 서성대는
    아하하 고단한 서울의 달

    1990년에도 그러했지만, 서울 사람들의 삶은, 아니 한국인들의 삶은 아직도 고단하다. 그 위로 처연한 빛을 뿌리고 있는 달도 고단하다.

    <주석>

    1. 물론 둘 다 달의 강(달이 비친 강)이다.

    2. 허클베리는 월귤나무의 열매라고 한다.

    3. https://en.wikipedia.org/wiki/Alternate_picking

    필자소개
    정재영(필명)은 서울대 영문학과를 졸업한 작가이다. 저서로는 「It's not Grammar 이츠낫 그래머 」와 「바보야, 문제는 EBS야!」 「김민수전」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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