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의 기생충은 누구인가
앞 회의 글 “송골매와 비틀즈, 둘로 만든 한 곡의 노래”
마틴 스콜시지의 1990년 작품 <Goodfellas>는 1990년 미국 최고의 장편영화였다.(1) 물론 이는 나의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이렇게 많은 상을 받은 것을 보면 내 생각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미국의 문제점들을 ‘까발리는’ 스콜시지의 이 영화는 미국 영화 아카데미로부터 외면당했지만, 영국 영화 아카데미와 미국의 비평가 집단들은 스콜시지의 손을 들어주었다.
왜 대중음악 이야기에 영화 이야기를 하는 거냐고 물을 수 있다. 오늘 이야기는 멋진 영화이면서, 최고로 음악을 잘 고른 영화 이야기이다. 그래서 대중음악 이야기에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미국 영화 아카데미는 감독상과 작품상을 <Dances with the Wolves, 늑대와의 춤을>에게 주었고, 스콜시지는 갓 데뷔한 감독 케빈 코스트너에게 감독상을 빼앗겼다. 그는 2007년이 되어서야 <The Departed>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았다. <Goodfellas>와 <Aviator>는 밀렸는데 홍콩 영화 리메이크 작품으로 감독상을 받은 것은 나에게는 당혹스러운 일이었다.
나는 영화 <약속>에 삽입되었던 제시카의(원래 에어 서플라이 노래) <Goodbye>(링크)를 들으며 정말로 놀랐었다. 어쩌면 그렇게 영화 내용과 잘 어울리는 곡을 골랐을까. 그 작품의 성공은 주제곡의 도움도 많이 얻었다. 상업적인 성공 여부를 떠나서, 음악의 선택은 영화의 완성에 있어서 정말로 중요한 일이다.
참고로, 레디앙에 연재되었던 <김민수전>에서 김민수가 <Goodbye>를 소재로 영어 강의를 하는 부분은 레디앙에서 내렸다. “그럼 어떻게 볼 수 있죠?” 오른쪽의 배너 보이시죠. 그거 누르시고 사서 읽으시면 됩니다. ^^
우리는 <친구>라는 작품을 생각한다면 “니가 가라 하와이.”나 “마이 무으따 아이가.”를 떠올릴 수도 있지만, 로버트 파머의 <Bad Case of Loving You>(링크)를 떠올릴 수도 있다. 중학교 때부터 그 노래를 좋아했던 나는, 예고편에 그 노래가 나오는 것을 보고 단번에 그 영화를 볼 것을 결정했었다. “남들이 많이 보는 영화는 보지 않는다.”는 이상한 나만의 원칙을 어기고.
아무튼, 이 영화 <Goodfellas>는 1990년 당시의 남자 학생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었는데, 스콜시지는 이미 유명했고(<비열한 거리>, <택시 드라이버>, <성난 황소>, <컬러 오브 머니> 등이 이 작품의 전작들), 로버트 드 니로 또한 너무나 유명했고, <대부> 시리즈가 악당들을 미화한다는 비판을 받았던 반면에 이 작품은 그들을 완전히 까발리고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로버트 드 니로나 조 페시가 아니라 레이 리오타였다. 극 중에서 그는 아일랜드계 아버지와 이탈리아계(그것도 시칠리아 섬 출신인) 어머니의 아이로 등장한다. 영화는 조직폭력배들 셋이 마피아 인물 하나를 땅에 묻으러 가는 장면으로 시작하고, 곧 레이 리오타가 분한 헨리의 어린 시절로 돌아간다. 영화에서 지미(드 니로)와 토미(페시)는 악당 중의 악당으로 그려지고, 헨리(리오타)는 약간 덜 잔인한 악당으로 묘사된다. 주인공 헨리의 독백 장면을 보자.
As far back as I can remember, I always wanted to be a gangster. 내가 기억하는 한, 나는 언제나 조직폭력배가 되기를 원했다.
To me… being a gangster was better than being president of the United States. Even before I went to the cabstand for an after-school job… …I knew I wanted to be a part of them. It was there that I knew I belonged. To me, it meant being somebody… …in a neighborhood full of nobodies. They weren’t like anybody else. They did whatever they wanted. They double parked in front of hydrants and never got a ticket. When they played cards all night… …nobody ever called the cops. Tuddy Cicero.(2) Tuddy. Tuddy ran the cabstand and the Bella Vista Pizzeria… …and other places for his brother Paul, who was the boss of the neighborhood. Paulie might have moved slow… …but it was only because Paulie didn’t have to move for anybody. |
그리고 이 장면에 이 영화의 사운드트랙에 수록된 첫 노래가 등장한다.
