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사적인 파업 결정한 금속노동자들
        2006년 12월 01일 11:0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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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총은 11월 30일 국회 본회의를 날치기 통과한 ‘비정규직 확산법안’을 저지하기 위해 1일 10만명이 긴급 총파업을 벌인다. 금속산업연맹은 현대자동차노조, 한라공조노조, 두원정공, 덕양산업, 금속노조 등 100여개 사업장 7만명이 파업에 동참한다.

    민주노총 총파업의 중심인 금속산업연맹(위원장 전재환)은 애초 12월 1일 본회의에 상정될 것으로 보고 간부 상경투쟁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30일 기습적으로 법안이 날치기 통과되자 이날 밤 힘겨운 토론을 거쳐 전격적인 총파업을 결정했다.

    12:00 금속연맹 회의실

    ‘비정규직 확산법안’ 본회의 통과가 임박했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금속산업연맹과 금속노조 임원들은 12월 1일로 예정되어 있던 대의원대회를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12월 1일 국회 본회의 통과를 저지하기 위해 간부 3천여명이 서울로 올라와 투쟁을 벌이기로 결정하고 긴급 지침을 내렸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관광버스 9대를 대여하는 등 노조들은 긴급하게 간부 상경투쟁을 준비했다. 이날도 금속산업연맹은 민주노총 파업 지침에 따라 6만5천명이 파업을 벌였다. 11월 15일을 시작으로 이날까지 5일째 파업이었다. 계속되는 파업으로 지치고 힘들었지만 중간에 주저앉을 수는 없다는 각오로 이날도 힘차게 파업을 이어갔다.

    15:00 국회 앞

       
     
     

    비정규직 확산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금속연맹 간부들은 망연자실했다. 300명 남짓밖에 되지 않는 조합원들이 격렬하게 저항했지만 하다 못해 언론에 ‘그림’조차 만들어내지 못했다. KTX 한 비정규직 노동자는 "대한민국 국민으로 태어난 게 죄"라고 절규했다. 좌절과 절망의 분위기가 집회장을 감싸고 돌았다. 연단에 오른 연설자들은 "1996년 총파업을 재현하자"고 외쳤지만 분위기는 고조되지 않았다.

    간부들은 집회 곳곳에서 삼삼오오 모여 긴급회의를 했다. 금속노조 김창한 위원장과 김천욱 수석부위원장은 "간부 상경투쟁을 폐기하고 총파업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의견을 나눴다. 김천욱 수석부위원장은 "충청권 조합원들까지 서울로 상경시켜 국회 앞에서 날치기법안 무효화 투쟁을 벌이자"고 제안했다. 간부들은 지역에 전화를 걸어 12월 1일 긴급파업이 가능한지를 타진했다.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조남덕 사무국장은 "금속노조가 긴급 총파업지침을 내린다면 힘들지만 파업을 하고 조합원들과 함께 서울로 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충남지부의 한 노조간부는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총알받이냐? 다른 연맹들은 도대체 뭘 하는 거냐? 하다못해 간부들이라도 집회에 나와야 할 것 아니냐? 조합원들의 불만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17:00 금속연맹 회의실

    오전에 내렸던 간부 상경투쟁 지침을 갑자기 총파업으로 바꾸는 것은 쉽지 않았다. 현장에 혼란이 적지 않았다. 연맹과 노조 임원들이 모여 다시 대책회의를 했지만 현대·기아·대우·쌍용자동차 등 완성차 4사가 모두 파업이 어려운 조건에서 총파업 지침을 내리기가 대단히 어려웠다.

    임원회의에 이어 금속노조는 긴급 상집회의를 열고 비상 총파업을 할 것인가에 대해 토론했다. 울산지부는 비상운영위원회를 열어 파업을 결정한 상태였다. 현장의 상황을 확인해 본 결과 절반 이상의 지역에서 "힘들지만 결정하면 파업을 하겠다"고 답했다. 6시 45분. 금속노조 위원장 명의의 총파업 명령이 내려갔다.

    금속노조는 중소사업장 중심으로 이뤄져 2만명 정도가 파업에 들어가면 집회에는 많이 나오지만 사회적 파급력이나 영향력은 크지 않다. 또 현대나 기아자동차노조의 하청회사들이 많기 때문에 원청회사가 파업을 하지 않는 조건에서 파업을 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현대자동차노조를 비롯한 완성차노조가 파업에 들어가기를 바랬다.

    긴급파업을 내린 간부들은 퇴근하지 못하고 있었다. 11월 15일부터 한미FTA와 노동법개악 저지를 위한 총파업이 이날까지 5일째 계속되었지만 사실 금속노동자를 제외하고는 거의 파업에 함께 하지 못했다.

    금속노조의 한 간부는 "파업을 하지 못하는 연맹은 단식농성이라도 하든지, 아니면 투쟁기금이라도 내야 하는 것 아니냐"며 "금속은 파업도 하고 돈도 내고 임금도 깎이고 있다는 조합원들의 불만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24:30 금속연맹 사무실

    전화 한 통이 울렸다. 현대자동차노조에서 파업을 하겠다는 결정이었다. 이 시간까지 사무실에 남아있던 전재환 위원장과 금속노조 김창한 위원장 등 간부들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현대자동차노조의 파업 결정은 중소사업장 노조간부들에게는 적지 않은 힘이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금속산업연맹은 새벽 0시 32분 "[초긴급] 12.1 오후 총파업 및 총파업승리 결의대회 조직 건"이라는 총파업 공문을 현장에 발송했다.

    금속노조 김천욱 수석부위원장은 "비정규악법 국회 날치기 통과라는 긴박한 상황에서 현장의 혼란을 무릅쓰고 역사적인 파업을 결정해 준 금속노동자들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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