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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탄소가격에 대비하는 슬기로운 자세
    [에정칼럼] 탄소세 등 탄소가격 토론장 회피는 안 돼
        2021년 07월 16일 01:0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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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탈탄소 현실에서 탄소세를 포함한 탄소가격은 대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조세와 가격제도가 지속가능한 전환정책(STP)으로 충분하지 않더라도 혁신과 쇠퇴의 다양한 정책조합 중 하나로 도입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탄소중립을 선언한 문재인 정부에서도 탄소세에 대해 향후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발언이 나왔다. 사실 탄소세 연구는 녹색성장을 추진한 이명박 정권 이후 많이 축적된 상태다. 온실가스배출권거래제가 시행되면서 관심이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살아 있는 옵션이다.

    최근 정치권에서 기본소득 프레임과 함께 탄소세가 논의되고 있다. 이재명 도지사는 ‘기본소득 탄소세’의 필요성을 제기한 바 있다. 지난 3월,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은 ‘탄소세법안’과 ‘탄소세의 배당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온실가스 1톤당 8만원의 세율을 적용하면 약 57조원이 세수가 확보되고, 이를 전 국민에게 100% 지급하면 매달 10만 원가량 탄소세 배당금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탄소세 도입의 찬반 논리에서 세출 용도에 대한 토론이 필요한 시점이다. ‘복지국가’ 진영은 한정된 세수를 탄소중립 정책에 집합적으로, 그리고 보호·지원 대상에 선별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한다. 반면 ‘기본소득’ 진영은 조세의 역진성 해소와 수용성 증대 등을 이유로 개인적 배당을 주장한다. 두 입장 모두 나름 일리가 있다. 돌아보면 2010년대 중반 제임스 한센의 ‘탄소부과금-시민배당’에 대해 존 벨라미 포스터, 안데르스 에켈랜드, 이안 앵거스 등이 펼쳤던 논쟁을 갱신할 필요도 있겠다. 이런 배경에서 각자의 철학적 배경이 다르기 때문에 합의가 쉽지 않겠지만, 치열한 사회적 논쟁을 통해 지속 불가능한 한국 사회의 맥락에 적합한 슬기로운 탄소세 설계도 가능할 것이다.

    탄소세나 탄소가격제도는 한 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탄소 관련 국경조정 방안이 구체화되고 있는데, 유럽연합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그것이다. 미국, 영국, 캐나다 등에서도 다양한 형태의 탄소국경조정에 관심을 갖고 검토 중이라고 알려져 있다. 반면 한국은 주로 수출 경쟁력 약화를 어떻게 대비할지에 대해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 같다.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와 마찬가지로 세계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7월 14일 브뤼셀에서 EU 집행위 관계자들이 EU의 새 기후정책 제안을 발표하고 있는 모습

    지난 7월 14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Fit for 55’ 법제도 패키지 초안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1990년 대비 온실가스 55% 감축을 목표로 유럽 차원의 그린딜 계획과 기후변화법을 구체화하기 위함이다. 규제와 인센티브 방식이 섞여 있는 것이 특징인데, 초안 발표 전후로 여러 측면에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기후위기 대응에 진일보한 내용을 담고 있다는 평가도 있지만, 신속하고 급진적인 접근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여전하다.

    최대 화두는 탄소국경조정이지만, 기후정치 위기를 겪고 있는 우리에게 입법 패키지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다. 당면 2030~2050년 감축계획 재수립에 참고할 수도 있겠다.

