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일 정상회담 무산
    현안에 대한 입장 차이 커
    민주 '일본책임' vs 국힘 '외교무능'
        2021년 07월 20일 12:1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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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한 한일정상회담 개최가 무산된 것과 관련해 청와대는 소마 히로히사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의 발언과 현안에 대한 입장 차이를 그 원인으로 지목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20일 오전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 인터뷰에서 “정상회담을 한다면 실질적인 성과가 있어야 하는데 그 성과가 미흡했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이고, 협상의 마지막 부분에 불거졌던 소마 공사의 발언, 망언과 관련된 상황들이 우리 국민에 정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앞서 박 수석은 전날 브리핑에서도 “양국 정부는 역사 현안에 대한 진전과 미래지향적 협력 방향에 대해 의미 있는 협의를 나누었다”며 “양측 간 협의는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진행되어 상당한 이해의 접근은 있었지만 정상회담의 성과로 삼기에는 여전히 미흡하며 그 밖의 제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처럼 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양국을 둘러싼 현안에 대해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판단이 한일정상회담 무산의 결정적 이유였던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정상회담에서 일본군 위안부 및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 등 과거사와 일본의 수출규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배출 등에 대한 성과가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해왔지만, 일본은 과거사 문제에 대해 한국이 먼저 해결책을 내놔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수석은 “양국 간에 외교적으로 협상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히는 것은 예의가 아니기 때문에 말씀드릴 수 없다”며 “위안부, 징용 문제 등 과거사 문제가 있고 수출 규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배출 문제 등 누구나 알 수 있는 한일 현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해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상당 부분 진척이 있었지만 국민께 ‘이것이 정상회담의 성과입니다’라고 기쁘게 보고하기엔 못 미치는 부분이 있어서 더 논의해 가기로 했고 문재인 대통령께서도 ‘실무 간에 협의를 더 진행해가라’ 이렇게 어제 지시를 하셨다”고 덧붙였다.

    소마 히로히사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의 문 대통령에 대한 부절한 발언도 한일정상회담 무산의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소마 공사는 한일 정상회담 개최와 관련해 문 대통령을 겨냥해 “마스터베이션(자위 행위)을 하고 있다”고 말해 논란이 됐다. 일본 정부는 유감을 표명하긴 했지만 그를 경질하는 등 후속 조치는 하지 않았다.

    청와대는 양국 모두 한일 관계 회복 의지가 강하다며 문 대통령 임기 내 한일정상회담 계기가 마련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박 수석은 “이번 실무 협의 과정에서 조금씩 진척을 이뤄서 양국 간에 합의 직전까지 이른 상황에 대해서 일본의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며 “어제 스가 총리께서도 저희가 ‘방일이 안 되겠다’고 입장을 밝힌 이후에 아쉬움을 표시하시면서 앞으로 잘 이루어지기를 바란다는 의지를 표명했기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안에 양국 정상이 회담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지기를 소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스가 요시히데 총리는 한국 정부의 한일정상회담 취소 결정과 관련해 “그 배경에 관해 내가 말할 입장이 아니다”라며 “한일 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기 위해 우리나라의 일관된 입장을 토대로 한국 측과 의사소통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여당은 이번 정상회담 개최 무산의 원인이 일본 정부에 있다고 주장했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일본 스가 내각의 무책임, 무신뢰, 무성의, ‘3무 외교’가 빚은 참사”라며 “스가 일본 총리는 ‘한일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기 위해 일본의 일관된 입장을 토대로 한국 측과 의사소통을 하고 싶다’고 했지만, 최근 일본의 행태를 보면 이 말은 생색내기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윤 원내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은 ‘국내 반대 여론에도 국익을 위해서라면 방일도 결단할 수 있다’고 생각할 만큼 한일관계에 대한 개선 의지가 강했다”며 “이에 대한 일본의 태도는 내내 무성의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본은 (정상 간 회담에) ‘15분만 할애할 수 있다’거나 위안부‧징용 배상 판결 등 양국의 핵심 사안에 대해 진지하게 임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며 “2012년 방위백서를 통해 17년째 이어진 독도 영유권 주장을 되풀이하고, 군함도와 관련해서는 세계문화유산위원회로부터 경고를 받은 것에 이어서 소마 공사의 막말 사태까지, 일본은 외교적 참사를 거듭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일본의 욱일기 올림픽 경기장 반입 허용에 대해서도 “과거사에 대한 반성이나 역사의식,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에 대한 의지까지 그 어느 것도 찾을 수 없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윤 원내대표는 “일본 정부와 스가 내각의 진정한 과거사 반성의 자세와 재발 방지 약속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고 밝혔다.

    정상회담 무산에 관해 야당들의 입장은 엇갈린다.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의 외교무능이 빚은 “참사”라고 힐난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문재인 정권의 외교무능이 빚은 외교참사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외교는 사실상 무정부 상태라 해도 과언이 아니질 지경”이라고 주장했다.

    김 원내대표는 소마 공사와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의 발언 논란을 언급하며 “두 사람 모두 외교적 관례와 상식에 맞지 않는 부적절 언행”이라며 “국민에게 큰 모욕감과 분노를 준만큼 외교부 차원에서 강력히 항의하고 본국에서 징계 조치를 하도록 요구해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그는 “청와대와 여당의 대응이 더욱 기가 막힌다”며 “중국에 대해서 외교부가 입장표명을 신중해야 한다며 뜨뜻미지근한 경고장, 일본에 대해선 집권여당 인사까지 총 가세해 날선 반응을 내놨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권 4년간 일본에 대한 감정적 대응으로 한일관계를 돌이킬 수 없는 지경으로 몰아넣었다”고도 했다.

    특히 김 원내대표는 “지난 총선 당시 반일선동으로 정치적 이익을 보더니 내년 대선을 앞두고 다시 반일감정을 자극하려는 것 아닌지 심히 우려된다”며 “문재인 정권은 잘못된 이념에 매몰돼 외교적 균형 감각을 완전히 상실했다”고 주장했다.

    정의당은 한일정상회담 무산의 책임이 일본 정부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동영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전날 국회 브리핑에서 소마 공사의 부적절한 발언과 이에 대한 일본 정부의 무조치를 언급하며 “결과적으로 일본은 한일정상회담에 대한 실질적 추진 의사가 없다는 것을 명백히 보여준 것”이라며 “일본 정부가 자신들의 외교적 결례에 대한 어떠한 공식 입장이나 책임 있는 조치도 없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의 방일은 명분도 없고 실리도 없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 수석대변인은 “일본이 도쿄올림픽을 앞둔 마당에 국제적 신뢰를 얻고, 아시아의 이웃 나라로서 선린우호 관계를 원한다면 이번 소마 총괄공사의 외교적 망언에 대해 공식 사과와 책임 있는 후속 조치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우리 정부도 일본 공사의 망언에 대해 주권국가답게 응당한 조치를 요구하면서도 동시에 지난 4년간의 한일외교에 대해 다시 되짚어보고, 경색된 한일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은 지속적으로 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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