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성이라서 승진 안된 사람 모여라"
        2006년 11월 29일 02:25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여성이라는 단 하나의 이유로 승진이 안된 수많은 여성노동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나왔다.

    29일 국가인권위원회는 현대자동차 남성노동자는 5급에서 4급으로 승진하는데 평균 7년을 걸리는 반면, 여직원은 평균 12년이 소요되는 것은 명백한 성차별에 해당되기 때문에 누적된 성차별을 해소하고 양성평등한 승진제도를 수립할 것을 권고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현대자동차노조 광주전남본부 기운영 조합원 외 38명이 진정한 사건에 대해 현대자동차 대표이사에게 "오랜기간 승진에서 불리하게 대우한 것은 평등권을 침해한 차별행위"라며 ▲피해자들 구제조치를 포함한 성차별 해소조치 수립 ▲양성평등한 승진제도 수립 등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현대자동차 김동진 대표이사에게 보낸 결정문에서 인사평가에 여성적 직무요소를 포함시키지 않아 여성의 노동을 평가절하하고, 여성의 업무는 가치가 낮고 단순하다는 고과자의 성적 고정관념으로 여성을 승진에서 배제시켰다고 결정했다.

    남성 35명 중 5급은 0명, 여성은 43명 중 22명

       
    ▲ 지난 3월 4일 서울 용산구민회관에서 열린 3.8 세계여성의날 98주년 기념 여성대회
     

    또 인권위는 남성의 업무가 여성의 업무에 비해 업무량이 많다거나 난이도가 높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고, 남성은 채권과 연체업무를, 여성은 계약 및 출고, 수납회계 업무를 담당시킨 것은 성차별적 직무배치고 배치상의 차별이 결과적으로 승진차별의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이런 차별의 결과로 남자직원 35명은 100% 모두 승진하여 과장 11명(31.4%), 대리 21명(60%) 등이었고, 최하위 직급인 5급은 한 사람도 없었으나 동일한 시기에 입사한 여자직원은 43명중 22명(51%)이 입사 이후 10∼15년이 경과하였음에도 최하위 직급인 5급에 머물러 있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여성노동자는 본인보다 늦게 들어온 남성노동자가 상급자가 되는 일이 벌어지고, 임금 등 전반적인 고용환경에서 불이익을 겪었으며 자아존중감의 상실 등 피해가 심각하게 벌어졌다.

    누적된 차별해소 위해 여성들 우선 승진 권고

    인권위의 권고문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누적된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잠정적 우대조치를 하라는 사항이다. 인권위는 "차별의 결과가 심각하여 남녀차별을 금지하거나 기회의 평등을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남녀간의 현저한 지위상의 차이를 해소하기 어렵다"며 여성들을 승진시키라고 요구했다.

    인권위의 권고에 대해 금속연맹 여성사업담당인 박정미 부장은 "여성차별 중 빙산의 일각이며 사무직 여성노동자들의 전반적인 문제를 집약적으로 보여준 사건"이라며 "인권위의 권고에 따라 현대자동차는 즉각 차별을 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권위의 여성차별 해소 권고는 적지않은 파장을 몰고올 것으로 보인다. 우선 현대자동차 광주전남본부 39명에 대한 승진문제를 비롯해 현대기아차그룹 소속 2천여명의 사무직 여성노동자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실태조사·집단제소·손해배상청구 등 파장 커질 듯

    이번 판결은 비슷한 승진차별을 겪고 있는 대부분의 사무직 여성노동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사무금융연맹 김금숙 여성국장은 "시험에 합격하고도 자의적인 인사고과를 이유로 그동안 여성들을 승진시키지 않은 사례가 부지기수지만 기업체 내에서 전혀 개선이 되지 않고 있다"며 "이번 권고를 통해 대대적인 실태조사와 차별사례 수집을 해서 집단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속연맹 박정미 부장은 "민주노총 차원에서 실태조사를 통한 집단적인 인권위 제소와 승진차별 사례 고발센타운영, 사업장 단체협약 개정, 시정되지 않는 사업장 항의방문 등 다양한 사업을 벌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속연맹 법률원 조수진 변호사는 "국가기간이 평등권 침해를 인정할 정도로 승진차별이 인정되었다면 이런 평등권 침해는 민사상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면 "정신적 위자료와 임금차액 등 손해배상소송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이라는 단 하나의 이유로 받고 있는 수많은 차별 중에서 하나인 승진차별에 대한 국가기관의 권고가 절망에 빠져있는 여성노동자들에게 희망의 빛을 보여줄지 주목된다.

    필자소개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