“Rags To Riches”
I know I’d go from rags to riches
If you would only say you care
And though my pocket may be empty
I’d be a millionaire
나는 내가 무일푼에서 부자가 될 거라는 걸 알아
네가 나를 아낀다고 말하기만 한다면
그리고 비록 내 주머니는 비어있을 수도 있지만
난 백만장자가 될 거야
My clothes may still be torn and tattered
But in my heart I’d be a king
Your love is all that ever mattered
It’s everything
내 옷은 여전히 찢어지고 너덜너덜해져 있을지도 몰라
하지만 내 마음속에서 나는 왕이 될 거야
네 사랑만이 가장 중요했어
그게 전부야
So open your arms and you’ll open the door
To every treasure I’m hoping for
Hold me and kiss me and tell me you’re mine evermore
그러니 팔을 벌리면 문을 열게 될 거야
내가 바라는 모든 보물로 가는
날 안고 키스해줘 그리고 넌 언제까지나 나의 연인이라고 말해줘
Must I forever be a beggar
Whose golden dreams will not come true
Or will I go from rags to riches
My fate is up to you
나는 영원히 내 황금빛 꿈을 이루지
못하는 거지가 되어야만 할까?
아니면 나는 무일푼에서 부자가 될까?
내 운명은 너에게 달렸어(1회 반복)
당연히도 노래는 시대를 반영한다. 1953년에 나온 이 노래는 미국이 2차 세계 대전 종전 후 세계 최강의 국가, 세계 최대의 경제국이 되었던 시기를 반영한다. 거지가 부자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은 완전한 진실은 아니었겠지만, 어쨌든 미국 사회에는 희망이 있었다. 다른 이의 불행은 어떤 이의 행복이 될 수도 있다. 두 차례의 세계 대전으로 유럽은 처참하게 무너졌다. 1940년대 초에 세계 최대 경제국은 미국이었고, 2위는 소련, 3위는 독일이었는데, 두 나라는 그야말로 치명적인 타격을 당했다.
서유럽과 미국인들의 해석만을, 그리고 그들에게 배운 이들의 설명만을 들어왔기 때문에, 2차 세계 대전의 중심이 노르망디 해안에 있었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소련의 피해는 프랑스나 영국의 피해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것이었다.
한 나라에서 5년 동안 5천8백만 혹은 5천4백만 명이 죽었다. 최소로 숫자를 잡는 역사가들도 4천만 명 이상은 다 인정한다. 상상할 수 있는가? 나라 몇 개가 지워진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4) 독일 또한 피해가 컸다.
세계 최강의 국가(경제력 및 군사력 2, 3위) 둘이 이렇게 망가졌고, 또 다른 강대국들이었던 프랑스와 영국도 엄청난 타격을 당했지만, 미국 민간인들에게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하와이 진주만이 일본의 공격을 받은 것 외에 미국은 별 타격을 당하지 않았고, 민간인들은 안전했고, 미국 경제는 유럽으로 물자를 공급하는 역할을 도맡으며 공업 발전이 가속화되었다.
1950년대의 미국은 장밋빛이었다. 그래서 누더기를 입은 이가 부자가 되는 일이 실제로 일어났고, 그 확률은 낮았지만, 그것을 믿는 이들이 넘쳐났다.
영화는 1955년을 배경으로 시작되고, 토니 베넷의 이 노래 <Rags to Riches>는 1953년의 히트작이었다. 미국에는 부가 쌓였다. 부가 쌓이면, 일하지 않으며 잘 먹고 잘사는 이들도 생겨난다. 그런 이들 중에는 부모로부터 부를 물려받은 이들도 있고, 정치인들도 있겠지만, 조직폭력배들 또한 그런 대표적인 이들이다. 그들은 얻고 싶은 모든 것(whatever they wanted)을 얻을 수 있었다. 어떻게? 물론 폭력을 통해서. (관련 영상 링크)
지미는 루프트한자 강도 사건(5)을 통해 6백만 불의 돈을 강탈한다(정확히 말하면 지미가 아니라 그의 밑에 있는 ‘좋은 사람들(goodfellas)’가 작업을 한 것이었지만). 거기에 참여했던 스택스(사무엘 L. 잭슨 분)의 실수 등을 통해 F.B.I.의 수사가 조여 들어오자, 그는 토미 등을 시켜 이 일과 연관된 대다수를 죽인다.
