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보정당 대선후보 단일화?
    “민중경선 등 필요” vs “당위적 접근 의미 없어”
    민주노총 대선방침 수립을 위한 토론회 개최
        2021년 07월 13일 10:3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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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총 대선방침 토론회에서 5개 진보정당(노동당·녹색당·민중당·변혁당·정의당) 중심의 진보후보단일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일부에선 민주노총 중심의 진보후보단일화는 현실 가능성이 떨어질 뿐 아니라, 현실화된다 하더라도 확장력을 가지기 어려워 대선에 큰 영향을 주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민주당으로 경도된 현장 조합원의 인식을 바꿀 교육 사업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양수 민주노총 정치위원장은 13일 서울 정동 민주노총에서 열린 ‘민주노총 대선방침 수립을 위한 토론회’에서 5개 진보정당에 대선공동대응기구 설치를 제안했고 오는 15일 첫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우선 이 위원장은 “민주노총 제대로 된 정치방침 갖지 못하면서 (민주노총 전·현직 간부들이) 노동자의 정치세력화를 포기하고 기존 보수정치권에 기대어 무언가를 해보려는 경향도 노골적으로 나타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진보진영이 변하지 않고 스스로 전망을 세우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해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그동안 선거 방침 논의는 후보단일화에만 집중돼있었다. 진보정당들을 모아놓고 ‘후보단일화 여부를 타진하고 그것이 어려우면 후보가 없다고 결정하거나 모든 후보를 지지하는 식이었다”며 “이런 결정들은 조합원에게 투표 방침으로 내려가도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냉소와 무기력을 전파하는 악순환을 반복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엔 후보 중심 논의가 아니라 쉽게 일치시킬 수 있는 의제와 투쟁 관련해서 논의해야 한다. 후보 단일화는 서두르지 않고 실천을 통해 논의를 모아나가는 방식일 것”이라며 “후보 단일화를 어떻게 추진할지 등 구체적인 내용이 9월 중집에서 확정되면 본격적인 대선 사업이 시작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제에 집중해 논의하겠다고 밝혔으나, 사실상 진보 단일후보 선출을 목표로 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생중계 화면 캡처

    토론자 3인 모두 후보단일화 필요성 주장
    “110만 민중경선을 통한 대선단일후보”

    4인의 토론자가 참석한 가운데 1명을 제외한 나머지 토론자들은 모두 진보후보 단일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민주당으론 촛불의 요구를 실현하기 어렵다는 결론이 났다며, 진보단일후보가 그 대안세력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양대정당이 독점한 대선 구도를 어떻게 돌파해낼지, 민주당 지지가 높아진 현장 노동자들의 분위기는 어떻게 반전시킬지, 민주노총 자체에 대한 여론의 부정적인 인식은 어떻게 바꿔낼지 등에 대한 마땅한 대안은 제시되지 못했다.

    양동규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민중생존권, 사회변혁, 한반도 평화라는 3대 전환점은 민주노총, 민중운동이 새로운 대안세력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기회다. 우리에겐 그런 역량이 있다”며 “110만 민중경선을 통해 대선단일후보를 도출하고 그 힘으로 대선판을 흔들어서 다시 노동자 정치세력화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불평등 체제 타파를 위한 민주노총의 총파업이 시작됐지만 총파업만으론 한국사회를 흔들기 어렵다. 대선으로 연결해 민주노총 총파업의 5대 의제와 15대 요구를 내세우고 더 나아가 과감한 정치제도 개선까지 주장해야 한다”고 했다.

