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 다리 밑에서 주워왔죠"
        2006년 11월 30일 04:2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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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직도 부모님들은 절 다리 밑에서 주워 왔대요. 그냥 까놓고 ‘사람 다리 밑’이라고 말하면 되는데 왜 숨기는지 모르겠어요"
    " 나이만 먹는다고 저절로 책임이 생기는 게 아닌데, 터놓고 얘기하면서 제대로 알았으면 좋겠어요"
    " 남자에게도 순결이 있어요. 꼭 여자만 있는 것처럼 생각하고 여자가 순결을 잃는 것에 대해 안 좋게 생각하는 건 틀린 것 같아요"
    "순결은 자기 몸을 아끼고 소중히 여기는 거라고 생각해요"

    답답하다고 했다. 열 아홉 청춘들이 성(性)에 관해 입을 열었다. 그들에게 성은 부끄럽지 않고, 나쁘지 않고, 감추는 게 아닌데, 그러고 싶은데, 어른들이 자꾸만 성을 숨기라고 했다. 한 학생은 "성에 관한 잘못된 노출은 결국 어른들에게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 라며 "어른들이 자꾸만 성에 대해 마치 안 좋은 것처럼 취급하니깐, 우리는 솔직히 얘기 할 곳도 배울 곳도 없다"고 말했다.

       
       ▲ 영화제 출품작 <Love Letter>(사진위), <소용돌이 사탕의 진정한 달콤함>(사진아래)  
     

    아름다운 우리의 나날들. 이를 줄여 ‘아우라’라고 부르는 제 1회 청소년국제영상 페스티벌이 열렸다. 서울특별시와 (사)한국에이즈퇴치연맹(회장 이경률)은 제19회 세계에이즈의 날(12월 1일)을 맞아 30 일 오전 열시 서울시립 광진 청소년 수련관에서 청소년들의 성과 에이즈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 정립을 주제로 영화제 아우라를 개최했다.

    영화제는 청소년들의 성문화와 현실을 짚어보고, 청소년들에게 성과 에이즈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전달을 위해 마련됐다. 특히, 이번 영화제는 청소년의 성을 주제로 한 최초의 영화제로서 출품작 15편 모두 24세 미만의 청소년들이 제작한 영화라 관심을 모았다.

    영화제 조직위원장 강지원 변호사는 "성에 관한 올바른 가치관 정립과 건전하고 건강한 시각으로 성에 대해 다시 보고 느낄 수 있는 능동적인 참여와 깨달음의 문화 축제가 되길 바란다"며 "청소년들이 직접 그들의 시각으로 ‘성’을 담았기에 더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라고 인사말을 전했다.

    개그맨 남희석씨는 영상 메시지를 통해 "한글을 배우고 최초로 읽은 책이 선데이 서울이었다. 어린 시절 건강한 성 교육을 받지 못했던 것이 어른이 되고 나서야 많이 아쉬웠다"면서 "여러분들은 나처럼 성을 이상하게 배우지 말고, 자연스럽게 건강하고 즐거운 성으로 배우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른 오전 시간에 영화제가 시작돼서인지 극장 안 분위기는 축제 같지 않게 차분했다. 하지만 홍익대 댄스 동아리, 명지대 전통예술 동아리, 댄스스포츠 국가대표팀의 개막 공연이 있자 객석은 금방 달궈졌다. 긴장이 됐는지 공연자들도 무대에서 몇 번 실수를 했으나 그것마저도 마냥 즐거운 열 아홉이었다.

    실수했다고 멈칫거리는 공연자들도 또 이에 뭐라고 하는 관객들도 없었다. 그냥 서로 웃어버리고 털어버리면 그만이었다. 특히, 같은 고등학생이자 라틴댄스 국가대표인 고선씨의 무대는 말없는 탄성을 자아냈다.

    청소년들의 영화들은 솔직했다. 포르노 보는 과정의 전후를 담은 영화 ‘울게하소서’ 편에선 남학생들의 짓궂은 웃음이 연발됐고, 생리통의 아픔을 표현한 ‘생리대가 필요한 날’은 여학생들의 공감을 자아냈다. 또 남학생들의 동성애를 그린 ‘러브레터’는 제 각각 분분한 반응을 일으켜 여전히 동성애가 우리 사회의 뜨거운 감자임을 보여주었다.

       
     ▲ 댄스스포츠 국가대표팀 고병수, 고선 커플의 화려한 무대
     

    어린 시절 집장촌이 있는 동네에서 자라 성에 관한 인식이 그리 좋지 않다는 김평직(19)군은 " 안 보고 싶어도 요즘은 성에 관한 정보가 넘쳐 난다. 하지만 대부분 퇴폐적이고 나쁜 것 뿐이다"면서 " 난자, 정자하는 따위의 껍데기 같은 성교육 말고 좀 제대로 된 성교육으로 바뀌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어른들이 행동하는 걸 보면 성이 굉장히 나쁜 것 같고, 개방되면서 이상하게 나쁜 것만 먼저 골라 배운 것 같다"라며 " 솔직하게 밝은 공공장소에서 성에 대해 터놓고 얘기 할 수 없는 사회적 분위기가 아쉽다"고 덧붙였다.

    학교에서 단체 관람 온 서모(19)양은 "그 어디에도 성의 일상적인 부분이나 실질적인 부분을 보여주는 곳이 없는 것 같다" 라며 " 우리 사회는 성이 너무 과장돼서 표현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또 서양은 "아무리 개방돼도 남자와 여자는 성을 대하는 태도가 다를 수 밖에 없다. 만약, 성인 영화를 만든다면 성에 관한 남녀 인식 차이를 주제로 다뤄보고 싶다"면서 " 어른들과 달리, 성이 당당하며 건강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영화제 참여 소감을 밝혔다.

    이날 아우라 영상페스티벌은 성과 에이즈에 관한 다양한 시각의 해외 초청작 상영, 감독과 관객과의 대화, 각종 부대 행사 및 축하공연 등으로 채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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