Jimmy was cutting every link between himself and the robbery. 지미는 강도 사건과 자신 사이의 모든 연결고리를 잘라내고 있었다.
But it had nothing to do with me. I gave Jimmy the tip and he gave me some Christmas money. From then on, I kept my mouth shut. I knew Jimmy. He had the cash. It was his. He kicked some money upstairs to Paulie, but that was it. It made him sick to turn money over to the guys who stole it. He’d rather whack them. What did I care? I wasn’t asking for anything. And Jimmy was making nice money through my Pittsburgh connections. .Still, months after the robbery they were finding bodies all over. When they found Carbone in the meat truck he was frozen so stiff; it took them days to thaw him out for the autopsy. |
다수의 부하들 혹은 동료들을 죽인 지미는 토미가 마피아의 일원이 되는 것에 자기가 마피아의 일원이 된 것처럼 기뻐한다. 주인공 헨리(Henry Hill)와 지미(James Conway)는 이탈리아인과 아일랜드인의 혼혈이었고, 그들은 100% 이탈리아인이어야만 구성원이 될 수 있는 마피아에 들어갈 수가 없었다.
만일 셋 중 유일하게 100% 이탈리아 핏줄인 토미(Tommy DeVito)가 마피아의 일원이 된다면, 그들 역시 ‘license to steal(도둑질 면허증)’과 ‘license to do anything(무엇이든 할 수 있는 면허)’를 얻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토미는 어린 시절부터 지미의 ‘꼬붕’이었으니까. 그러나 마피아 빌리 배츠를 죽였던 것이 탄로 나서 토미는 마피아가 되지 못하고 총에 맞아 죽는다.
이 유명한 장면의 배경 음악은 Derek and the Dominos의 <Layla>이다. 이 밴드는 기타리스트 겸 보컬 에릭 클랩튼, 키보디스트 바비 휘틀록, 베이시스트 칼 레이들, 드러머 짐 고든으로 구성되었고, 그래서 이 노래는 에릭 클랩튼의 노래로 잘못 알려져 있기도 하다. 이 노래는 화려한 기타 연주로 유명하지만, 특이하게도 마지막 4분간은 피아노 위주의 음악이다. 3분 10초의 기타 연주와 보컬로 유명하지만, 길이만을 생각하면 피아노 연주곡의 비중이 더 크다고 말할 수도 있다. 이 곡 역시 전편에서 소개했던 송골매의 노래나 비틀즈의 노래처럼 서로 다른 두 작곡가의 곡을 이어 붙인 작품이다. 노래 전체는 다음 링크에서 들을 수 있다. (관련 링크)
사운드트랙에 실리지는 않았지만, 영화에서 빛나던 두 노래가 있다.(관련 링크)
금요일에는 애인들과 시간을 보내고 주말에는 아내들과 시간을 보내던 이 조폭들의 일상을 그린 링크의 장면에 나온 곡은 제리 베일(Jerry Vale)의 <Pretend You Don’t See her>이다.
Look somewhere above her
Pretend you don’t love her
Pretend you don’t see her at all
그의 위 어딘가를 바라봐
그를 사랑하지 않는 것처럼 가장해
그를 전혀 보지 않는 것처럼 꾸며
{Pretend you don’t see her my heart
Although she is coming our way
Pretend you don’t need her my heart
But smile and pretend to be gay(6)
내 마음아, 그를 못 보는 것처럼 꾸며
비록 그가 우리 쪽으로 오고 있지만
내 마음아, 그가 필요 없는 것처럼 가장해
미소지으며 기분 좋은 척 꾸며
It’s too late for running my heart
Chin up if the tears start to fall
Look somewhere above her
Pretend you don’t love her
Pretend you don’t see her at all
달려가기에는(달려서 상황을 벗어나기에는) 너무 늦었어
눈물이 흐른다 해도 고개를 들어(힘을 내)
그의 위 어딘가를 바라봐
그를 사랑하지 않는 것처럼 가장해
그를 전혀 보지 않는 것처럼 꾸며}
{ } 반복
사랑 노래는 시대를 넘어서는 전달력을 갖는 일이 많다. 내가 좋아했던 한 영문과 교수님은 김수희의 노래를 인용하며(애모 “그대 앞에만 서면, 난 왜 작아지는가.”) 셰익스피어의 소네트를 가르쳤었다. 1500년대의 셰익스피어의 소네트 몇 편, 1960년대의 제리 베일의 노래, 1990년대의 김수희의 노래 모두 안타까운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고, 짝사랑했던 경험이 있는 이라면 누구나 그 노래들에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또 하나의 사운드트랙에 실리지 않은 유명한 노래가 있다. 그 유명한 롤링 스톤즈의 <Gimme Shelter>이다. (링크) 동네 왕초 폴 씨써로우와 헨리의 사이에 균열이 일어나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과 마약 제조 장면에 등장했던 이 노래는, 록 음악 역사상 가장 유명한 노래 중 하나이다.