    1) 유럽배출권거래제(EU-ETS)의 강화와 확대(항공 무상할당 폐지와 해운 신규 적용), 도로교통과 건물난방 분야 신규 적용과 정의로운 전환 지원(사회기후기금 Social Climate Fund 신설, 관련 EU-ETS 발생 수익 25% 포함), 2) 2030년 이산화탄소 3억1천 톤 상당의 자연 흡수원 확보, 2035년 토지·산림·농업 분야 기후중립 달성(30억 그루 나무심기 포함), 3) 2030년 재생에너지 40% 비중 확대(산림 바이오매스 기준 강화 포함), 4) 연간 에너지 소비 감축목표 2배 설정, 공공건물 매년 3% 리노베이션, 5) 2035년 내연기관 자동차 등록 금지, 전기·수소 충전 인프라 확대, 6) 항공·해운 연료의 저탄소 의무화 및 촉진, 7) 2026년부터 CBAM 단계적 도입(2023~2025년 준비기간).

    전반적으로 유럽연합과 회원국들이 달성해야 할 의무사항과 공동목표가 전략적으로 배치됐다고 볼 수 있다. 물론 법제화 과정에서 개선이나 개악될 가능성도 있겠지만, 목표와 전략의 부재 속에서 수사와 사업의 과잉을 보여주는 ‘한국판 그린뉴딜 2.0’과는 분명 차이가 있다.

    뜨거운 감자 CBAM은 유럽 역외 탄소누출 방지와 역내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시멘트, 철강, 알루미늄, 비료, 전력 산업을 1차 대상으로 삼는다. 수입업자는 EU-ETS 주간 평균가격에 따라 판매되는 CBAM 인증서를 수입 제품물량과 탄소함량에 맞게 구매 후 제출해야 한다. 만약 해외 수출국에서 탄소가격이 이미 지출되었고 그 사실이 입증되면 그 비용만큼 공제된다. 그렇다면 유럽 수출을 기대하는 한국 소재 기업은 자체적으로 유럽 기준보다 탄소배출이 적은 제품을 생산하면 된다. 탄소 순수출국인 한국의 정부와 국회가 국내에서 탄소가격을 합리적으로 내재화하는 조치를 실행하면 어느 정도 탄소중립 그린뉴딜의 내실을 다질 수도 있을 것이다.

    탄소세 등 탄소가격제가 온전히 기능하고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유럽연합의 수입품 규제로 제한해서는 안 된다. 국제적으로 설계되고 운영되어야 한다. 제품과 서비스가 다양한데 유럽이 선택한 산업 종목이 전부가 되면 곤란하다. 탄소가격의 벤치마크 역시 유럽이 최선이 아니다. 따라서 국경조정을 하려면 지구적 차원으로 넓히는 것이 낫다. 이를 위해서는 이중의 병행 전략이 필요하다. <국제탄소가격제의 이중 전략>(A dual-track transition to global carbon pricing, Climate Policy, 20:9, 2020)의 제안은 이렇다. 우선 감축목표와 탄소가격에 적극적인 나라들이 기후 클럽을 형성하여 포괄적 협정을 체결한다. 동시에 유엔 레짐에서 관련 의제를 꾸준히 다루면서 일정 시점에서 모든 나라가 참여하는 유엔 탄소가격제도를 마련한다.

    그러나 이런 구상은 기후 클럽 및 회원 국가들의 발생 수입을 비회원 저소득 국가의 피해보상과 전환정책에 재분배하지 않거나 저소득 국가를 우대하는 과도기적 방안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단일 탄소가격체계는 불가능할 것이다. 기후대응과 국제협력이 아니라 무역전쟁과 재원확보를 위한 수단으로 인식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기후위기의 역사적 책임이 상이한 나라들 사이에서, 그것도 지금과 같은 국제분업구조에서 탄소배출과 탄소감축의 부등가 교환이 심화되는 결과를 낳는다.

    탄소세가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기후정의 진영이 탄소세를 비롯한 탄소가격 토론장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 탄소배급제를 실행할 수 없는 조건이라면, 강도 높은 감축수단들과 함께 직간접적으로 소득 재분배가 가능한 탄소세의 잠재력을 검증해야 한다. 한계는 있겠지만, 제도 설계에 따라 정책 효과는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 역시 시기를 놓쳐 꽝이 나올까 두렵다.

    <에정칼럼> 연재 링크

    필자소개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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