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증스런 여당 혹은 순진한 민주노동당?
        2006년 11월 29일 07:2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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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정규직 법안 재논의 합의에 대해 여당 지도부가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29일 오전 민주노동당 의원단을 만난 자리에서 김한길 원내대표는 “이상수 장관이 재논의 합의는 없었다고 했다”고 말한 반면, 이목희 전략기획위원장은 이상수 장관이 재논의를 말한 것이 대단히 부적절했다고 말했다.

    우원식 의원은 재논의 합의를 인정했지만 민주노동당이 새로운 안을 가져오지 않았다며 책임을 전가했다. 법사위 선병렬 부대표는 “재논의는 법사위 차원의 논의를 얘기한 것이었다”고 해석했다.

    도대체 누구 말이 맞는 걸까. 먼저 법사위에 비정규직 법안이 상정됐던 11월7일의 상황부터 하나하나 짚어보자.

    당시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를 앞두고 있었다. 한나라당이 처리 자체를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열린우리당으로서는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민주노동당의 도움이 절실했다.

    그런데 이날 한나라당 소속의 안상수 법사위원장이 예정에 없던 비정규직 법안을 전격 상정했다. 여당이 비정규직 법안 처리를 반대할 명분이 없기 때문에 한나라당으로서는 민주노동당이 여당에 등을 돌리게 할 수 있는 회심의 카드였다.

    여당 의원들은 이날 회의에서 비정규직 법안 처리에 반대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비정규직 법안 처리를 강조한 대통령 시정연설과 김한길 원내대표의 정당대표 연설을 들먹여 가며 처리를 주장했다. 결국 장시간에 걸친 양당 간사 협의 끝에 이 안건을 법사위 전체회의에 놔두고 15일 동안 논의해서 처리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날 이상수 노동부 장관이 국회 내 민주노동당 원내대표실을 방문했다. 이 장관은 권영길 대표와 만나 비정규 법안 재논의 테이블 구성을 제안했다. 민주노동당이 줄기차게 주장해 온 재논의를 받아들인 것이다. 이 장관은 자신이 직접 각 당에 제안하기 어려우니 권 대표가 다른 정당들에 제안해 줄 것을 부탁했다.

    이 장관은 시한을 정하지 않고 충분히 논의할 수 있다는 뜻을 전했고 김한길 원내대표를 설득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김한길 원내대표도 권영길 대표과 재논의를 합의했다.

    이런 합의가 있은 후 민주노동당의 이영순 공보부대표는 국회 기자실에 들러 합의내용을 공식화하고 재논의 테이블 구성을 제안했다.

    여기까지가 지난 11월7일에 있었던 상황이다. 이후 민주노동당은 권영길 대표의 정당대표 연설을 통해서 다시 한 번 재논의 테이블 구성을 제안했고 정치권이 재논의 테이블을 마련할 것을 촉구해왔다.

    그런데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29일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재논의 합의를 해놓고 강행처리하는 것에 대해 따지자 “재논의 합의는 없었다”거나 “15일 동안 하기로 한 법사위 논의가 바로 재논의였다”는 둥 제각각의 해석을 늘어놓은 것이다.

    이날 면담에서는 여당 의원들끼리 서로 말을 끊어가며 상반된 얘기를 해 따지러 갔던 민주노동당 의원들을 오히려 당혹스럽게 만들었다고 한다. 지리멸렬한 여당의 요즘 상태를 극명하게 보여준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노웅래 열린우리당 공보부대표는 29일 민주노동당 의원들의 법사위 점거를 비난하면서 “850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차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여당이 정말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걱정하고 있다면 자신들이 법안 재논의에 얼마나 진정성을 갖고 임했는지를 먼저 되짚어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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