대부분의 멤버들이 60대였던 때의 공연은 정말 놀랍다. 누구 말마따나,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엄청난 가창력의 여자 보컬 리사 피셔(Lisa Fischer)는 그때 50대였다.
Ooh, a storm is threatening
My very life today
If I don’t get some shelter
Ooh yeah I’m gonna fade away
아, 폭풍이 나의 삶 자체를
오늘 위협하고 있어
내가 만약 은신처를 구하지 못한다면
아, 그래 나는 서서히 사라질 거야
War, children
It’s just a shot away
It’s just a shot away
War, children
It’s just a shot away
It’s just a shot away
아이들아, 전쟁은
총알 한 발만큼 떨어져 있어(반복)
Ooh, see the fire is sweepin’
Our streets today
Burns like a red coal carpet
Mad bull lost its way
아, 오늘 우리의 거리를
화염이 휩쓸고 있는 것을 봐
(거리는) 붉은 석탄 카펫처럼 타오르고
성난 황소는 길을 잃었어
War, children 부분 반복
Rape, murder, it’s just a shot away
It’s just a shot away (7)
Rape, murder, yeah, it’s just a shot away
It’s just a shot away
Rape, murder, it’s just a shot away
It’s just a shot away
성폭행과 살인은, 그건 총알 한 방만큼 떨어져 있어(반복)
Mmm, a flood is threatening
My very life today
Gimme, gimme shelter
Or I’m gonna fade away
음, 홍수가 나의 삶 자체를
오늘 위협하고 있어
나에게 피난처를 줘, 줘
그렇지 않으면 나는 서서히 사라질 거야
War, children
It’s just a shot away
It’s just a shot away
It’s just a shot away
It’s just a shot away
It’s just a shot away
I tell you love, sister
It’s just a kiss away
나는 말할래, 자매여
사랑은 입맞춤 한 번 만큼 떨어져 있을 뿐이야
It’s just a kiss away
It’s just a kiss away
It’s just a kiss away
It’s just a kiss away
Kiss away, kiss away
내가 베토벤 9번 교향곡을 듣지 못하고 죽는다면, 나의 삶은 엄청나게 가난했다고 평가받을 것이다. 롤링 스톤즈는 비틀즈에 비해 한국인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Gimme Shelter>를 들어본다면, 들은 이의 삶은 약간 덜 가난해질 것이라고 믿는다.
그런데 한국사회에서 그 피난처(shelter)는 어디일까? 혹은 무엇일까? ‘더불어 해 먹는 국민의 힘에 기생하는 자들’은 아닐 것이 분명하고. 정의당? 자꾸 의문이 들기는 하지만, 그런 역할을 하기를 소망한다.
롤링 스톤즈는 내가 태어났던 해인 1969년에 이 노래를 발표했다. 보컬 믹 재거와 기타리스트 키스 리처즈는 1943년생이다. 그들은 53년이 지난 지금에도 여전히 활동하고 있다. 만 78세에.
<Goodfellas>에는 에릭 클랩튼이 기타를 친 작품이 또 하나 등장한다. 크림의 <Sunshine of your Love>이다. 루프트한자 사건에서 훔친 돈의 자기 몫을 달라고 요구하는 동료를 죽일지 말지 고민하는 로버트 드 니로의 표정 연기와 노래의 조합은 압권이었다.(관련 영상 링크)
전 곡은 다음 링크에서 볼 수 있다.
이 노래는 레드 제플린의 <Heartbreaker>, <Whole Lotta Love>, 딥 퍼플의 <Smoke on the Water>, 블랙 사바스의 <Iron Man>, <Children of the Grave>와 더불어 후세의 록 밴드들의 리듬 기타 연주에 가장 큰 영향을 주었던 곡 중 하나이다.
<Goodfellas> 사운드트랙 앨범의 구성은 아래와 같다.
