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본을 위해 다수 국민을 억압하는 악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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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12월 01일 10:3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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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11월 30일. 바로 어제 차가운 날씨 속에 암울한 비정규직 관련 3개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기존의 파견근로자보호등에 관한 법률안을 개정한 법률과 새로 신설된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등에 관한 법률, 그리고 위 두 법률에서 신설된 차별에 대한 시정절차로 노동위원회에 차별시정위원회가 신설되었기 때문에 이를 반영한 노동위원회법 개정법률이다.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의 내용과 문제점

    법률의 주요 내용

    기간제 근로자에 대한 최대 사용기간을 2년으로 한다. 그 기간을 초과하여 사용하는 경우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본다.(제4조) 다만 사업의 완료 또는 특정한 업무의 완성에 필요한 기간이 정해져 있는 경우 등과 그에 준하는 합리적인 사유가 있는 경우로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우에는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로 사용할 수 있다.

    단시간 근로자에 대한 소정근로시간 초과 근로시에는 당해 단시간 근로자의 동의를 얻도록하고 상한은 1주에 12시간으로 한다.(제6조)

    기간제, 단시간 근로자에 대한 임금 등 근로조건의 차별은 금지되며 차별이란 합리적 이유없이 불리하게 처우하는 것을 말하고, 그 기준자는 당해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정규직 근로자로 한다.(제8조이하)

    위 차별에 대하여는 노동위원회에 차별 행위가 발생한 날로부터 3월내에 시정신청을 할 수 있고 이에 대해 노동위원회는 조사하여 차별행위의 중지, 임금 등 근로조건의 개선 및 적절한 금전보상에 관한 조정, 중재(조정, 중재 결정서는 재판상 화해의 효력 부여), 시정 명령을 할 수 있다.

    시정 명령에 대한 불복절차는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신청 후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고 이로 확정된 시정명령을 정당한 이유없이 이행하지 아니한 자는 1억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한다.(제10조 이하) 이 때 차별이 아니라는 점에 대한 입증책임은 사용자가 부담한다.(제9조)

    시행시기는 상시 300인 이상 고용 사업장의 경우와 국가 및 지자체 등은 2007. 1. 1.로 하고 상시 100인 이상 300인 미만인 경우 2008. 1. 1.부터, 100인 미만의 경우 2009. 1. 1. 부터로 한다.(부칙)

    법률의 문제점
    사유제한 없이 기간제의 전면 허용, 복잡한 시정명령제도, 차별의 제한적 의미

    비정규직 문제를 더 이상 민법상의 계약 자유에 맡겨 두지 않고 당사자 간에 불평등 계약을 하였더라도 차별이 있다면 이를 시정하게 법으로 강제하겠다는 취지와 차별 행위가 없었다는 점에 대한 입증 책임을 사용자가 지게 한 점은 잘된 것으로 평가된다.

    비정규직 보호 취지, 실효성 기대 어려운 이유

    그러나 위 법률의 보호 취지가 얼마나 실효성을 거둘지는 의문이다. 첫번째 위 법의 근본적인 문제는 기간제나 단시간 근로는 그 본래 취지와 달리 현실적으로 악용되고 있어 폐지되거나 최소화되어야만 함에도 불구하고 전면 허용하되 기간 제한과 사후적인 시정 조치만을 규정하였고 그 정도로는 비정규직 보호에 역부족일 것이라는 점이다.

    기업들이 기간제 근로의 필요성으로 표면상 주장하는 것은 휴직 등으로 인한 일시 결원이 발생하였을 때 등에 대처할 필요가 있고, 8시간의 소정 근로시간보다 짧은 시간 사용할 필요가 있는데도 근로기준법이 경직되어 있어 유연한 인력 운용이 어려우므로 그 필요성이 있으며, 흔히 고용유연화를 이루어서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조화를 도모하여 합리적인 기업 운영을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비정규직은 그러한 이유보다는 외환위기 이후인 1990년대 말부터 기업의 원가 절감을 위해 급격히 확산되었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비정규직 사용 이유가 노동자의 고용불안 심리를 이용한 저임금의 노동력 이용이었음은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다.

    만약 A씨가 이제 막 학교를 졸업하고 막 사회에 첫발을 디뎠다고 치자. A씨는 2년만 일하고 그만두어야지 하는 생각으로 취직을 하였을까? 아니다, 취업난 심한 한국사회에서 일정기간만 일하고 그만 둘 생각으로 직장에 취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즉 ‘기간제 근로’는 상식적으로 생각해 볼 때에도 근로자 입장에서는 나는 더 일해야 하는데 정해진 기간이 지나고 나면 더 이상 나를 재고용하지 않을지도 모르니 숨죽이고 살아야 하는 ‘고용불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적은 임금 줘도 아무말 못 하고, 부당 대우 해도 혹시 재고용되지 않을까 별 이의 제기 안 하니 더없이 좋은 제도인 셈이다.

