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을 싸워왔는데 이렇게 무너지나"
By tathata
    2006년 11월 30일 04:1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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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국회 본회의에 비정규법안을 직권상정 하기로 한 30일. 민주노총은 본회의가 개최되기 한 시간 전인 오후 1시부터 조합원 2백여명이 모인 가운데 비정규법 강행처리 규탄대회를 열었다.

이날 대회는 사안의 급박함에도 불구하고, 집회에 모인 참가자들은 많지 않았다. 집회장에는 간간이 “오늘 국회에서 정말 통과될 것 같다”는 심상찮은 소식이 전해졌다. 

   
 
 

오후 2시 30경. 비정규직 법안이 국회에 직권상정 됐다는 소식이 집회 참가자들에게 전달되었다. 이때부터 전경들은 국회를 등지고 배치되기 시작했고, 국회진입을 막기 위한 차량 벽도 설치되기 시작했다.

이를 본 금속노조 관계자들은 “정말 상황이 심상찮게 돌아간다”며 긴장하기 시작했다. 금속노조 만도지부의 한 관계자는 “법안이 통과되면 파견이 전 업종에 허용되어 그나마 있던 불법파견 시비도 사라지게 될 것”이라며 우려했다.

경남 거제에서 이날 오전 8시30분에 전세버스를 타고 올라온 신승훈 대우조선노조 조직쟁의부장은 “시국이 심상치 않아 출근투쟁을 하자마자 올라왔다”며 “법안이 통과되면 조선업종 전반은 하청업체 비정규직이 차지하게 될 것”이리고 말했다.

그는 “거제 지역에 새로 생기고 있는 중소 조선업체들은 사용자와 관리직을 제외하고는 모두 하청업체 비정규직을 사용한다. 몇 일 전에 한 하청업체의 노조 창립 대의원대회에 갔는데 조합원 모두 비정규직이더라. 이 법이 통과되면 비정규직을 막기는커녕 더 넓게 확산시킬 것이다”라고 말했다.

조합원들은 긴장된 표정을 짓기 시작했고, 연단에 오른 연사들의 목소리도 떨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이어 비정규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됐다는 소식을 접한 참가자들은 흥분하기 시작했다.

집회의 사회를 맡은 김동우 민주노총 쟁의국장은 “우리가 여기서 이렇게 집회를 하며 똑똑히 지켜보고 있는데, 국회가 법안을 통과시켰다”며 “일어나서 국회로 향하자”고 소리쳤다.

참가자들은 국회로 향했지만, 전경의 벽을 뚫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이날 참가한 이들은 대우조선노조, 금속노조 만도지부 등 수십여명을 제외하고는, 장기투쟁 사업장 노조와 여성연맹, 보건의료노조의 여성조합원이 대부분이었다.

참가자들은 경찰의 방패에 맞서 힘으로 밀었지만, 곧장 튕겨나오고 말았다. 한 조합원은 “3년을 끌어온 법인데 어떻게 단 10분만에 통과시키냐”며 소리쳤다. 만도지부의 한 조합원은 “저들이 우리의 실력을 알고 통과시키는 것 같다”고 뼈있는 말을 했다.

이찬배 여성연맹 위원장은 “3년 동안 싸워왔는데 이렇게 통과됐다”며 “이제 2년짜리 비정규직이 남발하게 되어 노동자들의 인생이 바뀐다. 울고 싶은 참담한 심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신승훈 조직부장은 “비정규 법안을 언제 제대로 대접한 적이 있느냐. 한나라당은 사학법에, 열린우리당은 전효숙에 연계시키고, 비정규 법안은 언제나 주요변수가 되지 못하고 떠넘겨져왔는데, 결국 이렇게 통과시키느냐”고 통탄했다.

반면에 한국노총은 법안이 통과되자 곧바로 성명을 내고 “지리한 정쟁 끝에 일년이 지난 오늘 국회를 통과한 법안은 당초 한국노총이 요구한 최종안에 못 미치는 내용”이라면서도 “비정규 법안이 2년 가까이 국회에 계류돼 있는 동안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숫자가 30만명이나 늘어나는 등 심각한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는 현 상황을 바라볼 때 미흡하나마 법안이 통과된데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한국노총은 이번 법안이 “850만 비정규노동자들에 대한 최초의 보호법안이라는 사실에 최소한의 의의를 두고 단계적으로 보완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은 “한나라당, 열린우리당, 민주노동당이 함께 법안을 논의했으면 나아질 수 있었는데 그렇지 못해 후퇴한 부분에 대해서는 아쉽게 생각한다”며 “그러나 완벽한 법안은 없는 것이므로 일단 법안을 만들어 문제로 발생하는 부분은 2차, 3차로 보완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성명에서 "국회는 비정규직 관련 3법을 직권상정으로 표결에 붙여 비정규확산별을 기어이 통과시켰다”며 “반노동 반민주 국회의 만행에 치솟아 오르는 분노와 격분을 참을 수 없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이번에 날치기 통과된 비정규법은 ▲임시계약직(기간제) 사용 무제한 허용 ▲파견 비정규직의 전면 허용 ▲실효성 없는 차별해소 방안 ▲비정규직 노동3권 외면 등을 기조로 하고 있어 비정규직 더욱 확산하고 차별해소 효과는 미미할 뿐만 아니라, 비정규직의 노동권을 박탈하는 법”이라고 평가했다.

민주노총은 또 “정부와 양당은 이제 모든 노동자들을 비정규직하여 빈곤과 고용불안의 수렁으로 몰아넣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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