1. “Rags to Riches” – Tony Bennett 2. “Sincerely” – The Moonglows 3. “Speedoo” – The Cadillacs 4. “Stardust” – Billy Ward and His Dominoes 5. “Look in My Eyes” – The Chantels 6. “Life Is but a Dream” – The Harptones 7. “Remember (Walking in the Sand)” – The Shangri-Las 8. “Baby, I Love You” – Aretha Franklin 9. “Beyond the Sea” – Bobby Darin 10. “Sunshine of Your Love” – Cream 11. “Mannish Boy” – Muddy Waters 12. “Layla (Piano Exit)” – Derek and the Dominos |
영화의 시대적 배경(1955년~1980년)에 걸맞게 1950~1979년까지의 유명한 곡들로 구성되어 있다. 오래된 노래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아주 만족할 노래들이라고 생각한다.
영화의 마지막은 이러하다. 헨리는 마약 사범으로 끌려갔고, 고민 끝에 조폭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 rat(쥐, 밀고자)이 되겠다고 결심한다. 그는 동료였던 지미와 조폭 두목 폴 씨써로우를 불고, FBI 증인 보호 프로그램 하에서 살아가기로 한다.(관련 링크)
마지막 장면의 헨리의 말을 들어보자.
Didn’t matter. It didn’t mean anything. When I was broke I would go rob some more. 그건 중요하지 않았어요. 아무 의미도 없었어요. 나는 파산하면 조금 더 도둑질하면 되었어요.
We ran everything. We paid off cops. We paid off lawyers. We paid off judges. Everybody had their hands out. Everything was for the taking. And now it’s all over. That’s the hardest part. Today everything is different. There’s no action. I have to wait around like everyone else. Can’t even get decent food. After I got here I ordered spaghetti with marinara sauce… and I got egg noodles with ketchup. I’m an average nobody. I get to live the rest of my life like a schnook. |
마지막 장면에 나오는 “My Way”는 매우 ‘불량’하게 들린다. 그렇다. 불량한 음악, 펑크 록의 창시자 중의 하나였던 시드 비셔스(Sid Vicious)가 불렀다. 자기 성을 ‘사악한(vicious)’이라고 고친 이는 비범한 이였을 것이다. 그와 동료들이 만든 밴드가 그 유명한 Sex Pistols였다. 그가 부른 이 곡은 다음 링크에서 볼 수 있다.
프랭크 시나트라는, 비셔스가 부른 자신의 노래를 보았을까?
글을 마치기 전에 나의 영화 감상을 말하고자 한다. 이 사회나 1960~1980년까지의 미국 사회에나 일하지 않으면서 기생하는 이들이 넘쳐났다. 조직폭력배들도 그들 중 하나였는데, 그들은 “평균적인 하찮은 이(average nobody)”보다 훨씬 풍요로운 삶을 살았다. 일하지 않으면서. 살인과 강탈을 노동이라고 생각할 이는 별로 없을 것이다.
조직폭력배만이 기생하는 이들은 아니다. 우리는 그 유명한 ‘땅콩 회항’ 사건을 보았고, 김승현이라는 자가 2007년에 무슨 짓을 했는지 보았다.
김 회장은 “내 아들이 눈을 다쳤으니 네놈들도 눈을 좀 맞아야겠다”라면서 가죽 장갑 낀 손으로 두 팔이 붙들린 종업원들의 눈을 집중 가격했다. 낮은 신음소리가 연신 터져나왔다. “저희는 전무님이 가서 사과하고 오라 그래서 왔을 뿐이에요” (중략) 김 회장 아들 폭행사건의 주모자로 지목된 “조 전무”가 김 회장 앞으로 불려왔다. 김 회장은 조 전무를 룸 안으로 데려갔다. 곧이어 고성과 함께 뺨을 때리는 듯한 소리가 세 차례 들려왔다. 김 회장은 곧이어 새벽에 폭행을 당했던 아들을 불러서 “네가 맞은 만큼 때려라”고 일렀다. 곧 룸 밖에서도 분명히 들을 수 있는 “퍽, 퍽, 퍽” 하는 폭행 소리가 새어나왔다. (한겨레 2013년 4월 5일 기사) |
한국사회에서 조폭과 일부 ‘기업가’들의 경계선은 모호하다. 한국뿐 아니라 이탈리아나 미국 같은 나라에서도 모호하다.
영화 <기생충>이 높은 평가를 받은 데에는 현실적 근거가 존재한다. 한반도에서 가장 큰 기생충은 누구일까? 저 북쪽에는 삼대 세습을 한 어떤 이가 있다. 남쪽에는 삼대 세습과 그를 넘어서는 n대 세습을 한 다수의 이들이 존재한다. <김민수전>을 인용하면서 글을 마친다. 참고로 이 대화의 배경은 1988년이다.