    민중경선을 통한 진보단일후보 주장의 이유에 대해 “단일후보 없는 투표방침이나 의제운동과 같은 소박한 방식으로 한계 극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언제까지 민주노총의 역량과 조합원 대중을 방치할 것인가”라며 “실패한 민주당 세력은 민주노총 조합원을 획득하는 이 사태를 종식하기 위해선 진보좌파 민중운동세력이 총집결해서 바람을 일으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양 부위원장은 “민주노총은 민중경선에 진보정당과 각 정파에게 문호를 개방해 조합원 대중이 민주당에 끌려가지 않도록 설득하고 토론하고 정치적으로 의식화하는 장으로 삼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5개 정당은 그 안에서 공동 성장하고 경쟁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그간 정치적 불신을 상당히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상수 공공운수노조 지도위원은 대선방침 수립에 앞서 “박근혜 정부를 퇴진시킨 광장정치를 이어가지 못했고, 정권교체 이후 노동자 민중의 정치적 힘을 키우는 노력을 하지 않은 채 열린 공간에서 경제사회적 요구를 실현하는 데에 안주했다”며 “오히려 이 광장정치를 수구세력이 주도하게 된 상황을 크게 반성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또 “정규직과 비정규직, 세대간 차이 등을 일치시키지 못했다”는 점도 성찰해야 할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조 지도위원은 “촛불혁명을 통해서 광장 정치의 중요성과 노동자 민중이 촛불을 완성할 세력이라는 점이 드러났다”며 “이번 대선은 촛불혁명은 우리 노동자 민중과 진보정치세력에 의해서만 완성된다는 점을 확인하고 선언하며 관철하는 공간이 돼야 한다”고 했다.

    그는 “역동적인 이번 대선에서 민주노총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대안 정치세력으로서의 위상 정립과 함께 대선 후보 당락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정치적 힘 발휘할 수 있다”는 낙관론을 펴면서 “대선 공약 이행 담보는 정책협약 문서가 아니라 저항세력을 제압할 정치적 힘에 있다. 이번 대선에서 진보민중세력의 정치적 힘을 성장시키기 위해선 단일대선후보를 만들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집행부는 선거방침 이견에 부담이 있는 듯한데, 단결을 촉진하는 것이기 때문에 (단일대선후보 전술을) 적극적으로 추진해도 문제될 게 없다”며 힘을 실었다.

    아울러 “민중경선 방식으로 단일화 추진하는데 그 과정에서 조정력과 통합력, 주도성 발휘하려면 민주노총 자체의 대선후보를 내세우고 단일후보를 추진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진보후보단일화는 불가능…10% 고정지지층 지켜낼 고민부터”

    진보단일후보 전략이 현실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원재 금속노조 기획실장은 “민주노총이 대선공동대응기구를 얘기하는데, 여기서 정치적 협상을 통해서 후보 단일화하는 것에 반대한다”며 “실제로 가능하지도 않고, 의미도 없다”고 평가했다.

    이 기획실장은 “지난 재보궐선거 결과 보면 하나의 진보정당이나 단일후보가 조합원의 지지를 받는 만능열쇠 아니라는 점이 드러났다. 민주노총이 지지 후보를 정했지만 투표율은 거의 바닥이었다”며 “단일후보가 있으면 조합원에게 설명하긴 편하겠지만, 단일후보가 있다고 해서 조합원들이 그 후보를 선택하는 건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위적으로 뭘 해야 한다고 나열할 게 아니라 실제 우리의 역량과 조건에서 할 수 있는 것을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양동규 부위원장이 제안한 민주노총 중심의 민중경선제에 대해서도 “확장력 약하다”고 혹평하며 “실제로 확장력 가지려면 보수양당 후보가 아닌 제3지재 제3후보 만드는 폭넓은 운동으로 가야 한다. 민주노총 중심의 진보단일화는 정치판 흔들 수 없다”고 전망했다.

    5개의 진보정당이 후보단일화를 받아들이기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그는 “조합원 아닌 당원의 입장에서 ‘민주노총이 후보단일화를 했으니 나머지 당은 후보 내면 안된다’고 하는 게 조합원이 아닌 당원들의 정서에 맞겠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는 무리한 정치방침에 반대한다. 후과에 따라 향후 투쟁도 어려워질 수 있다”고 했다.

    이 기획실장은 “중요한 건 후보 단일화 여부 아니라 현장에서 민주당의 조합원 장악력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라며 “이 분위기를 어떻게 역전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 속에서 진보정당을 되살릴지를 중심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기획실장은 민주당으로 경도된 조합원들에 대한 교육 사업을 강조했다.

    그는 “진보정당을 지지하는 10% 고정 지지층을 보수정당으로부터 어떻게 지켜낼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단일화를 통해 진보정당 후보를 지지하라는 게 아니라, 반보수정치에 대한 교육을 통해 자연스럽게 진보정당 후보 지지해야겠다는 생각을 만드는 식의 대선 방침을 정하고 현장을 조직하는 게 훨씬 현실적”이라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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