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바와 좌파의 금기
    [외신번역] 독재냐 제국주의냐의 이분법 프레임 벗어나야
        2021년 07월 24일 12:4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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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주: 쿠바에서 일어나고 있는 봉기는 현실 사회주의 국가 내 인민의 봉기라는 주제로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한쪽에서는 미국의 지원을 받은 제국주의적 반동 소요라는 식으로 치부하고, 한쪽에서는 자기들의 제국주의적 자유주의적 시각을 투영하여 반독재 투쟁이라며 엇나간 지지를 한다. 그러나 현황은 그와는 다른 형태를 띠고 있다. 다음 글은 칠레 중앙대학 사회학 박사과정 중인 안드레스 코간 발데라마가 멕시코 좌파 언론 Avispa에 기고한 글이다.(원문 링크)


    최근 쿠바에서 일어나는 시위가 제기한 위협에 미겔 디아스-카넬의 정부는 공산당원들에게 공식적으로 이들에 맞서기 위해 거리로 나오라고 촉구했다. 그렇지만 이번 시위는 쿠바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에 관해 좀 더 비판적으로 입장을 취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했다. 이분법적인 정치관을 재생산하는 고전적 환원주의적 해석을 넘어서 말이다. 이러한 환원주의적 해석은 대안을 생각하고 현재 위기에 대한 혁신적 돌파구를 찾는 가능성을 저해한다.

    쿠바가 현재 겪고 있는 위기는 코로나 팬데믹에서 출발한다. 팬데믹 이전 GDP의 10%와 전체 일자리의 11%를 차지했던 관광산업이 팬데믹의 영향으로 극적으로 몰락하면서 쿠바의 세입과 전체 식량의 70%를 차지하는 식량 수입에 차질이 빚어졌다.

    그 결과로 생필품의 부족과 정전이 벌어졌다. 또한 코로나의 영향으로 시간이 가면 갈수록 의료 인프라가 악화되면서 보건 시스템의 붕괴도 일어났다.

    이 위기는 시위를 낳았고, 이 시위는 쿠바에서 전례 없는 대대적 봉기로 이어질 수도 있다. 최근 라틴아메리카에서 나타나는 좌파 정부이든 우파 정부이든 기존 정치 권력에 대항하며 학생, 페미니즘, 생태주의, 성소수자, 흑인, 원주민 운동 등 여러 사회운동이 봉기하는 양상과 부합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프랑크 가르시아 에르난데스, 레오나르도 로메로 네그린, 마르코스 안토니오 페레스 페르난데스와 같은 혁명 용사들과 쿠바 내 좌파까지 억압하고 구금하는 현재 조치 대신에 쿠바 정부는 지정학적 정세를 파악하고 표리부동한 정치에 갇히지 않는 길을 택해야 할 것이다.

    나는 시간이 지나가면서 쿠바 내 정치 투쟁이 세계, 특히 라틴아메리카 좌파 내에서 어떤 비판을 하기만 하면 제국주의적이고 반동적이라며 규탄을 받고 묵살 당하는 일종의 금기가 되었음을 지적하고 싶다.

    쿠바 혁명이 쿠바의 정치적 자치에 갖는 중요성과 라틴아메리카 정치 투쟁에 주었던 영향을 부인하는 건 불가능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쿠바 혁명이 무오류이고 어두운 면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역사적으로 보았을 때 쿠바 정부에 대해 비판하고 지적하는 것은 60년 넘게 지속적으로 보수집단(친미)의 영역이었고, 그 목적은 쿠바 내부 정치 투쟁에 개입하고 쿠바를 불안정화시키는 것이었다. 의약품의 부족과 같은 쿠바 인민에 해만 끼친 미국의 부당한 제재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렇지만 카스트로주의 일당독재에서 구조적으로 기인한 쿠바 국가의 중앙집권적, 군사주의적, 권위주의적, 관료주의적 성격을 무시하는 것으로 넘어간다면 지난 62년간 쿠바 혁명이 의미한 것에 대한 정적이고 고리타분한 생각에 단순히 머리를 맡기는 것이다.

    가장 위대한 라틴아메리카의 반인종주의, 반식민주의, 반제국주의자이자 쿠바 혁명의 초석이 되었던 호세 마르티는 이미 생전에 정치권력의 집중이 불러오는 파괴적 영향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거대하고 오랜 기간 지속된 권력은 계급을 형성시키고, 계급은 이해관계의 충돌, 고위직, 상위 계급의 지위를 잃을 거란 두려움, 그를 유지하기 위한 책략을 이끌어낸다.”

    이는 쿠바에서 결국 일어나게 된 일이다. 혁명을 자기 식대로 해석하고 인민의 자기 조직화와 참여를 막고, 권력층이 지시하는 것에 대해 토론하거나 의심하는 자를 억압하는 현재 쿠바 정부의 형태로 말이다.

    쿠바의 이 중앙집권적 국가주의는 그럼으로써 인민이 식량 주권, 에너지 주권, 지역 사회의 재산, 공익의 방어, 탈식민, 어머니 지구의 권리, 탈가부장제, 다문화, 자치, 직접 민주주의가 가능성 있는 미래가 될 수 있는, 다양하고 지속가능한 세상을 상상하며 건설할 수 있는 기회를 막아버린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비판은 쿠바 정부를 무너뜨리려는 미국의 끈질김과 (중국한테하고는 다르게) 군사 개입을 주장하며 쿠바의 주권과 쿠바 인민의 자기결정권을 완전히 무시하는 대자본 거대 미디어들을 무시하지 않는다(그들의 편을 들지 않는다).

    그렇기에 여기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그저 쿠바 일당독재냐 미 제국주의냐 하는 기존 권력을 도울 뿐인 이분법적이고 단순한 프레임에 빠지지 않고 쿠바의 정치 투쟁을 비판적인 관점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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