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간업체가 나의 의료정보 열람...
    각계 대표자들, 건보 고객센터 직고용 촉구
        2021년 07월 20일 06:0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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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사회‧종교‧법조‧학계 등 대표자들이 20일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노동자 직접고용을 촉구했다. 개인의 의료정보 등 민감한 개인정보를 다루는 업무를 하는 만큼 공단이 직고용해 공공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교수연구자협의회,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참여연대 등 각계 단체 대표자 58명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직접고용에 대한 정부의 결단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 단체들은 “건강보험공단이 공공기관이기 때문에 신뢰를 갖고 상담사들이 우리의 민감정보를 열람하도록 승인해왔다. 그런데 (그동안) 민간위탁 업체가 가입자의 동의 없이 민감한 정보를 들여다보았을 뿐 아니라, 상담의 질도 떨어뜨려 왔음을 알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하루라도 빨리 이런 잘못된 민간위탁 구조를 다시 돌려놓기를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노동자들은 이달 1일부터 직고용을 요구하며 무기한 전면 파업 중이다. 이들은 올해 2월과 6월에도 같은 요구를 내걸고 파업을 한 바 있다. 앞서 국민연금공단, 근로복지공단, 건강보험 심사평가원 등의 고객센터 상담원들은 모두 직접고용 정규직 전환이 이뤄졌지만 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노동자들만 여전히 민간 용역업체 소속으로 남아있다.

    각계 단체 대표자들은 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업무의 공공성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나백주 건강세상네트워크 정책위원장은 “건강보험 운영과 관련해 건보 가입자 개인정보 취급하고 건강보험 이용의 적정성을 안내해주는 고객센터 업무는 그 자체로 매우 공공적”이라며 “유사한 타 공공기관은 직고용을 통해 공공성을 확대하는데 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만 직접고용이 되지 않고 있는 상황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류하경 변호사는 “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상담원들은 코로나19 관련 질병증세 상담, 의료기관 안내, 예방접종 예약 등의 업무들을 하고 있다. 이보다 더 공공성이 강한 업무가 어디 있느냐”며 “이들이 민간용역업체 소속이라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개인의 의료정보 등 민감한 개인정보를 다루는 업무를 민간 용역업체에 맡겨선 안 된다는 우려도 있다.

    류 변호사는 “국민의 비밀정보인 의료내역, 가족관계, 재산관계, 입출금 내역 등과 같은 정보를 일개 민간 용역업체가 관리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정은 참여연대 사무처장도 “건강보험 가입자의 의료정보를 다루는 것이 공공의 업무라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2006년까지만 해도 고객센터 업무는 건강보험공단의 업무였다. 민간업체가 개인의 의료정보 열람할 수 있도록 한 것을 원래대로 되돌려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객센터 업무를 민간 용역업체에 맡김에 따라 상담의 질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건강보험공단은 단가 대비 ‘콜’ 처리수가 가장 많은 업체를 비교해서 계약을 체결한다. 이 때문에 상담사들은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상담을 마무리하고 다음 전화를 받아야 한다. 당연히 구체적이고 상세한 상담이 이뤄지기 어려운 구조다.

    김혜진 생명안전시민넷 공동대표는 “최근 고객센터 노동자들은 매일 갈등한다고 한다. 개인정보를 펼쳐놓고 상담을 시작하면 건강보험료 인하 등 문제를 해결할 방안이 보일 때가 있는데, 이때 충분하게 상담을 하면 상담 시간을 초과해서 오히려 상담원의 임금이 깎이는 상황이라고 한다”며 “거의 매일 충분한 상담을 할 것인가, 임금을 지킬 것인가를 두고 갈등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고객센터 노동자 직접고용 요구를 단순히 비정규직 전환, 노노갈등으로 해석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건강보험의 공공성 강화 시각으로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박 사무처장은 “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를 직접고용하자는 목소리를 노노갈등으로 치부하거나, 떼쓰면 정규직으로 전환해줘야 하냐고 하는데, 이 문제는 건강보험 관련 업무를 민간업체에 계속 맡겨둬선 안 된다는 것이 핵심”이라며 “문제의 본질을 엉뚱한 방향으로 돌려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공단의 불법적인 파업 방해 행위에 대한 비판도 쏟아졌다.

    류 변호사는 “(파업을 하는 조합원들이) 공단 내 출입할 수 없도록 주차장 진입로를 차량으로 차단하고 직원들을 동원해서 정문에 사람 벽을 쌓았다. 이를 천막으로 가리고 철조망까지 쳤다. 자신들의 부당노동행위의 불법성을 인지한 것”이라며 “건강보험공단은 반인권적이고 헌법파괴적인 부당노동행위를 지금 당장 멈추고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공동대표도 “고객센터 업무 직고용은 시민들의 권리에 관한 사안이다. 정부는 이 문제를 노노갈등으로만 보고 손을 놓고 있어선 안된다”며 “직접고용을 전제로 노동자들과 구체적인 방향을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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