“그래. 상속받았고, 그 기원을 따라 올라가면 두 가지 종류가 나와. 하나는 예를 들어 조선 시대의 공신전이 현대까지 이어지는 거야. 또 하나는 일제강점기에 기원이 있고. 자, 생각해보자. 조선의 어떤 소위 사대부가 정적을 제거하고자 무언가를 꾸미고 사화가 일어나. 그는 정적의 땅도 얻고, 왕으로부터 다른 토지도 받았어. 그게 계속 물려 내려왔어. 그런데 그의 자손은 일하지 않고, 소작농에게 그 땅을 농사짓게 해. 그 땅에서 예를 들어 천만 원 가치의 쌀이 생산되었어. 그런데 소작농은 그 절반을 받아가. 땅 주인이 절반을 받아가. 땅 주인이 한 일은 아무것도 없는데 말이야. 그는 사화를 일으켜 땅을 얻은 이의 정자로부터 기인했기 때문에 오백만 원을 챙긴 거야.”
모두들 웃었다. “누군가의 정자로부터 기인하여 땅 주인이 되었음이 생산에 기여할까?”(8) |
<주석>
1. 좋은 친구들 위키 소개
2. 영화의 ‘조폭 두목’의 성은 Cicero이다. 보통 키케로라 불리는, 카이사르와 동시대 인물이었던 인물과 같은 성이다. 영어로는 키케로가 아니라 씨써로우라고 발음한다.
3. bella 혹은 bell은 아름다움을 의미하고, vista는 전망, 시각 등을 의미한다. 라틴어에서 파생한 vista는 영어에 차용되어 vision, invisible, television 같은 말들이 만들어졌다. <터미네이터 2>의 유명한 대사 “Hasta la Vista, Baby(잘 가, 안녕, 나중에 또 봐 등의 의미)”는 스페인어와 영어를 ‘짬뽕’한 것인데(‘Spanglish’), 이탈리아어와 스페인어는 방언 관계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비슷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LRxaXmXvjnU
4. 소련을 침공한 히틀러의 결정은 자신을 파멸시켰을 뿐 아니라, 사회주의의 파멸에도 공헌했다. 2차 대전 종전 후 ‘조국 해방전쟁’에서 승리한 스탈린의 인기는 치솟았다. 생각해보라. 오천만 명이 죽었던 참혹한 전쟁에서 승리를 이끈 사람이 어떤 대접을 받았을까. 그는 당대의 이순신 취급을 받았다. 당연히 ‘대가리가 깨져도 스탈린’ 무리가 탄생하지 않았을까? 대중의 지지를 얻은 그는 개인숭배의 조장이라는, 사회주의와는 완전히 어긋난 짓을 하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노동자가 주인이라는 국가는 관료가 주인인 국가로 변질되었다. 물론 이것은 레닌 사후부터 진행되었던 일들의 연장선이었을 수도 있다. 2차 세계 대전 이전에도 스탈린은 경제 규모를 키우는 것이 자본주의 국가들과의 투쟁에서 승리하는 길이라고 믿었던 것으로 보이는 정책들을 시행했었다. 그는 마르크스주의자와는 많이 다른 생각을 지니고 있었다.
5. 불행히도 한국어 링크가 없다. 영화에서도 그랬지만, 현실에서도 뉴욕의 한 조폭 무리는 JFK 공항에서 현금 오백만 달러와 다량의 귀금속을 강탈했다. 이것이 미국 범죄사에서 유명한 루프트한자 강도 사건이었다. https://en.wikipedia.org/wiki/Lufthansa_heist
6. 이 부분을 네이버 파파고는 “하지만 웃으면서 게이인 척 해.”로 번역해 주신다. 인공지능은 아직은 번역의 영역에서는 인간의 능력을 따라잡지 못한다. 물론 모든 인간은 아니겠지만.
7. 이 부분은 “마약 주사 한 방만큼 떨어져 있다.”로 해석하는 이들도 있다.
8. <김민수전>, 정재영, 2021, 온리 북스. 그런데 재벌이나 지주들의 소유권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 이 소설의 주된 주제 의식은 아니다. 그런 화려한 언변으로 주인공 김민수를 ‘의식화’시켰던 발언자가 나중에 어떻게 변하는지가 소설의 핵심적인 ‘스토리’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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