    노동자들에겐 너무 가혹한 법안 내용 

       
     ▲ 아빠, 저도 비정규에요? (사진=민주노총)
     

    기간제 근로자를 쓰고자 하는 이유가 저렴한 임금에 있음은 정부도 잘 알고 있다. 실제로 정부가 법안 심사과정에서 법안 심사소의에 배포한 자료에서도 ‘(2년 단위의 기간 설정은 3년에 비해)교체 사용의 가능성이 매우 높아져 비정규직 근로자의 고용 불안을 촉진할 것’이고 ‘비정규직 다수가 집단화하여 정부에 고용대책 수립을 요구하며 사회 문제화될 것’이라고 인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비정규직을 사유제한 없이 전면적으로 사용자에게 허용하는 것이 우리 사회에서 옳은 일인가의 문제만 남는다.

    동일 노동을 하면서 누구는 더 높은 임금 받고 누구는 기간 정해져 있다고 낮은 임금 받고 일하는데도 사적계약의 자유에 의해 자신이 정한 계약이니 할 수 없다는 논리는 사용자에 비해 약자로서 그러한 계약을 할 수 밖에 없는 노동자에게 가혹하다.

    그렇다면 이러한 기간제 근로에 대해 확산을 방지하는 방향으로 법을 제정했어야 진정 기간제 근로자 보호법이었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법 제정의 방향 자체가 전면적 허용하되 부작용을 줄여보겠다는 것이라는 점에 근본적 문제가 있다.

    두 번째 문제점은 차별의 의미이다. 이 법에 의하면 차별은 합리적인 이유가 있으면 가능하다. 그리고 차별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은 같은 사업장의 같은 업무에 종사하는 정규직 근로자인데 이를 사용자가 악용하여 당해 업무에 비정규직만을 고용하면 비교 대상이 없으므로 차별이 아니게 된다.

    차별 인정 받으려다 인생 다 간다

    마지막으로 이 법에 의하면 차별이라는 것을 인정받으려면 노동위원회 등 최종 5심을 거쳐 판단하겠다는 것이 보호 장치의 요지이다. 비슷한 시스템으로 현재 부당해고를 당한 경우가 있는데 지방노동위원회의 부당해고 판정(또는 정당해고 판정)-중앙노동위원회 불복절차- 행정법원(1심)-고등법원(2심)-대법원(3심) 총 5심으로 부당해고인지 여부를 최종 결정하고 있다.

    이렇게 대법원까지 가게 되면 4~5년의 시간이 걸린다. 그동안의 변호사비 등 비용도 만만치않다. 게다가 부당 해고로 판정이 나도 사용자가 복직을 시켜주지 않거나(법원 판사가 사용자가 그 근로자를 복직시키는지 감시하고 있는것이 아니므로 법원의 복직판결이 나도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작업을 배치하지 않으면 별 방법이 없다) 부당해고 동안의 임금도 임의로 주지 않아서 이에 대해 비용을 들여 또 압류와 민사재판을 하여 겨우 최종적으로 임금을 받게 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나마 이러한 4~5년의 회사와의 지리한 법률 분쟁을 마무리하고 나면 대부분 더 이상 회사로 복직하기 어려울 만큼 관계는 악화될만큼 악화되어 있다.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규정하고 있는 노동위원회 차별 시정 명령제도도 위와 같이 5심, 민사재판까지 8심의 절차를 거쳐야 하는 지경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어느 비정규직 근로자가 차별 시정하겠다고 수년씩 매달릴 수 있을까. 다시 말해 차별 시정 명령 제도의 경우 사용자의 입장에서 보면 차별 행위로 노동위원회의 시정 명령을 받더라도 일단은 느긋할 수 있다.

    재심 신청하고 그 후 행정소송 거치는 동안 수년이 흐를 것이고 그 동안 버티는 사람이 이길 것이라는 심산인 것이다. 그동안 동일 노동을 시키면서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차별임금을 주면서 충분히 이익을 축적할 수 있다. 안그래도 고용 불안에 시달리는 약자인 비정규직 근로자가 이러한 차별 시정 명령 제도를 이용할 수나 있을지 의문이다. 결론이 나기도 전에 계약기간이 만료되고 이런저런 이유로 재계약 거부 당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파견근로자등의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의 내용과 문제점

    법률의 주요 내용

    근로자 파견 대상 업무는 현행대로 일정 업무만 파견 대상이 되도록 제한한다. 기존의 법과 다른 점은 근로자 파견 대상 업무 지정 기준으로 기존의 전문지식, 기술, 경험 외에 ‘업무의 성질’을 추가하였다.(제5조)

