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설현장은 폭염의 불지옥’
    폭염이어도 별도 중단 지시 없어 80%
    "폭염대책, 지키는 건설사 없고 안 지켜도 처벌 없어"
        2021년 07월 21일 07:1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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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9일 경기도 수원 낮 최고 기온은 32.3도에 달했지만, 이 지역 건설현장 온도계는 40도를 가리켰다. 무더위에도 건설현장 노동자들은 안전화에 긴 반지를 입고 팔에 토시를 하거나 긴 팔 옷을 입는다. 버프로 목을 감싸고 안전모를 쓰고 마스크를 착용한다. 잠깐 사이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땀이 줄줄 흐른다. 마스크는 땀에 젖에 물이 떨어진다.

    매해 여름이 돌아오면 건설 노동자들은 폭염대책을 요구하고 정부 역시 가이드라인을 내놓지만 지켜지는 현장은 거의 없다.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건설노동자 145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냉난방기가 설치된 휴게실에서 쉬고 있냐’는 질문엔 10명 중 8명 가까이가 ‘휴게실이 없다’거나 너‘무 멀어서 가기 힘들다’고 답했다. 작업하는 공간 100미터 이내에 그늘막이 설치된 현장은 절반에 불과했다.

    폭염기에 시원한 물조차 제공하지 않는 현장도 16%에 달했고, 작업 후 씻을 수 있는 세면장도 ‘없다’거나 ‘부족하다’는 답변이 80%가 넘었다. 충분하다는 응답은 10% 정도에 불과했다.

    폭염 특보 발령 시(체감온도 33도 이상) ‘1시간 일하면 10~15분 이상씩’ 규칙적으로 쉴 수 있도록 한 규정이 지켜지는 현장도 많지 않았다. 해당 규정이 지켜지고 있다는 답변을 한 건설노동자는 22% 정도였고, ‘쉬지 않고 봄, 가을처럼 일한다’는 20%, ‘재량껏 쉬고 있다’는 57%나 됐다.

    폭염기 작업시간을 단축하거나 무더위 시간대에 작업을 중지하도록 한 규정이 준수되는지 묻는 질문에서도 ‘폭염이어도 별도 중단 지시 없이 일하고 있다’는 답변이 80%에 가까웠다.

    사진=건설노조

    폭염기 건설노동자 보호규정이 지켜지지 않는 것은 공공 공사 현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공공 공사 현장에선 폭염기 작업을 못하게 될 경우 공사 기간을 늘리고 건설노동자 임금을 보전하도록 하고 있는데, 작업중단으로 임금보전을 받은 노동자는 5%도 되지 않았다. ‘폭염이어도 별도 중단 지시 없이 일하고 있다’는 응답은 80%에 가까웠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발표한 ‘열사병 예방 3대 기본수칙 가이드’을 보면 폭염기엔 ▲식수 및 그늘진 휴식장소 제공 ▲휴식시간 보장 ▲무더위시간대 (14시~17시) 옥외 작업 단축 및 작업시간을 조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 수칙을 지키지 않으면 사업주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 벌금을 받는다.

    건설노조는 “노동부를 위시한 정부당국은 폭염 시기마다 대책을 쏟아내지만, 지키는 건설사는 없고 안 지킨다고 해서 처벌도 없다. 폭염대책은 노동부 보도자료에나 있을 뿐 건설현장엔 없다”며 “폭염대책 미이행은 정부 발주 공사라고 다르지 않고, 2018년부터 나아지지도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폭염기마다 정부는 대책을 쏟아내고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 논의가 오고 가지만 그 때 뿐이고 폭염대책은 건설현장에선 휴지조각”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당국의 관리감독 부실과 최저가 낙찰제 등으로 인해 폭염에도 공기연장이 불가능한 구조적 문제가 폭염대책을 무용지물로 만든 주요한 원인으로 꼽힌다.

    노조는 “이 때문에 폭염 관련 실질적인 대책으로 폭염에 따른 공기 연장의 경우 임금 보전을 제시했다. 그러려면 법적으로 공기 연장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이 법적으로 명시돼야 한다”며 “그래야 건설사도 설계시부터 폭염을 감안하고, 건설노동자는 눈치 보지 않고 자신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쉴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10월 ‘기후여건에 따른 건설노동환경 개선 권고’를 통해 발주자나 원청 건설사가 폭염으로 인한 작업 중지 및 공기연장에 따른 임금 보전을 할 것을 권고한 바 있지만, 노동부는 인권위 권고를 수용하지 않고 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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