    근로자 파견의 최대 기간은 현행대로 2년을 유지한다. 다만 고령자고용촉진법에 의한 고령자의 경우 2년을 초과하여서도 파견할 수 있다.(제6조)

    2년 초과 사용시에 그 다음날부터 직접 고용한 것으로 의제하던 규정을 삭제한다. 대신 2년 초과 사용하거나 파견 대상이 아닌 업무에 불법파견사용하면 당해 파견근로자를 직접 고용해야 하는 고용의무를 진다.(제6조의 2) 이를 위반하고 직접 고용하지 않으면 3천만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한다.(제46조)

    시행 시기는 상시 300인 이상 고용 사업장의 경우와 국가 및 지자체 등은 2007. 1. 1. 로 하고 상시 100인이상 300인 미만인 경우 2008. 1. 1.부터, 100인 미만의 경우 2009. 1. 1. 부터로 한다.(부칙) 또한 개정된 규정은 이 법 시행 전에 체결되고 시행 당시 종료되지 않은 계약에도 적용한다.

    위 개정법의 문제점
    파견대상업무의 확대, 고용의제삭제 개악, 고용의무 위반시의 제재 미흡

    기존 파견법은 파견 노동자가 겪고 있는 중간착취와 노동기본권의 무력화에 대한 보호가 없었다는 점이었다. 파견법이 제정된 1998년 당시 그 취지는 직접 고용되지 않고 다단계의 소개를 통해 고용되어 있는 무늬만 도급인 노동자들의 문제점을 양성화하여 이들의 권리를 보호하겠다는 것이었다.

    노동자가 두 명의 사용자를 ‘모셔야하는’ 이유가 도대체 뭔가

    그러나 지난 8년간 그 취지가 얼마나 실현되었는지 심히 의문스럽다. 근본적으로 사회적 약자인 노동자가 사용 종속 관계를 맺고 있는 사용자와, 고용계약관계를 맺고 있는 사용자 두 명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인가.

    이러한 기형적 관계는 사용자에 대한 노동3권 행사를 어렵게 만들고 고용계약관계를 맺는 자의 중간착취를 가능하게 한다. 피치 못하게 파견 노동자를 사용해야 할 수 있는 것은, 그 기업이 단기간 동안만 전문지식이나 기술을 가진 자를 필요로 하여 외부에서 빌려올 필요가 있는 경우, 출산 질병 부상 등의 사유로 일시적 인력 부족 상태인 경우일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그러한 업무가 아니고, 파견이 금지된 업무에까지 도급을 위장한 불법 파견이 성행하여 왔다. 즉 기간제 근로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우리사회에서 파견제도는 일시적 필요에 의한 유연한 노동력 사용을 위해서가 아니라 다단계 구조를 통해 노동3권 행사를 막음으로써 저임금으로 노동력을 사용하기 위해 이용되어 왔다

    이번 파견법을 개정하는 이유가 이러한 노동자의 보호였다면 도급과의 구별을 명백히 하는 규정을 삽입하고 파견대상을 축소하며 만약 불법 파견을 하다 적발되면 파견한 처음 시점부터 직고용한 것으로 고용의제를 하는 방향으로 개정되었어야 했다.

    그런 점에서 이번 파견법 개정은 명백히 개악으로 평가할 수 있다. 첫째 파견대상 업무를 결정함에 있어서 기존법이 객관적인 요소로만 구성한 반면 개정법은 ‘업무의 성질’이라는 주관적 요소를 추가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가(대통령령) 업무의 성질을 판단해보고 파견업무로 지정이 가능하고 결국 이는 경제논리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파견대상 업무의 폭넓은 확장 가능성이 허용된 셈이다.

    비정규직 확산, 소송-거리 집회 증가

    두 번째 문제점은 불법파견시 또 2년 이상 파견 사용하면서 고용을 하지 않을시 그 처벌인 과태료 3천만원은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점이다. 대기업의 경우 불법파견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을 생각하면 직접 고용하지 않고 돈으로 해결하면서 불법파견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과태료를 내는 것은 정부에 내는 것이지 노동자에 대한 직접 구제책이 아니다. 즉 불법파견이 적발되면 파견시부터 직접 고용한 것으로 간주하는 고용의제 조항이 없어진 점은 앞으로 큰 차이를 가져올 것이 분명하다.

    국민의 대다수가 노동자이지 사용자가 아닌데도 그 대다수 국민을 규율하는 법률은 소수의 이해를 위해 만들어지고 국민이 이를 막을 수 없으니 참 씁쓸할 뿐이다. 이상의 이번 비정규직 노동자 관련 법안으로 인해 앞으로 비정규직 확산이 있고 이에 대해 소송이 늘어나며 더 많은 노동자들이 거리로 나가 집회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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